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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스토리 <22> 이동훈 (주)예감 대표

3D프린팅·메이커스로 스마트하고 돈되게, 제조업 혁신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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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청년창업 1세대인 이동훈 (주)예감 대표가 고블린 팩토리에서 3D프린팅 시제품 생산과정을 설명하며 활짝 웃고 있다. 고블린은 그의 꿈이 도깨비 방망이처럼 현실화되는 요술 작업실이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5년전 연산동서 1인기업 시작
- 홈페이지·모바일페이지 제작
- 디자인-IT 접목해 경쟁력 높여

- 창업 2년 만에 법인 전환
- 다품종 소량 생산 '메이커스'로
- 3D프린터 콘텐츠 분야 두각
- 직원 20명…삼성서 투자 유치

- 3D출력물 후가공기술 특허출원
- '고블린' 프랜차이즈화 진행
- 100억대 CT융합기업 비상 준비

프린팅 과정을 거쳐 생산된 시제품.
세계적인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이 최근 베이징에서 청년들에게 창업 비결을 털어놨다. 혁신을 통한 성공의 길을 걷기 위한 마윈 해법은 단 세가지. 낙관과 적극성, 꾸준함. 환경은 누구에게나 같다. 결국 자신이 하기 나름이다. 그러니 남들이 불평불만을 가질 때 기회를 적극 찾아나서라고 권했다. 단 조건이 있다.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좋아하는 일을 타깃으로 삼으라는 것. 창의성을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윈은 "책을 만 권 읽는 것보다 만 리 여행하는 게 낫다"는 표현으로 대신했다. 죽은 지식이 아닌 생동하는 견문을 넓히라는 뜻이다.

패기 넘치는 부산 청년기업가가 마윈의 성공방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3D프린터 콘텐츠 전문기업인 (주)예감의 이동훈(31) 대표. 그는 제조업자다. 하지만 사업 내용은 혁신적이고도 스마트하다. 제조업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축으로 재등장한 지금 개방형 혁신 전략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됐다. 기존 제조업으로는 저성장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설 자리도 급속도로 줄어든다. 제조업의 근본을 뜯어고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 대표가 노리는 게 바로 이것이다.

그는 제조업이 3D프린팅과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에 의해 엄청난 속도로 변신해 나가는 추세를 일찌감치 내다봤다. 앞이 불투명하지만 성공을 확신한 그 길에 망설임 없이 맨몸으로 뛰어들었다. 산업환경이 자동화에서 스마트 공장으로 발빠른 진화를 시작한 지금, 그는 목표를 정조준했다. 생산의 유연성을 높이고, 품질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키며, 돈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상품을 만들기로. "현 시대는 3D프린팅을 넘어 메이커스(makers), 다시 말해 다품종 소량 생산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3D스캐닝을 비롯한 입체 설계와 소규모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결되는 웹 기반의 다양한 메커니즘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합니다."

예전에는 선반 등 공작기계가 고가인데다 숙련된 기술이 있어야 제품 생산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메이커스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똑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편리한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전문가 영역에서 벗어나 일반화되는 스마트 공장이 가능해졌다. 쉽게 말해 내가 원하는 상품과 장비를 직접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는 팔찌를 예로 들었다. 일반 주물로 비교테스트를 위해 시제품을 만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3D프린터를 활용하면 단시간에 싼 값으로 샘플 제작이 가능하다. 상품 생산도 마찬가지. "박근혜 대통령이 불과 1년 전 3D프린팅 전문인력 1000만 명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달라졌습니다. 메이커스 1000만 명 양성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융복합 개념이 눈부시게 업그레이드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시작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5년 전 연산동 6평 남짓되는 쪽방에 중고 컴퓨터 몇 대 갖다 놓고 1인기업으로 무작정 출발했다. 가진 건 젊은 혈기 뿐. 홈페이지 제작과 인쇄까지 닥치는대로 일을 찾아 다녔다. 하지만 냉철한 시선은 미래를 뚫어봤고, 시장조사와 분석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서울의 연예인들과 부산비엔날레 모바일페이지를 만들어 납품했다. "제가 원래 섞는 걸 좋아했어요. 전공인 디자인을 IT(정보통신) 분야에 접목하니 일거리가 따라오더군요." 다른 업체들이 시도하지 않은 융합의 결과 제작 원가를 확 줄일 수 있었고 가격경쟁력을 갖췄던 것이다. 그는 사업에서 남들보다 빨라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경험으로 배웠다. 이후 그는 사업에서 경쟁이 아닌 독점을 추구한다.

