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이(KTE) 구본승 대표이사가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 공장에서 생산한 고압용 배전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 상선용 '두꺼비집'으로 기틀
- 방산·해양플랜트 등 시장 확대
- 경쟁 심화·단가하락에 어려움

- 방산용 전기제어 기술 확보
- 한국형 잠수함에 힘 보태
- 작년 매출 911억, 역대 최대

- 2020년까지 매출 배로 성장
- 내년 주식시장 상장 목표

1979년 설립된 케이티이(KTE)는 상선용 배전반을 바탕으로 사업의 기틀을 잡았다. 상선용 배전반은 우리가 흔히 아는 가정용 '두꺼비집'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선박이 자체 발전기를 가동해 생산한 전기를 배의 각 부분으로 나눠주는 것이다. 두꺼비집과 다른 점은 섬세하고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배전반에 문제가 생겨 블랙아웃 된다면 선박이 해상에서 좌초돼 인적·경제적으로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케이티이 구본승(48) 대표이사는 "상선용 배전반은 육상용과 달리 배의 운용상태에 따라 전압을 최적화 하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 또 진동과 해수에 견딜 수 있는 내구성도 필요하다. 한국선급은 물론 미국 유럽 등 세계 각 선급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배전반을 국내외에 납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케이티이는 상선 뿐만 아니라 방산용, 해양플랜트용 배전반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함정용 배전반을 생산해 80여 척에 납품했다. 영국·노르웨이·타이 해군이 사용할 수출용 함정에도 국내 업체 최초로 배전반을 납품했다. 함정과 같은 방산용 배전반은 상선보다 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기에 의미가 남달랐다.

구 대표이사는 "방산용 배전반은 충격·진동테스트를 통과하기가 까다롭다. 포를 맞아도 전기가 살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만큼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며 "우리 업체는 미 해군 기준뿐만 아니라 유럽이 요구하는 나토(NATO) 기준까지도 충족하고 있다. 이 점이 경쟁력이다"고 강조했다.

사이드 쓰러스터를 생산하는 모습. 서순용 선임기자

지난해에는 해양플랜트용 저압배전반 자체모델을 개발해 상용화하는 성과도 거뒀다. 해양플랜트용 배전반은 납품가와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에 앞으로 해양플랜트 경기가 살아나면 매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케이티이는 기존의 배전반 전문업체에서 조선·해양·방산 분야의 전기·제어 시스템통합(SI·System Intergration) 전문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는 구 대표이사가 취임한 2012년 이후 바뀐 흐름이다.

구 대표이사는 "2008년까지 배전반은 블루오션이었다. 하지만 이후 국내에도 업체가 많이 생겨 경쟁이 심해졌다. 또 선가가 하락하면서 납품단가가 동반 하락해 수익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배전반 이외의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구체적인 성과도 거뒀다. 자체 연구소에 방산용 SI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케이티이는 잠수함용 전력변환장치, 통합제어시스템, 연료전지 제어시스템, 추진제어시스템 등을 한국형 차세대 잠수함에 납품했다.

"잠수함용 제어시스템을 개발할 때 해외 업체들이 '너희들은 해내지 못 할 것이다, 도와주겠다'고 유혹했다. 불확실성을 이겨내고 시스템 개발에 성공하기까지가 힘들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해외 기술에 의존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한국형 차세대 잠수함 건조에 일조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

케이티이에도 위기는 있었다. 2012년 상선시장의 규모가 줄고 해양플랜트 시장이 급격히 팽창했지만, 해양플랜트용 배전반 대응이 늦어 70억 원의 적자를 봤다. 2013년에는 STX대련의 부도사태에 직격탄을 맞아 15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지난해 방산용 배전반과 잠수함용 제어시스템 납품을 발판으로 역대 최대인 911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12년 758억 원, 2013년 619억 원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 또 '7000만 불 수출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케이티이는 월드클래스 300을 계기로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20년까지 매출을 현재의 배인 2000억 원까지 달성하고, 방산용 배전반과 SI 분야를 총매출의 각각 15%, 2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6월에는 주식시장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구 대표이사는 "SI 시스템을 갖추려면 서브 시스템을 지금보다 더 많이 갖춰야 한다. 상장을 통해 외부 투자금이 유입되면 자체 연구소 인력을 현 30명에서 50명선으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케이티이(KTE) 개요 설립 1979년 5월 위치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 매출액 2014년 기준 911억 원 직원 수 247명 주요생산품 레벨계측장비 원격밸브제어장치 선박평형수처리장치 LED 조명배전반, 상선·잠수함용 각종 제어시스템, 사이드 쓰러스터(Side Thru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