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올 초 공공기관 해제 후 '지주사 전환-기업공개(IPO)'를 통한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내 거래소 파생상품 시장 운영실 내부 모습. 한국거래소 제공

- 해외 주요 거래소 인수합병통해
- 몸집 키우고 사업확장해 급성장
- 투자자·상장사 상대 중심 영업도
- 수요자 중심 시장서비스 필요

세계 주요 거래소들은 2000년대 들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기업공개(IPO)에 나서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증권거래소는 지난해 싱가포르에 파생상품청산소를 설립한 데 이어 최근에는 상하이거래소와 데이터 공동 이용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싱가포르거래소의 지분 5%를 가진 일본거래소는 지난 4월부터 싱가포르거래소와 교차거래를 시작했다.

유럽파생상품거래소도 싱가포르거래소와 손잡고 내년까지 파생상품거래사무소를 세우기로 했다. 2013년 뉴욕증권거래소를 인수해 세계 최대 거래소로 거듭난 런던상품거래소(LCE)는 일찌감치 싱가포르상업거래소를 사들였다. 지주회사 체제의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력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 더는 안 돼

한국거래소(KRX)는 2009년 1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국제적 경쟁에서 뒤처지고 2011년 세계 1위였던 파생상품시장 규모는 여러 규제를 받으면서 지난해 11위까지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거래소의 전체 순이익은 2602억 원에서 456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사업이 국내에 한정된 데다 매매수수료 중심의 단순 수익구조에 의존해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수익성 지표)도 4%에 그쳤다. 이는 싱가포르(35%), 홍콩(24%)과 비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지주사 전환과 IPO를 서두르는 이유는 현재의 거래소 체제가 그만큼 국제 경쟁에서 뒤처져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각종 규제와 감시망 속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한국거래소와 달리 해외의 주요 거래소는 민간서비스 기업으로서 이미 세계를 무대로 거래소 간 인수합병(M&A), 연계·제휴 등을 통해 몸집을 키우면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영업 방식도 회원 중심에서 투자자와 상장사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전환하며 금융서비스 제공기관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글로벌 거래소와 한국거래소의 체급 한계는 몇 년 전 미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가 운영하는 미국 채권지수 인수에 실패하면서 여실히 드러났다. 바클레이즈 지수사업 부분이 시장 매물로 나올 당시 초기 예상가격은 4억 달러(4710억 원) 수준이었지만 미국 나스닥 OMX 등이 뛰어들면서 가격이 배 이상 치솟았고 내부 자금이 부족했던 거래소는 인수계획을 철회했다. 거래소가 IPO를 하게 되면 재무제표 공개 등으로 수익사업에 매진할 수 있고, 자금확보도 쉬워진다.

거래소 이호철 부이사장은 "2000년 무렵 해외 선진거래소들은 대체거래소(ATS) 등장과 경쟁력 강화의 대응방법으로 '거래소 통합-지주회사-IPO'의 세 가지 구조 개편을 대대적으로 단행했다"면서 "각 자회사가 경쟁적으로 상품을 개발하며 고객에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힘을 쏟는 만큼 한국거래소도 하루빨리 수요자 중심의 시장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해 국제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질 개선 어떻게 하나

거래소는 올 1월 공공기관 해제와 더불어 구조개편을 포함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본격 추진 중이다. 연내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 내년 1분기 중에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게 된다. 이어 3분기까지는 상장을 위한 선결과제를 해소하고, 내년 중 한국거래소지주의 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식시장의 세계적 추세가 플랫폼형 비즈니스를 추구하고 장내보다는 장외시장이 커진다는 점에서 거래소 인력 재배치와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실제 거래소의 인력구조는 중간 책임자가 많은 항아리형 구조로 인사 적체가 심각하다. 거래소가 증시 활황기였던 1987년 이후 인원을 대폭 늘렸는데 대내외적 변동성으로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며 보직이 없는 인력도 비교적 많은 편이라는 지적이다.

동의대 남수현(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거래소의 조직 개편안은 적체된 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부문도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세계적 거래소의 추세가 IPO로 가고 있고, 한국거래소도 동급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차선책"이라고 밝혔다. 이어 남 교수는 "IPO 후 좀 더 효율적인 조직체계를 갖추려면 수익 창출이 가능한 부서에 유능한 인력의 재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거래소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업영역을 더욱 확대하는 추세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글로벌 거래소들은 수수료 중심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지수개발과 정보사업, 청산업 등으로 업무영역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1998년 기준 38% 수준의 영리 거래소 비중은 2012년 74%로 배가량 뛰었다. 동아대 손판도(경영학과) 교수는 "지주회사로 전환이 되면 추진력과 자금확보, 투명한 경영체계 확보 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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