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KRX)와 금융위원회가 'KRX의 지주회사 전환' 방안(본지 지난 24일 자 2면 보도)에 잠정 합의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 취임에 맞춰 거래소의 구조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3개월 만이다. 하지만 거래소 노조는 "코스닥시장 분리를 포함한 거래소의 구조개편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임 위원장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반발했다.

26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양측은 KRX를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각 시장(유가증권 코스닥 파생상품 등)을 '지주회사 거래소'의 자회사로 독립시키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에 앞서 거래소 최경수 이사장은 지난 19일 임 위원장을 만나 이 방안이 포함된 거래소의 구조개편 추진 계획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는 또 이날 오후 부산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금융위와 합의한 방안을 임원들에게 설명한 뒤 추가적인 보완 내용 등을 논의했다.

거래소와 금융위가 합의한 방안은 지난 22일 임 위원장과 새누리당 부산 의원들 간 국회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과 대부분 일치한다. 다만 이에 덧붙여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거래소의 기업공개(IPO) 추진 일정 등 추가 방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거래소 내부에서는 '지주회사 KRX'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IPO를 꼽고 있다. 거래소 경영지원본부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와 대등한 경쟁체제를 이루거나 경영 효율화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IPO가 필수 요소"라며 "지주회사로 바뀌어도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주회사 전환의) 효과는 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양측은 한국예탁결제원과 코스콤을 현재와 같이 거래소의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금융위는 이 같은 합의안을 다음 달 7일을 전후해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거래소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임 위원장을 강력 비판한 뒤 거래소 구조개편 방안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특히 노조는 임 위원장과 부산 정치권이 개최한 국회 간담회를 '정치적 야합'으로 규정하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임 위원장은 거래소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경영간섭이 자본시장 비효율의 원인이 됐음을 알아야 한다"며 "올바른 정책적 판단에 근거해 코스닥 분리 및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기 노조위원장은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면 파업과 금융위원장의 퇴진, 직무유기에 따른 법적 책임을 함께 묻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