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90% 이상은 비수도권 인재를 일정 비율 이상으로 채용하는 '지방대학 쿼터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서 주요 대기업이 지역의 대졸 채용 비율을 늘리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제로는 이를 '원칙'으로 정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증감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지역인재 35% 이상 채용'을 대기업에 주문한 정부의 방침이 사실상 유명무실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종업원 수 300명 이상인 204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5년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졸 신규채용 과정에서 지방대학 쿼터제를 시행 중인 기업은 9.3%에 불과했다. 반면 '시행하지 않고 있다'와 '미시행 중이지만 제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은 각각 76.5%와 14.2%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의 90.7%가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해당 제도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 제도는 비수도권 출신 구직자에 대한 채용 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정한 뒤 회사내규 등에 반영하는 것이다. 매년 동일한 채용 비율이 적용되거나 비율 하한선이 설정된다는 점에서 비수도권 인재 채용에 대한 기업의 의지 등을 알 수 있다. 올해 미시행 비율(90.7%)은 지난해 9월 전경련이 206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73.3%로 집계된 것보다 17.4%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은 지난해 49.5%에서 올해 76.5%로 늘어난 반면 '시행하고 있다'는 기업은 19.9%에서 9.3%로 감소했다.
국내 대기업의 지방대학 쿼터제 도입 비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은 '수도권 인재가 비수도권 인재보다 우수하다'는 일부 기업의 고질적인 인식과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역인재 채용 확대 방침이 '권고'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이 지역인재를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할 경우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내용의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법'을 지난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주요 채용설명회와 공채 절차 등도 비수도권 인재에 대한 대기업의 소극적 고용 행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경제진흥원 이상엽 선임연구위원은 "대부분 수도권에 본사가 있는 국내 대기업이 비수도권에서도 상당량의 이익을 창출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역사회 공헌 차원에서 일자리 확대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 역시 관련법에 대해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하반기 신입직원을 지난해 수준 이상으로 뽑겠다는 기업은 64.2%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