그는 3D프린터 콘텐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로 두 가지를 든다. 첫째는 디자인에 대한 그만의 독특한 시각. 디자인이란 단순히 그리는 개념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여기에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능력까지 포함돼야 진정한 디자인이 완성된다고 확신한다. 믹싱과 융합작업이 여기서 비롯됐다. 다음이 겸손해야 한다는 점. 그는 블루오션이 레드오션으로 변하는 상황을 많이 겪었다. 곧잘 따라하는 우리네 속성으로 인해 숱한 고통을 당해야 했다. "시장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고객들에게 믿음을 줘야한다고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부경대 용당캠퍼스에 있는 회사 입구에도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든든한 파트너!'란 문구를 내걸었다.

비즈니스와 기술, 그리고 꿈이 결합된 그의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3D프린팅에서 메이커스로 발빠르게 변신한 덕분이었다. 1인 기업으로 출발한지 2년만에 부산은행의 출자를 받아 (주)예감으로 법인 전환을 했고, 직원도 20명으로 불어났다. 지난 2월에는 삼성그룹 투자를 성사시켜 3D프린팅을 활용한 시제품 생산 및 산업용 콘텐츠 개발을 전담하는 '고블린'을 세웠다. 도깨비를 뜻하는 고블린으로 정한 것은 마음먹은대로 뚝딱 만들어내는 요술방망이같은 기업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3D 출력물의 후가공기술을 특허출원하면서 100억대 CT융합기업으로 비상하기 위한 기반도 다졌다. 후가공기술이란 프린터로 뽑아낸 출력물의 거친 표면을 다듬고 도장하는 독보적인 아이템. 고블린을 프랜차이즈화하는 작업도 착착 진행돼 오는 10월 대구 1호점, 연내 부산 2호점을 열 계획이다. 가맹점을 통해 고블린의 덩치를 키우는 게 일차 목표인 셈. 이렇게 되면 메이커스 문화를 확산시킬 추진력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이어 마이크로컴퍼니(소회사)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첨단 제조업의 융성을 위한 직언도 서슴지 않는다. 부산에서 기업하기가 그리 녹록지 않다고 털어놨다. "새로운 건 좋아하나, 기득권에 얽매여 변화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심합니다. 그만큼 부산은 보수적이예요." 서울에선 새로운 콘텐츠를 제시하면 "우리가 처음이냐"고 묻는 반면, 부산에선 "서울에선 성공했냐"고 한발 물러선다고 한다. 특히 관공서가 심하단다. 이 대표는 신기술을 과감하게 도입해 시너지효과를 노려야 도약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 "모질고 독해야 큰다 무책임한 창업육성 브레이크 걸고 잘되는 기업 집중해 성장전략 펼쳐야"

■ 이 대표의 청년기업론

"하면 됩니다. 넘어지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나세요. 비전이 보인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절대 포기해선 안 됩니다." 이 대표는 모질고 독한 기업가 정신을 강조한다. 이제 서른을 갓 넘은 나이에 엄청난 시련을 이겨낸 그다. 돈도, 가방끈도 없이 불철주야 땀을 쏟아 창업 6년만에 부산의 떠오른 1세대 청년기업가로 우뚝 섰다.

그는 변명을 무척 싫어한다. '~때문에'란 표현은 그의 사전에 없다. 주변 환경을 원망하지 말고, 실패에 대해 면죄부를 줘서도 안 된다고. '깡'으로 버티고 죽을 정도로 매달리니까 되더란다. 설사 망가지더라도 생각을 바꿔서 노력하라는 것이다. 데스밸리(Death Valley), 즉 죽음의 계곡을 단 몇발짝만 넘으면 오아시스가 보일거라고 조언했다. 그는 실수노트를 일기처럼 쓴다. 그날그날의 실패 항목을 리스트로 만드는 것이다. 노트 관리로 지워가는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사업도 고공행진하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을 터. '그 무엇때문에'를 '내 실수때문에'로 바꾼다면 얼마든지 험로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그에게서 강한 뚝심이 풍긴다.

청년창업에 대해 그는 할 말이 많다. 이제 무책임한 창업육성전략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냉철하게 뒤돌아보고 성장 전략을 펼칠 때입니다." 오래 버티는 능력과 일자리 창출 여부를 면밀히 파악해서 잘되는 기업을 도와주는 게 바로 선택과 집중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많은 청년기업들이 성장을 멈추거나 한계에 부닥쳤다는 게 이 대표의 판단. "이들 기업이 성장의 문턱에서 멋잇감이 돼버리니 청년창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힘든 겁니다. 세종대왕이 왕자로 남았다면 과연 한글이 창제될 수 있었을까요."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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