- 두 번 세 번 헛걸음…사과도 안해
- 국세청은 콜센터 연결도 어려워
- 관련자료 확정도 잇따라 연기

국세청이 야심 차게 내놓은 '편리한 연말정산 서비스'가 인터넷이 익숙지 않거나 연로한 부모님의 연말정산간소화 정보제공 동의가 어려운 등 납세자 입장에서 '편리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세청 상담사나 세무서 직원이 기본 매뉴얼조차 몰라 제대로 응대를 하지 못하거나 의료비 등 관련 자료의 확정이 늦어지면서 혼선이 빚어지는 등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0년 차 직장인 이모(여·부산 해운대구) 씨는 지난 22일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하다 울화통이 터졌다. 지난해까지 세대주인 남편이 시부모와 미성년자 자녀의 가족 공제를 받았지만 시뮬레이션 결과 자신이 받는 게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와 올해 부양가족을 변경키로 했다. 시부모의 공인인증서 등을 통한 정보제공 동의가 안 돼 국세청 콜센터(126)에 문의를 했더니 시부모와 이 씨의 신분증을 들고 세무서를 방문하면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세무서 방문 전 다시 한 번 전화를 해도 신분증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세무서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려 하자 "가족관계 증명서가 없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 씨는 "처음부터 안내를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누가 상담했는지 모르지만 가족 증명서를 떼서 다시 오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어이 없는 일은 미성년자 자녀의 자료 조회가 안 돼 다시 콜센터로 전화했더니 처음에는 인터넷상에서 자료 조회 요청을 하면 된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가족관계 증명서를 떼서 세무서를 방문하라는 것. 상담사마다 답변이 다르냐는 이 씨의 항의에 "워낙 내용이 자주 바뀌어서 일일이 다 알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21일까지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관련 자료의 확정을 완료하려다가 23일로 연기하면서 이미 각종 공제항목과 관련 자료를 내려받아 회사에 제출한 근로자들의 원망을 샀다.

연말정산 관련 불만은 한국납세자연맹의 설문조사에서도 알 수 있다. 국세청의 편리한 연말정산 만족도 조사를 벌이고 있는 연맹은 지난 22일 국세청 삼담전화를 시도해본 납세자연맹의 직장인 회원 중 70%가 "통화를 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응답자 A 씨는 "국세청 콜센터 통화에 굉장히 어렵게 성공했는데 연말정산 안내 책자를 보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밝혔다.

40대 직장인 박 모(부산 수영구) 씨는 "국세청이 세금은 손쉽게 떼 가면서 돌려줄 때는 왜 납세자가 일일이 서류를 제출해서 힘들게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연말정산이 편리하다고 하지만 복잡한 세법과 자세한 질의응답 등이 없고, 각자의 상황과 이해도 등이 달라 근로자들에게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