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은 책임론도 불거져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채권단의 구조조정 방안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긴급 수혈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16일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전날 금융당국과 함께 긴급 회의를 열고 최대 3조 원 규모의 영업손실(본지 16일 자 14면 보도) 우려가 제기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산은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추진하면 주식시장을 포함한 금융권의 불안과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활동 타격을 야기할 수 있다"며 "유상증자와 출자전환 등을 적극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조만간 이 회사에 대한 정밀 실사를 진행해 정확한 부실 규모를 파악한 뒤 유상증자와 자금 지원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올 1분기 대우조선해양의 자본총계(연결 기준)는 4조5649억 원이다. 총부채도 17조514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재무제표에 기록하지 않은 2조 원 규모의 손실을 반영하면 자본총계는 2조 원대로 떨어지고 부채비율은 600%까지 치솟는다. 따라서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판단이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이다.

반면 당초 거론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은 대우조선해양에 자금을 빌려준 금융권의 충당금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대출채권과 유가증권 등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국내 은행의 신용 공여액은 21조7000억 원 수준이다. 산업은행은 전날 '주채권은행 입장' 발표문에서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추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산은에 대한 책임론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을 31.46%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관리 소홀'에 대한 지적이 있는 데다 산은 출신 인사들이 이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이 2조 원 규모의 손실을 고의적으로 누락시켰다는 의혹과 관련해 은폐 정황이 드러날 경우 즉각 회계감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51% 내린 818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가격제한폭(-30%)까지 떨어진 전날에 비해 낙폭은 줄었으나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국신용평가도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