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모습. 국제신문 DB

- 독립법인화 비난 잠재우고
- 지주회사 전환 부담 덜어
- 경영권 독립 분리와 같아
- 부산지역 반대 여론 거세

정부가 코스닥시장을 한국거래소(KRX)의 자회사로 전환하는 방안 등에 초점을 맞춰 KRX의 구조개편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방안은 여론몰이 비판을 불러 온 최근 두 차례의 토론회에서 코스닥시장 분리에 찬성하는 인사들이 '최적의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코스닥시장 독립 법인화(완전 분리)'에 따른 비난 여론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는 모양새가 갖춰진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현재 KRX의 자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처럼 코스닥시장의 경영권이 거래소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을 의미해 '완전 분리'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4일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따르면 정부는 KRX에 대한 구조개편 방안으로 ▷코스닥시장 독립 법인화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바꾼 뒤 코스피·코스닥·코넥스시장을 거래소(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전환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을 모·자회사 관계로 전환 등 3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가운데 금융위는 세 번째 방안을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고 있다. 코스닥시장을 완전히 떼어낼 경우 '독립 코스닥시장'이 자기자본 1000억 원 이상의 기준을 갖춰야 하는 데다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 개정과 부산을 포함한 각계의 반대 여론 등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바꾸는 방안도 체제 전환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세 번째 방안은 시행령만으로 가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실적 방법'의 구체적 의미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최근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자본시장연구원(지난달 28일)과 새누리당(지난 2일) 주관으로 각각 열린 두 차례의 토론회에서 '분리' 찬성론자들은 "코스닥시장을 거래소의 자회사 형태로 두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 방안은 가뜩이나 악화한 거래소와 부산지역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자회사로의 전환이 언뜻 보면 코스닥시장을 떼어내지 않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으나, 경영권이 거래소로부터 완전 독립하는 것이어서 '코스닥 분리'와 다를 게 없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사외이사를 지낸 부산대 김태혁(경영학과) 교수는 "자회사로 전환되면 거래소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며 "투자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예탁원의 경우 거래소가 지분 70.41%를 갖고 있는 KRX 자회사 형태지만 인사와 경영, 예산 관리 등은 독자적으로 수행한다. 거래소의 자회사인 코스콤도 마찬가지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금융위가 코스닥시장본부의 의사 결정권을 거래소의 별도 기구인 코스닥시장위원회에 부여해 '사실상의 분리' 논란(본지 지난해 4월 16일 자 1면 보도)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