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부산 중구 중앙동 부산항만공사 사옥에 임기택 사장의 IMO 사무총장 당선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 6년간 배 타다 이민 고려 중에
- 해사행정 전문가 기회 잡아

- 우연히 만난 오거돈 전 장관
- "적임자이니 출마하라" 권유
- 강의구 단장 파나마 지지 끌어내
- 열세 속 27개국 돌며 선거운동
- 6차투표 끝에 '해양 대통령' 당선

'세계 해양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제해사기구(IMO) 첫 한국인 사무총장 탄생(본지 1일 자 1·17면 보도)은 한편의 극적인 역전 드라마였다.

6차 투표까지 가는 피를 말리는 접전 끝에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덴마크 후보를 12표 차이로 누르고 과반수를 차지해 당선됐다. 우리나라는 1차 투표에서 10표 대 12표로 밀렸으나, 2차 투표부터 역전해 마지막 6차 투표에서는 26표 대 14표로 앞섰다.

지난 3월 31일 IMO 사무총장 후보 등록을 할 때만 해도 임 후보는 덴마크와 사이프러스 후보 간 양강 구도 속에 당선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점쳐졌다. 임 당선인이 세계 27개국을 돌며 철인적인 선거운동을 하는 열정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어우러져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임 당선인은 마도로스 출신답게 위기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출마 역시 드라마틱했다. 지난 2월 설날 연휴 무렵 임 후보가 부산발 서울행 KTX 열차 안에서 우연히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만난 게 계기가 됐다. 임 후보가 IMO 사무총장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오 전 장관은 "IMO에서 6년간 근무했고 해사안전 전문가인 임 사장이 적임자이니 출마하라"고 권유했다. 출마를 저울질해오던 임 후보는 오 전 장관의 말에 출마를 결심했다.

서병수 부산시장,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강의구 부산영사단장,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등은 이번 역전 드라마에 조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서 시장은 정치적 인맥을 동원해 임 후보가 우리나라 후보로 확정되는 데 도움을 줬고,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을 지낸 유 장관은 해수부는 물론 청와대의 지원을 끌어냈다. 강 단장은 20년간 파나마 명예영사를 하면서 쌓은 현지 최고위층과 접촉해 파나마의 공개지지를 끌어내는 데 역할을 하는 등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파나마 공개지지는 선거 판세를 뒤집는 분수령이 됐다.

임 후보가 한국해양대를 졸업하고 6년간 항해사로 배를 타다가 해수부 공무원이 된 것도 극적이다. 승선생활이 끝내고 부산지역 해운회사에서 육상근무를 할 당시 미국에 이민을 간 친척의 권유로 이민을 갈까 말까 고민하던 중 선박직 사무관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해사행정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됐다. 이런 인생의 전환점이 IMO 사무총장으로 가는 출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