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견업체 2곳 최근 1차 부도
- 저가수주 관행 개선기회 기대도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2분기에 최대 3조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관측되면서 지역 조선기자재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련STX 파산으로 지역 업체들이 투자 손실을 입어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대형 거래처인 대우조선해양마저 휘청거리면서 유동성 위기가 심화할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조선기자재업체의 줄도산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3' 조선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가운데 대우조선해양과 거래를 하고 있는 지역 조선기자재업체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부산조선기자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조선 '빅3' 중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물량이 가장 많다 보니 대우조선해양 측에 납품을 한 업체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당장 계약 물량이 취소되는 일은 없겠지만, 향후 대금 결제 지연 등이 발생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유동성이 악화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기관이 조선기자재업체에 대한 대출 회수나 신용등급 강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금결제 지연이 현실화할 경우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또 채권단의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대우조선해양의 국내외 수주 물량 축소와 함께 향후 물량 감소와 납품단가 인하로 이어지면서 일감 부족에 허덕이는 조선기자재업계로서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기자재 업체의 줄도산도 우려된다. 매출액 100억 원대를 기록하고 있는 지역 중견 조선기자재업체 2곳이 최근 1차 부도를 맞았다. 또 업황 부진으로 업체를 폐업하기 위해 공장 매각에 나서는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계상황에 봉착한 업체들이 사업을 정리하거나 매각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악화될 경우 연쇄부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저가수주 관행이 개선돼 조선산업과 기자재업계에는 재도약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 '빅3'의 조 단위 적자 사태는 해양플랜트와 신조 선박의 저가 수주에 기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조선사의 저가 수주는 조선기자재업체의 저가 납품으로 이어지면서 수익성 악화의 연결고리가 됐다.
조선기자재조합 관계자는 "조선업계는 물론 정부에서도 과당경쟁에 따른 저가수주를 지양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적정한 선가를 받으면 향후 지역 기자재업체의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