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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 사과 입장을 밝히기에 앞서 머리를 깊이 숙이고 있다. 신 회장은 이날 입국장을 들어선 직후와 사과 입장 발표 전후 등 대국민 사과의 표시로 모두 세 차례 머리를 숙였다. 연합뉴스 |
- 공항에서 가진 대국민사과 때
- 표 대결도 불사 의지 내외 천명
- 주총 경영권 방어 자신감 표출
- 父子간 면담 놓고 엇갈린 주장
- 롯데측 "분위기 나쁘지 않았다"
- 신선호 "부친에게 바로 쫓겨나"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 발발 이후 일주일 만인 3일 입국하면서 후계 구도를 둘러싼 신격호(94) 총괄회장 일가의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신 회장이 자신에 대한 신 총괄회장의 '해임 지시서'가 법적으로 무효하다고 일축한 데다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역시 이날 일본 출국을 미룬 채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총수 일가의 대립각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분 만에 등 돌린 롯데그룹 부자
이날 신 회장의 입국은 경영권 분쟁으로 흔들린 조직을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신 회장은 입국 직후 취재진과 만나 "(신격호) 총괄회장님의 창업정신에 따라 국내외에 있는 그룹의 기업들을 빨리 정상화시키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말한 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있는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을 찾아 긴급 회동을 가졌다. 이날 오전 일본으로 출국하려던 계획을 연기한 신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이 자리에 배석했다. 다만 신 전 부회장은 아무런 말 없이 부친과 동생의 대화를 듣고만 있었다고 롯데그룹은 밝혔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은 5분 정도에 불과했다.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에게 "(일본에) 잘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했고, 신 총괄회장은 "어디 갔다왔냐?"고 물었다. 신 회장이 "동경에 다녀왔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신 총괄회장은 "어허"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면담 시간은 짧았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면서 신 전 부회장은 아무런 말 없이 듣고만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롯데호텔에 나타난 신선호(82) 일본 산사스 식품회사 사장은 취재진에 "신 회장이 왔는데 허락받고 온 것도 아니고 혼자 올라왔는데, 신 총괄회장은 보자마자 (무서운 얼굴로) '나가'라고 호통을 쳤다"고 주장했다.
신선호 사장은 "(신 회장이 갑자기 찾아왔으나) 신 총괄회장이 '만나지 않겠다'고 해서 신 회장이 1∼2초 사이에 바로 나갔다"고 전했다.
또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도 만나지 않았고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찾았던 옆 방에 신 전 부회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 사장의 주장대로라면 신격호·동주·동빈 3부자 회동은 사실상 불발됐으며, 이는 신격호·동빈 부자 대화에 신동주 전 부회장이 동석했다는 롯데그룹의 설명과는 상반된다.
■신 회장 '계획된 수순' 관측도
신 회장의 입국과 부자 간 회동이 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 회장이 입국 직후 고개 숙여 강조한 대국민 사과와 달리 자신을 향한 신 총괄회장의 '해임 지시서'에 대해서는 강한 반감을 드러내며 "법적으로 무효하다"는 입장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발언은 신 회장이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향후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과 법정소송 등 전면전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날 롯데그룹은 부자간 회동에서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대화가 없었다고 전했다. 향후 부자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고령인 신 총괄회장과 극적인 화해나 장시간 회동 가능성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신 회장이 귀국 직후 곧바로 신 총괄회장을 찾아간 것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의 표 대결과 법정 소송 등을 통한 그룹 지배권 확보를 자신의 의도대로 정면돌파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그룹 안팎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만난 뒤 곧바로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을 찾아 진척상황을 점검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현재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한국에 있는 동안 신 회장은 유일하게 일본에 남아 우호지분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입국으로 롯데그룹의 '형제의 난'이 더욱 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방문을 연기한 것도 경영권 분쟁에서 부친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해 신 총괄회장 옆에서 '반(反)신동빈' 분위기를 지속하려는 판단이 깔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 전 부회장은 향후 일본으로 가 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와 우리사주 등을 상대로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지난달 28일 신 회장 주도의 긴급 이사회에서 신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한 것과 관련해 정관 변경의 필요성이 있는 만큼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 개최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신 회장 측은 신 전 부회장이 주장한 '롯데홀딩스 임원 교체 안건 논의를 위한 주총 개최'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대립 구도가 더욱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