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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스토리 <21> 이석안 장수온돌 회장

'장수' 상표권 12년 싸움 이기고 독보적 황토기술로 재도약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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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안 장수온돌 회장이 기장군 본사 체험실에서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주는 황토부황판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 미소 속에 따뜻한 진정성과 가치를 담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황토 단점 보완기술 개발
- 잠자리 웰빙바람 일으켜
- 10년 전엔 매출 100억 넘봐
- 업계 첫 이노비즈 선정도

- 2002년 돌침대 업체와
- 상표권 분쟁 휘말려
- 작년 승소로 끝났지만
- 회사는 생사 기로 놓여

- 숯 결합 비밀무기 구상
- 관련제품 만들 준비 끝내
- 인터넷·백화점 진출 추진
- 부산서 재도약 자신감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얼마전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 강연자로 나서 말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라"고. 잘해야겠다기 보다 내가 꼭 이걸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게 메이저리거로서 17년 생존한 비결이라고 밝혔다. 그는 꿈과 좌절, 도전과 성공스토리를 이어가면서 "연패의 수렁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머리속에 되뇌었다"고 밝혔다.

의미심장한 충고다. 성공하는 회사는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에 역량을 쏟는다. 그렇지 못하면 경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독자적인 브랜드파워를 갖춘 상품을 선택해서 집중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조건이라 하겠다. 식당을 가보라. 사람들이 붐비는 곳의 특징은 대개 메뉴가 단순하다. 평범하고 특징없는 식당일수록 메뉴가 넘친다. 그러니 시장을 보기 전에 상품의 비가격적 가치와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향토기업 장수온돌의 이석안(66) 회장이 그렇다. 사람에게는 육감이란 게 있다. 상품의 결함과 한계가 결국 드러나는 것과 같이 생산자의 선의도 절대 감춰질 수 없는 법. 이같은 열망이 진정성을 파는 노력을 통해 이익, 그 이상의 가치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 회장이 바로 그런 삶을 추구한다.

그는 황토에 목숨을 건 기업인이다. 오로지 침대에 건강과 장수를 불어넣기 위해 21년을 바쳤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웰빙시대를 활짝 열어젖히고자 한다. 초심으로, 한결같이, 정직하게. 그의 황토 기술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명함에 새겨진 '기술이 앞선 기업'이 잘 말해준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차라리 이 회장에게 어울릴 성싶다. 벤처히트상품과 소비자만족경영대상 기술부문 대상 등 그간 받은 숱한 상만 봐도 알 만하다. 8년 전에는 업계 처음으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다시 말해 이노비즈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경주 양동마을 출신인 그에게 황토 냄새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소재였다. 부산에 와서 대기업에 19년 간 근무하면서도 구수한 옛집 토담의 향기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지인에게서 솔깃한 얘기를 듣게 된다. "국민소득이 5000달러를 넘어서면 건강에 대한 관심이 깊어진다고 하더군요. 황토를 떠올리며 무릎을 쳤습니다." 건강 침대쪽으로 눈을 돌렸다. 1990년대 초기만 하더라도 돌침대 밖에 없던 시절이어서 그는 빅히트를 예감했다. 그에겐 좋지 않은 집안 병력이 있다. 가족 대부분이 간질환을 앓고 있다. 돌침대를 써봤더니 건강이 더 악화되었다고 한다. 차가운 성질의 돌에 열이 가해지면 나쁜 성분이 나온다고 확신한 그는 황토 연구에 들어갔다.

동의보감을 뒤져가며 수년간 황토제품 개발에 매진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황토에 물이 섞이면 거북등처럼 금이 가는 단점을 없애는데 시간이 걸렸다. 결국 약품 처리를 않고 처리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깨끗하게 씻은 황토를 밀가루같이 분말로 만든 후 유황과 한약재를 넣고 숙성시켜 건조시키는 방식이다. 이 신재료를 토대로 황토침대와 매트 베개 방석 등을 만들어 냈다. "제 스스로 먼저 실험해봤습니다. 20년간 괴롭히던 B형간염이 완치되더군요. 황토 덕을 봤다고 느꼈고 자신감도 가졌어요." 독사의 독은 물에 희석하면 치명적이지 않지만 피부를 통해 침투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면서 피부호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황토제품은 바로 피부호흡을 통해 유효성분이 체내 깊숙이 파고든다는 것이다.

