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경남 통영시 미륵도 신아SB 조선소의 작업 현장. 25일 작업장 일대가 황량할 정도로 적막감에 휩싸여 있다. 박현철 기자

# 통영 최대 향토기업 침몰

- 70년 전통 2007년 매출 1조
- 작년 법정관리 신청했지만
- 회생 실패로 청산절차 돌입

# 마른 수건도 짜내는 '빅3'

- 대우조선 등 실적개선 위해
- 자산 매각하고 인력 감축
- 2조5000억 규모 긴축 경영
- "시황 개선 때까지 버텨야"

국내 조선소들에 '한겨울'은 훨씬 빨리 찾아왔다. 사상 최악의 경영 위기에 처한 국내 대형 조선 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총 2조5000여억 원에 달하는 자구안을 내놓고 초긴축 경영에 나섰다. 자산 매각, 인건비와 경비 절감, 시설 투자 축소 등 더는 짤 수도 없을 만큼 마른 수건을 짜보기로 한 결과물이다.

한때 세계 10위권에도 들었던 국내 대표적 중견 조선사인 경남 통영 '신아SB(신아에스비)'는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 조선업 불황으로 지난해 4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세 차례 추진한 매각도 불발되면서 70년 역사의 통영 최대 기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 한때 직원만 5000명

창원지법은 신아SB가 법원 민사신청과에 파산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은 파산관재인을 지정하고 신아SB에 대한 청산 절차를 진행한다. 파산관재인은 채권을 회수해 채권자들에게 나눠 주는 역할을 하며 주로 변호사가 선임된다.

통영 상공계 관계자는 "신아SB가 더는 조선소를 이끌어 나갈 수 없다고 판단해 법원에 파산 신청서를 직접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아SB는 1946년 소규모 목제 어선을 건조하는 조선소로 시작해 사명을 (주)신아, 신아조선(주), SLS조선 등으로 변경했다. 자체 기술력으로 4만~5만 t급 운반선 표준선형을 개발해 이 분야에서는 독보적 입지를 구축하면서 세계 10위권 조선소로 도약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연간 매출액이 1조 원에 이를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 당시 직영 직원만 5000여 명에 달하는 등 지역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글로벌 경제 위기로 수주가 끊기면서 경영난을 겪었다. 2010년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이 진행됐지만, 지난해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동안 직원들은 인력 감축과 임금 삭감 등 자구책을 통해 조선소를 회생시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지역에서는 '신아SB 살리기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한 데 이어 경남도와 도의회, 노동계 등이 나서 회생책 마련을 관련 기관에 촉구했으나 파산은 막지 못했다. 파산이 선고되면 현재 남은 200여 명의 직원은 퇴직금을 정산받은 후 자동 퇴사 처리된다.

■ 조선 시황 회복이 관건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실적 개선 또는 경영 정상화까지 총 2조5000억 원 규모의 긴축경영을 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이 1조8500억 원, 현대중공업그룹 5000억 원 이상, 삼성중공업 1500여억 원 규모다.

채권단의 4조 원대 지원을 받는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자구계획을 이행하고 있다. 부동산 등 비핵심 자산을 전량 매각해 7500억 원을 조달하고 앞으로 3년간 인적 쇄신, 직접경비 및 자재비 절감, 공정 준수를 통한 지연배상금 축소 등으로 1조1000억 원 이상 손익 개선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연수원과 골프장 용도로 활용하던 비핵심 자회사 에프엘씨(FLC)를 매각했다. 지난 8월 이후 본사 임원을 55명에서 42명으로 줄였으며 임원들은 임금에서 기본급의 10∼20%씩을 반납했다. 희망퇴직과 권고사직 등을 통해 부장급 이상 1300명 중 300명을 줄였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전 계열사 긴축 경영을 선언했다.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을 포함한 전 계열사의 급여 반납 등 인건비와 각종 경비 절약, 시설 투자 축소 등을 통해 5000억 원 이상 절감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자체 절감액만 3500여억 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 전 사장단이 급여 전액을 반납하고 임원들도 직급에 따라 최대 50%까지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등 조선 관련 계열사에서는 부서장도 급여의 10%를 반납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도 임원 감축과 비효율 자산 매각 등을 단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임원 감축과 비효율 자산 매각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뒤 계획대로 시행 중이다.

한편 정부와 금융당국이 조선업구조조정 여파로 건전성이 악화된 수출입은행에 대해 산업은행을 통해 긴급 자본 5000억 원 수혈을 단행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올해 9월 말 기준 9.44%로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 신아SB 연혁

1946년 최기호 조선소 설립

1976년 신아조선공업(주) 상호 변경

1978년 대우그룹에 편입

1991년 전 사원 출자, 종업원 주주회사인 신아조선으로 재탄생

1998년 (주)신아로 상호 변경

2006년 4월 신아조선(주) 상호 변경

8월 우리사주조합 지분 25.8%를 SLS중공업에 매각. SLS조선(주) 상호 변경

2007년 연간 매출액 1조 원 달성

2010년 5월 워크아웃

2011년 (주)신아 SB로 상호 변경

2012년 11월 워크아웃 1년 연장

2014년 4월 창원지법에 법정관리 신청

2015년 11월 파산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