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자 대신 실수요자 유인
아파트 분양 열기가 계속되면서 올해 초까지 대부분 신규 분양단지에서 적용하던 중도금 무이자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이자후불제나 일부 중도금 유이자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용으로 가격 상승도 뚜렷해졌다.
건설사들이 부동산 활황을 등에 업고 분양 혜택을 축소한 것이어서 실수요자는 청약에 떨어질 경우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사서 입주 때는 이자까지 내야 하므로 내 집 마련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5일 1순위 청약을 하는 해운대자이2차는 이자후불제를 조건으로 분양 중이다. 지난달 말 분양한 사직역삼정그린코아더베스트2차는 통상 10% 수준인 계약금을 15%로 올렸다. 중도금 60%에 대해 이자후불제도 적용했다. 경동건설이 최근 공급한 토성동 경동 리인타워도 중도금 일부 유이자 방식으로 분양했다. 6차례에 걸쳐 내는 중도금 가운데 3번에 대해 이자를 내도록 한 것이다. 경남 양산 신도시에 최근 공급된 대방노블랜드8차 역시 중도금 이자후불제를 채택했다.
중도금 납부 방식의 변경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호황을 노려 건설사들이 수익을 좀더 챙기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중도금 이자를 전용면적 84㎡ 기준 1500만 원(연 4%)씩만 계산해도 400가구면 60억 원이나 된다"면서 "건설사나 시행사가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것이라 해도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실수요자는 3년 뒤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이자를 포함해서 분양가를 다시 계산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양 방식의 변경에도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뜨겁다. '이자 후불제'나 '일부 유이자'를 도입하는 단지도 계약 후 2~3주 만에 대부분 완판 도장을 찍고 있다. 웃돈도 2000만~3000만 원씩 형성된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4월 분양가 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된 이후 부산 아파트 분양가도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대한주택보증이 뽑은 5월 말 기준(이전 1년간) 부산의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934만 원이다. 이는 2013년 말 811만 원과 비교하면 3.3㎡당 120만 원 이상 오른 것이다. 게다가 지난달 이후 부산에서 공급된 중형급 이상 단지 분양가격은 3.3㎡당 1050만~1250만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자와 확장비를 감안하면 1300만 원에 육박한다는 관측도 있다.
동의대 강정규(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유이자 전략을 동원해 청약 위주로 흐르는 분위기를 바꾸고, 투자자 대신 실수요자를 유인하겠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며 "시장 과열만 믿고 분양가를 한꺼번에 올리거나 이자후불제 도입 등 분양 조건을 바꾼다면 예상보다 빨리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