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 부산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열린 할랄수산식품기술지원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이슬람교 교직자들이 할랄 수산물 요리를 시식하고 있다. 국제신문DB

- 中企 인증 어려워 참여 힘들어
- 현지화·맞춤형으로 개척나서야
- 부산시, 내년 토탈지원센터 설치

할랄 식품 시장이 국내 수산물 가공·수출업계의 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와 할랄 식품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할랄 시장은 전 세계 식품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현재의 배가량인 2조539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시장에 대한 정보 접근과 할랄인증 과정이 어려워 중소 업체의 참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증부터 현지화까지 체계화 시급

	부산 기장군 기장물산에서 말레이시아 자킴(JAKIM) 관계자가 할랄 인증을 심사하고 있다. 기장물산 제공

이런 지적은 지난달 20일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열린 수산식품전문가협의회에서도 제기됐다. 나라마다 할랄 인증이 달라 많이 비용이 드는 등 어려움이 있다는 게 이날 참석자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세계 할랄인증기관은 말레이시아 JAKIM과 인도네시아 MUI, 이슬람권 ICRIC을 비롯해 300여 개가 있다. 국내에도 인증기관(KMF)이 있지만, 전 세계 통용 인증에 한계가 있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안정성 부장은 "인증을 위해 제품에 가감해야 할 것, 제조상 주의사항 등 절차를 연구기관이 제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할랄 국가별 정보를 체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할랄 자문업체 펜타글로벌 조영찬 대표는 "인증은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다. 마케팅이 더 중요하다"며 "종파, 지역별 선호를 고려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할랄산업협회 김진우 회장은 "기업이 컨설팅 기관에만 의지하지 않도록 할랄 교육 시설과 전문가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인증 넘어선 수출기업 토탈지원

부산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내년에 '할랄 기업 원스톱 토탈지원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연간 20억~30억의 정부 예산을 받아 지역 수산기업의 할랄 시장 개척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앞서 지난달 시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수과원 등 12개 기관은 '부산 수산식품 가치 고도화 및 할랄인증 지원 시범사업' 양해각서(MOU)의 후속조치로 할랄 공동 마케팅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시 김영대 수산유통가공과장은 "할랄 인증 유효기간(2년) 내 수출 길이 안 열리면 무용지물"이라며 "기업 주도형과 기업 밀착형 등 두 트랙으로 수출업체의 상품 현지화, 마케팅 활성화 등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할랄 식품과 수산물 수출'을 주제로 4회에 걸쳐 '해외시장정보 이슈 분석' 정보지를 발간한다. 1회에서 KMI는 "국가별 소비 특성, 할랄 인증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 수출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할랄 인증의 국제표준이 없고 상호인증도 제한적인 만큼 수출국에 따라 수산물의 양식·가공 장소, 원료, 과정이 고려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성분분석 부담…수과원 시스템 갖춰야"

■ 기장물산 김양춘 대표

"성분검사, 현지인 채용 등 도움이 필요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기장물산 김양춘 대표의 이야기다. 김 대표는 부산 기장군 일광면에서 지역 특화상품인 해조류를 가공해 매장 1300곳에 유통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할랄 인증을 준비해 최근 해초 샐러드, 염장 건조 미역, 말린 다시마 등이 말레이시아 자킴 인증을 받았다.

김 대표는 "인증 준비가 쉽지 않았다"며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분은 인증기관에 보고할 제품 성분 분석"이라고 말했다. 분석 기관에 건당 50만~60만 원을 줘야 하는데, 일부 업체는 이 비용이 부담스럽다. 인증에 적합한 이슬람인 전문가 채용도 쉽지 않다. 돼지고기와 술을 먹지 않으면서 할랄 식품에 해박한 이를 찾아야 하는데, 정부 기관이 인력 풀을 갖추고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김 대표는 "수출 제품의 다양화를 위해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무료로 성분 분석하면 좋겠다"며 "현지 마케팅도 전문 기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수과원 장미순 박사는 "할랄 인증 성분 중 일부는 분석이 어렵다. 수과원 할랄수산식품기술지원센터가 인증 기준에 적합한 분석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 "현지업체와 연계, 복잡한 인증절차 줄였죠"

■ 동해STF 김동주 대표

"현지 바이어와 연계한 원물 수출로 복잡한 할랄인증을 피했습니다." 국내 최초로 양식 연어를 통해 말레이시아 할랄 시장을 개척한 중소업체가 있다.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주)동해STF가 바로 주인공.

이 업체는 4년 전부터 할랄 시장에 문을 두드려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 가공업체인 스내퍼와 200만 달러짜리 수출 계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슬람 현지 할랄인증은 수산 가공공장 내 직원이 술을 먹으면 안 되고 매일 두 차례 기도를 올려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주)동해STF 김동주(68) 대표는 "할랄 인증에 부대비용까지 포함해 최소 3000만 원이 든다. 정부 지정 항목에 대해서만 90% 지원이 적용돼 실제 지원은 3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며 "할랄 현지 업체와 연계해 인증을 우회하는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현지 바이어에게 제출할 연어와 사료에 대한 성분 분석표 작성 절차를 밟고 있으며, 계약 규모는 최대 500만 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며 "할랄에 대한 정책 지원이 튼실해지면 인증을 받아 가공업에도 뛰어들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