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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클래스 300 <6> 김병권 스틸플라워 대표

명품건물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외관 만든 향토업체…미래 먹거리는 특수 후육관

  •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
  •  |   입력 : 2016-01-19 19:06:09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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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석유 시추, 에너지 발전 등 주요 기반 산업 분야에 쓰이는 후육관을 생산하는 스틸플라워(부산 해운대구) 김병권 대표가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okje.co.kr
- 포스코 다니던 서울출신 김 대표
- 무작정 부산 와 '맨 땅에 헤딩'

- 파이프 '후육관' 제조서 발전된
- 3차원 곡면 성형기술 사업화

- 고온·고압서 견디는 후육관 등
- 해양·에너지 특수제품 개발 박차

2014년 3월 서울 중구의 옛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DDP(동대문 디자인플라자) 건물이 들어섰다. 전시장, 공연장, 컨벤션센터, 시사회 등이 열리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구성된 이곳은 이라크 태생의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를 맡았다. 건축물 외부와 내부에 직선이나 벽이 없는 건물로,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든 초대형 지붕은 마치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유려한 곡선미를 뽐낸다.

"말도 마세요. 건축용 외장 곡면 패널을 개발 후 DDP의 외장 패널을 맡았는데 단 한 곳도 직선이 들어가지 않게 완성하느라 엄청 애먹었습니다. 건축가가 심미적인 부문에 방점을 둬 설계한 의도에 맞게 생산하느라 2년간 심혈을 기울였어요. 2만㎡가 넘는 면적에 하나도 같은 곡면이 없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비정형 건축물로 꼽히는 동대문 DDP의 곡면 외장 패널을 생산한 지역 업체 스틸플라워의 김병권 대표다. 스틸플라워는 국내 최초로 3D 곡가공 양산체제를 구축해 비정형 건축물 외장재에 적용되는 패널 생산을 본격화하고 있다. 딱딱하고 두꺼운 철판을 종잇장처럼 구부리는 건 쉽지 않은 고도의 기술이다.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 등 세계에서 손꼽히는 업체만 가진 이 기술을 국내 중견기업이 국산화해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3D 곡가공은 기존의 곡가공 기술보다 섬세한 곡형 설계물 제조에 적합합니다.곡가공의 수작업 절단 공정이 3D 레이저 절단으로 바뀌면서 절단 정밀도가 25배나 높아졌고, 선형 디자인의 한계를 극복해 심미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 우동의 센텀시티 KNN 건물에 본사를 둔 스틸플라워는 매출의 90% 이상을 수출로 벌어들이는 수출 역군이다. 이곳은 건설, 석유 시추, 에너지 발전 등 주요 기반 산업 분야에 쓰이는 후육관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후육관은 두께가 20~140㎜ 이상인 후판을 이용해 만든 파이프로 석유 개발산업과 해양플랜트 등 첨단 산업에 사용된다.

스스로를 '뼛 속까지 쇠쟁이'라고 부르는 김 대표는 샐러리맨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성균관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포스코에 입사한 그는 자신이 담당하던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창업을 계획했다. 김 대표는 "제가 살던 집과 부모님 집을 담보로 종잣돈을 만들었습니다. 성공한다는 확신보다는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출신인 김 대표는 철강 관련 회사를 창업하면서 부산과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해양 분야 경쟁이 치열한 국내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은 스틸플라워가 자리를 잡기는 힘들었다. 그는 "순진하게도 멋진 제품만 만들면 시장에서 알아줄 줄 알았습니다. 1년간 할 일이 없어 경남 진영 공장에서 풀만 뽑기도 했어요"라며 허허 웃었다.

창업 후 어려움을 겪던 김 대표에게 2003년 기회가 찾아왔다. 원청업체인 광양제철에 물건을 납품하면서 실적을 쌓아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어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주 경기장 건설을 위해 철강 5000t을 수출하는 등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업계 최초로 지난 2013년 5월 정부가 지정하는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스틸플라워는 현재 진영, 포항, 순천, 김포 등 4곳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엑슨모빌, BP,SEVRON 등 유럽, 중국, 미국의 유전개발 기업과 건설 기업 등과 거래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GS 칼텍스 등 국내 시장으로도 외연을 넓히고 있다. 글로벌 해외 철강 업체들을 상대로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지난 2011년 2억 불 수출탑 달성이라는 기록도 쌓았다.

   
스틸플라워는 철강업계에서 드물게 연구·개발(R&D)에 투자를 하면서 글로벌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요구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능력을 키우고 있다. 생산 설비에 매년 100억~150억 원을 투자하고 연구 인력들을 독려해 신제품 출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스틸플라워는 지금 미래 먹거리 사업 찾기에 분주하다. 해양·에너지산업 분야가 전망이 있다는 판단하에 특수 후육관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해양에서 석유를 시추할 때 녹슬지 않는 파이프, 고온·고압에서 견딜 수 있는 후육관 등이 주 대상이다. 후육관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3차원 곡면 성형기술도 신성장 아이템으로 사업화하고 있다. 곡가공 관련 특허 4건은 등록을 완료했다.

김 대표는 실수를 용인하는 자세를 갖자는 경영 철학을 소개했다. "저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닌 실패일 뿐이라고 봅니다. 반복된 실패는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하지만 실수를 용인하고 성장 동력으로 삼으면 반드시 기회로 되돌아 온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철강산업(스틸)에 꽃(플라워)을 피우겠다는 신념으로 회사를 만든 김 대표는 "가족에게는 서운하게 들리겠지만 스틸플라워는 제 인생 최고의 걸작품입니다. 3차원 곡면 성형기술과 고부가가치의 고급강종 후육관 개발 등을 통해 100년 이상 찬란히 피어있는 꽃으로 키워내야 한다는 각오로 뛰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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