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오너일가 회의…신동빈 회장 불참
- 장남측 反신동빈 연대로 전세역전 가능성
- 삼촌 신선호 "최종 경영자는 장남" 못박아

- 후계자 진흙탕 싸움에 국내경제 악영향
- 신성장 사업 등 차질에 비난 여론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절대 우위가 예상된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이 점차 수세에 몰리고 있다. 부친인 신격호(94) 롯데 총괄회장의 정확한 의중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 회장을 제외한 롯데그룹 오너 일가가 '반(反)신동빈' 전선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롯데그룹의 '왕자의 난'은 31일 밤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신 총괄회장 일가의 가족회의가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동빈 뺀 롯데 오너 일가 한자리에

31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오너 일가는 신 총괄회장의 부친 신진수 씨의 제삿날인 이날(음력 6월 16일) 저녁 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가족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의 부인인 시게미츠 하츠코(88) 씨가 전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것도 시아버지 제사가 있어서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신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82) 일본 산사스 사장도 이날 오후 한국으로 들어왔다.

신 사장은 지난 27일 신동주(61)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장녀 신영자(73)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함께 신 총괄회장을 호위하고 일본으로 출국할 당시 동행했던 인물이다. 이 밖에도 이날 제사에는 신 이사장과 신동인(69·5촌 조카)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도 참석할 전망이다. 신 회장을 제외한 롯데그룹 오너 일가가 모두 모이는 셈이다. 제사는 통상 신 전 부회장의 성북동 자택에서 지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신 회장은 당초 이날 한국으로 들어오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이날 귀국 일정을 연기했다. 따라서 제사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이날 신 총괄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표면상 제사 때문이다. 하지만 일가족이 참여해 식사를 함께하면서 최근 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분쟁과 관련해 가족회의를 열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가족회의는 '반신동빈' 전선으로 흘러갈 개연성이 있다.

게다가 신선호 사장은 이날 선친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오후 7시께 신 전 부회장의 성북동 자택을 찾았다가 신 총괄회장이 오래전부터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후계자로 생각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일본 양국 롯데를 신 전 부회장이 모두 운영해야 하는 것이 신 총괄회장의 뜻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어쨌든 최종 경영자는 장남"이라고 못박았다.

신 사장은 이어 "(신 총괄회장이) 동주가 경영권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의견이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한 것 역시 신 총괄회장의 뜻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신 총괄회장은 최근 1년간 본인이 전혀 모르는 내용이 보도되는 것에 대해 격분했다"며 "동빈이 의사에 따라서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총괄회장은 '내가 총괄회장인데 그런 지시나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대여섯 번을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 총괄회장이 아들 신 회장에게 경영권을 탈취당한 것으로 여긴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이날 가족회의를 통해 논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후계 구도 다툼은 장기화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 회장이 제사에 참석할 경우 다른 가족과의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도 있지만 불참이 사실상 확정된 터라 갈등 국면의 개선 여지가 작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오는 3일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신성장동력 사업 좌초 위기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재벌가의 '이전투구' 행태를 여실히 보여줘 국민의 반기업 정서가 크게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실제로 재계 순위 5위인 롯데그룹은 현재 부진을 겪고 있는 유통업을 포함해 면세점 사업과 신성장동력 사업, 잠실 제2롯데월드 완공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이 같은 현안만 처리해도 빠듯한 상황에서 후계자 자리를 놓고 형제간 분쟁이 민낯을 드러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의 굵직한 주식회사인 롯데그룹의 운명이 오너 일가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