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월드클래스 300 프로젝트'에 부산지역 기업 6개사(엔케이, 디오, 한라IMS, KTE, 화인, 대양전기공업)가 선정됐다. 전국 총 30개사 중 20%의 비율이며 경기(8개사) 다음으로 많은 숫자이다. 이는 최근 지역 기업의 높아진 기술력이 빛을 발한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매주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부산기업을 소개한다. 월드클래스 300이란 매출액 수출비중 연구개발(R&D)투자 등이 일정규모 이상인 중소·중견기업을 선정한 뒤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는 프로젝트이다. 

- 안전·친환경 선박용 소화장치

-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 오존 이용 선박 평행수 시스템

- 3년 만에 매출 24% 차지 '효자'

- LNG탱크 개발 등 사업다각화로

- 5년 내 매출 3배 달성 당찬 포부

"최근 조선해양 경기가 좋지 않지만 기자재 업계의 전망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기가 나쁘더라도 꼭 써야하는 기자재는 있기 마련입니다. 업계 트렌트에 기민하게 대응해 2019년 매출 7000억 원을 달성할 것입니다."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에 본사를 둔 조선해양기자재 업체 '(주)엔케이(NK)'의 김경훈(58) 대표이사는 전 세계적인 조선 경기 불황에도 좀처럼 초조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엔케이의 4대 생산품은 모두 세계시장에서 인정을 받았거나 최소한 가능성을 입증했다. 35년 역사의 지역 대표 강소기업은 경기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어려울 때 오히려 미래를 대비하는 노련함이 엿보였다. 

엔케이는 창업주 박윤소 회장이 1980년 창업한 '남양금속공업사'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탱크에 쓰이는 멘홀을 생산하다 사업 다변화를 위해 선박 소화장치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국내 조선업체는 선박 소화장치를 대부분 영국 일본 등에서 수입했다. 박 회장은 국제해사기구(IMO)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 소화장치 분야가 진입은 어렵지만, 일단 진입만 하면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때부터 생산한 선박용 소화장치는 현재 기획부터 설계 생산 설치 시운전까지 패키지로 제공하는 토탈 솔루션으로 발전했다. 또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시스템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엔케이는 선박 소화장치 생산 기술을 기반으로 특수산업용기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소화장치에 쓰이는 이산화탄소(CO2) 용기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다 국산화 한 것이다. 이후 육상용 압력용기 생산에도 뛰어들어 국내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와 러시아 우주항공 프로젝트에도 압력용기를 납품할 정도로 탄탄한 기술력을 확보했다.

최근 엔케이가 주력하고 있는 제품은 선박 평형수 처리시스템(BWMS)이다. BWMS는 2012년 처음 매출이 발생해 지난해에는 매출의 24%를 차지할 정도로 '효자 종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평형수는 선박이 무게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주입하는 바닷물이다. IMO는 연안생태계에 외래종이 유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평형수 내 모든 생물을 제거한 뒤 배출하도록 규제할 예정이다. 신규 선박은 물론 기존 선박까지 이 장치를 설치해야 해 전 세계적으로 60조 원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표이사는 "국가연구개발 과제로 선정돼 세계 최초로 오존 주입 방식 BWMS를 개발했다. IMO의 승인도 받았다. 현재 세계 4위까지 올랐지만 오존 주입 방식은 다소 가격이 비싸고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어 대형선에서 주로 쓴다"며 "소형선을 타깃으로 염소 등 약품을 이용해 평형수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제적으로 BWMS를 개발한 엔케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다른 시장을 내다보고 있다. 바로 IMO의 선박 배기가스 규제로 파생되는 시장이다. 김 대표이사는 "선박 배기가스 저감장치에 진출할 계획이다. 1차 연구과제를 끝냈고, 월드클래스 300 선정에 따른 정부 연구개발(R&D) 지원을 토대로 2차 연구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케이는 또 최근 환경규제에 따라 LNG 연료 추진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포스코와 함께 고망간강 LNG 탱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말쯤 개발에 성공하면 기존 탱크보다 기능은 향상되고 가격은 30% 저렴한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엔케이는 이번 월드클래스 300 선정을 계기로 5년 안에 매출 3배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2019년까지 올해 예상 매출 2300억 원보다 세 배가량 많은 7000억~8000억 원 매출을 올리겠다. 현재 230명 정도인 직원도 700명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