인생의 3분의 1을 지내는 침대를 황토제품으로 만들면서 그는 날개를 달았다. 곰팡이나 진드기, 바이러스 등이 없는 일등 건강제품으로 입소문이 났다. 열이 가해지면 원적외선이 나와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큰 도움이 됐다. 잠자리 문화에 웰빙 바람을 불러일으키면서 2004년 매출 100억 원을 넘봤고 대리점만 70개를 훌쩍 넘었다.

하지만 호사다마랄까. 그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무려 12년에 걸친 상표권 분쟁에 휘말린 것이다. 1996년부터 장수온돌이란 상호를 사용해 왔건만 2002년 이를 상표로 등록한 '골리앗' 돌침대 업체가 소송전을 시작했다. "장수라는 용어 자체가 일반적으로 쓰이기에 상표권 등록이 될 수 없다고 믿습니다. 다시 말해 독점적 사용을 할 수 없다는 얘기지요. 그런데도 등록이 되더라고요. 제가 등록주의 폐해의 희생양이 된 겁니다." 온갖 모함과 위증이 난무하고 숱한 특허 및 민·형사소송을 벌인 끝에 지난해 7월 결국 승소했으나 만신창이가됐다. 그새 대리점들은 대부분 떠났고, 매출도 곤두박질쳤다. 기업 생사가 오락가락했다. 하지만 그는 제품의 질을 지키고, 고객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버텨냈다.

롤러코스터 경영을 맛본 이 회장은 이제 재기의 출발선에 섰다. 언젠가 도약의 시대를 맞이할 거라는 자신감으로. 부산이 사업의 꿈을 키워준 곳이기에 본사를 타지역으로 절대 옮기지 않겠단다. 영동군과 보은군에서 입지를 제공하겠다며 담당공무원들이 제안서를 들고 찾아와 수차례 러브콜을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2개월 전 남해군에 1000평에 이르는 초대형 황토방을 설치한 데 이어 최근 하동군 북천면 황토산을 사들여 현지 공장을 만들고 약초도 재배할 계획이다. 물류비를 대폭 절감해서 양산 체제에 들어가면 비싼 제품값을 내리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제 그는 황토와 숯을 결합한 비밀무기(?)를 구상하고 있다. 한쪽은 황토, 다른 면은 숯을 깐 상품을 만들어 100세 장수시대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다. 탈취와 살균 효과가 탁월한 숯은 황토와 찰떡궁합이라고. 올들어 특허출원을 마쳤고 관련 제품을 만들 채비도 갖췄다. 인터넷 시장과 백화점 진출도 추진중이다. 장수온돌을 굳건하게 다시 일으켜 세워 고객 성원에 보답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그의 희망이 힘찬 걸음 아래 영글어가고 있다.


# 이익보다 진정성, 최고만 고집하는 건강가치로 승부

■ 이 회장의 경영철학

이 회장의 장수온돌은 가격이 아닌 건강 가치로 승부한다.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보다 스스로 알게 하겠다'는 신념이 확고하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성으로 이익에 우선하는 가치를 내세운다. 또한 나만의 기술이 응축된 필살기가 있어야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겠다는 고집이 대단할 밖에.

미야모토 무사시가 말했다. 칼의 길이와 강함에 의지하지 마라. 멀리서 이기려 하는 건 마음이 나약한 탓이며, 칼을 강하게 치고자 한다면 몸의 힘이 무너져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스스로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기다리라는 얘기다. 이 회장의 필살기는 어쩌면 황토가 아니라 몸에 밴 정직과 따스한 인성이 아닐까. 숱한 곤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기다리는 자세 역시 무사시의 교훈을 간직한듯하다.

그는 서비스 정신을 대단히 소중하게 여긴다. 18년 전 온돌업계 처음으로 신문고를 운영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실패의 순간을 슬기롭게 대처한다면 오히려 강점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유명 물류회사 페덱스의 '1대 10대 100의 법칙'을 보자. 불량이 생길 경우 즉각 고치는데 쓰이는 비용이 1이라면, 이를 숨기고 회사문을 나서는 순간 10배가 더 든다. 이게 고객 손에 들어가 클레임이 걸리는 순간 원가는 100배로 불어난다는 거다. 그러니 사소한 불량이라도 즉시 완벽한 서비스를 해준다면 평생고객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 회장은 창조경제시대에 상품파라치가 만연하는 건 독이라고 강조한다. 죽을 고생을 해서 제품을 만들어내면 '미투상품'으로 베껴 시장분위기를 망치는 짓은 절대 해선 안 될 일이라고 못박았다. "남의 콘텐츠에 숟가락을 얹으려고 해서야 경제가 어찌 돌아가겠습니까." 차별화된 제품을 통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게 소비자를 위하고, 국민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그의 호소가 마음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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