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호텔 신입사원 정지혜(왼쪽) 씨와 김혜린 씨가 호텔 정원에서 활짝 웃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어학연수 가본적 없는 지역 출신
- 평범한 스펙 불구 알찬 경험 어필
- 250대1, 110대1 경쟁률 뚫고 합격

- "다양한 직업군·연령대 사람 대상
- 실무·서비스정신 함양이 통했다"

'호텔리어'하면 화려한 스펙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해외대학 호텔경영학과 정도는 나와야 입사지원서를 내밀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부산의 대표적인 특급호텔인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의 신입사원은 그런 스펙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지역의 대학에서 착실하게, 알차게 공부한 인재들이었다.

파라다이스호텔 마케팅팀에 근무하는 김혜린(여·24) 씨는 지난해 10월 2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에 성공했다. 마케팅팀 사원 1명을 모집하는 데에 250명이 몰렸다고 한다. 김 씨보다 5개월 늦게, 지난 3월 말 입사한 정지혜(여·24) 씨는 객실팀 신입사원이다. 정 씨와 함께 입사한 동기는 모두 9명이다. 이들도 11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호텔리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었다.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전경

김 씨와 정 씨는 모두 지역 대학 출신이다. 김 씨는 부산대 관광컨벤션 학과를, 정 씨는 울산대 아동가정복지학과를 졸업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어학연수조차 가본 적이 없는 '순수 지역파'이다. 지역파라고 해서 지역에서 안주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대학 4년 동안 부지런히 호텔 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이것이 입사의 열쇠가 됐다.

김 씨는 대학 3, 4학년 때 여러 기관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마케팅 업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대학 3학년 때는 한국관광공사에서 한 달간 실습을 했다. 맡은 업무는 관광 연구개발(R&D) 통계 수치를 바탕으로 업계 종사자와 기자 등에게 관광 동향을 안내하고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4학년 때는 호주에서 해외인턴십 과정에 참가했다. 당시 외환은행 호주법인이 시드니 지점으로 전환하는 시점이었는데 이를 알리는 마케팅이 필요했다고 한다. 김 씨는 "대학에 다니는 동안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학교에 제공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며 "관광공사와 KB국민은행, 호주 외환은행 인턴 등을 통해 마케팅 업무를 실제로 경험할 수 있었고,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호텔에 숙박했을 때 호텔리어의 친절하고 편안한 서비스에 감동받았던 정 씨는 대학 때 전공과는 거리가 있는 호텔 입사를 준비했다. 이에 정 씨는 서비스 정신을 기르기 위해 예식장 문화회관 등 서비스 직종에서 지속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 경험들은 면접장에서 힘을 발휘했다. 정 씨는 "면접에서 자신의 인생사에 대해 자세히 말해보라는 질문을 받았다"며 "아르바이트와 어린이집 실습, 청소년 멘토링 봉사활동 등을 통해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 서비스 정신을 길렀다는 점을 어필했다. 이 부분이 면접관들에게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면접과정에서 실수를 범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김 씨는 "마케팅 이론 중 '4P(Product-제품, Price-가격, Place-장소, Promotion-판매촉진)'를 접목해 부산 시장을 설득하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Place에 대해 잘못 정의했다. 내 차례가 지났지만, 기회를 봐서 실수를 인정하고 답변을 바로 잡았다. 솔직하게 실수를 인정한 점을 오히려 잘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인 호텔리어가 돼 실제로 호텔에서 일하는 소감을 어떨까. 이에 대해 정 씨는 "호텔리어를 꿈꾸며 프런트에서 우아하게 고객을 맞는 상상을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라운지에서 손님들에게 다과 서비스를 하고 짐도 들어드린다(웃음). 앞으로 '지배인'이라는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김 씨는 "SNS를 이용한 마케팅을 맡고 있는데 마케팅 포인트가 무궁무진해 즐기고 있다. 앞으로 파라다이스호텔의 브랜드를 한국은 물론 세계의 브랜드로 만드는 브랜드 마케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