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계, 불황형 흑자 우려 깊어

수개월째 이어지는 '달갑지 않은' 우리나라 경제지표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 데다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2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가 올라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째 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0.58%포인트로 추산되는 담뱃값 인상 효과를 뺀다면 상승률이 사실상 4개월째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이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 도래 지적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전년 동월 대비 1.0%에 도달한 것을 기점으로 12월 0.8%, 올해 1월 0.8%, 2월 0.5%, 3월 0.4%, 4월 0.4%로 큰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는 추세다.

통계청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국제 유가 하락 등 공급 측 요인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억제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5월 중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3%가 떨어져 전체적으로는 물가 하락에 -1.01%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산됐다. 저유가로 인해 전기·수도·가스요금도 9.0%가 내리면서 0.47%의 인하효과를 불러 왔다.

경상수지는 외견상 흑자기조가 이어지고 있으나 내용이 좋지 않아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내놓은 국제수지(잠정치)를 보면 지난 4월의 경상수지 흑자는 81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7% 늘어난 수치다. 이로써 경상수지는 2012년 3월 이후 38개월째 흑자행진을 지속 중이며 올해 들어 4개월간 누적 흑자는 315억9000만 달러가 됐다. 우리나라는 1986년 6월 이후에도 38개월간 흑자를 낸 바 있다.

반면 경제계에서는 이런 흑자기조가 수출과 수입의 동반 감속 속에 수입이 더 많이 줄어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4월 수출은 503억8000만 달러로 지난 해 같은 달보다 11.2% 줄었으나 수입은 378억2000만 달러로 17.9% 감소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재의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디플레이션 심화와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가 결합되면서 전체적으로 경기가 침체되는 총체적인 위기라고 진단하고 있다. 또 이런 흐름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 체질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