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바다축제 중 '해변 탱고의 밤'이 열린다. 다음 달 1일 오후 8시부터 광안리해수욕장 만남의광장에서 마련되며 입장료는 없다. 한여름 밤 해변을 무대로 아르헨틴 탱고의 매력인 깊은 아브라소(스페인어로 '안기')와 각본이 없는 즉흥성,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자리다. 이 행사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이자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아르헨티나 탱고를 부산 시민에게 소개하고 함께 즐기기 위해 부산 지역 탱고 동호회 주최로 마련됐다. 애초 지난해 처음 기획됐지만, 태풍으로 취소되는 탓에 올해 첫선을 보이는 셈이다.

다만, 밀롱가(탱고를 추는 장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플로어에는 탱고 동호인만 입장할 수 있다. 일반 관객은 플로어 밖에서는 얼마든지 관람할 수 있다. 밀롱가 중간에는 부산 지역 탱고 동호회원들의 시범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 아르헨틴 탱고는 무엇

우리에게 익숙한 '탱고'는 영어식 발음이다. 원래는 스페인어식 발음인 '땅고'.

초창기 탱고는 가난한 부두 노동자 등 하층민의 춤이었으나, 20세기 초부터는 상류층에도 널리 퍼지며 급속히 발전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탱고가 유럽으로 건너가 변화하며 발달한 게 댄스스포츠의 한 종목으로서의 탱고이다. 이는 아르헨티나의 탱고와는 완전히 다른 음악과 춤. 둘을 구분하기 위해 '콘티넨털 탱고'와 '아르헨틴 탱고(땅고 아르헨띠노)'로 부르기도 한다.

탱고의 '황금기'는 1930, 40년대.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정치·경제적 상황 탓에 탱고의 인기는 급속히 식었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 대다수가 즐기던 춤에서 일부 소수에 의해 명맥만 유지되다시피 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탱고 쇼'들의 세계적인 흥행에 힘입어 탱고는 부흥기를 맞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소셜댄스 붐이 일었고 살사, 스윙에 이어 탱고도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춤이 됐다. 2003년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는 탱고 페스티벌을 열고 세계탱고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 빈티지, 자유롭고 즉흥적

탱고는 한마디로 빈티지 문화다. 1930, 40년대에 유행하던 춤을 당시 연주되고 녹음된 음악에 맞춰 춘다. 대부분 '황금기'에 인기를 누렸던 악단의 앨범에 수록된 음악이다.

탱고에는 다른 소셜댄스와 달리 반복되는 '베이식 스텝'이 없다. 탱고의 기본적인 움직임은 파트너와 음악을 들으며 '안고 걷는' 것이다. 매우 자유롭고 즉흥적이다. 이는 처음 탱고를 접하는 사람에게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익숙해지면 탱고의 가장 큰 매력임을 알게 된다. 서로에게 따뜻한 위안이 되고 활력을 주는 것도 탱고의 또 다른 매력이다.

■ 한국의 아르헨틴 탱고

우리나라에 아르헨틴 탱고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2000년 '라틴속으로'라는 동호회가 생기면서부터. 당시 국내에는 탱고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사람이 없었던 까닭에 '라틴속으로'는 '품앗이' 제도를 도입했다. 먼저 배운 선배가 후배에게 대가 없이 전수해 주는 것. 품앗이에 힘입어 동호회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역에서도 동호회와 밀롱가가 생기기 시작했다.

탱고 인구가 늘면서 전문가들도 생겨났고, 이들을 중심으로 아르헨티나 마에스트로 초청 워크숍, 국제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2007년 사단법인 한국아르헨티나땅고협회가 꾸려졌다. 지난해부터는 세계탱고대회 아시아지역 예선이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외에 서울에서도 열렸다.

■ 부산의 아르헨틴 탱고

부산에는 2003년 '뿌에르또 땅고' 동호회가 생긴 뒤 탱고 인구가 늘기 시작했다. 현재 동호회 10여 곳이 활동 중이며, 동호인은 300여 명 정도다. 대부분의 탱고 동호회는 '다음카페'에서 활동 중인데, 동호회별로 수시로 회원을 모집한다. 탱고에 관한 더욱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전문 강사도 활동하고 있다. 소규모 레슨 외에 아예 스튜디오를 열기도 한다.

이번 '해변 탱고의 밤'을 진행하는 부산탱고동호회연합 김홍석 엘 불린탱고스튜디오 대표는 2005년부터 탱고를 시작했다. 그는 하비에르 로드리게스 등 국내외 유명 마에스트로에게 탱고를 배웠다. 2009년 아시아 탱고 챔피언십에서 4위에 입상했고, 2011년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세계탱고대회 때 결승에 올랐다. 자세한 내용은 엘불린 다음카페(cafe.daum.net/elbulinbusan)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