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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북항 재개발사업지에 지어진 새 국제여객터미널이 범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의 야간 경관조명을 연출하고 있다. BPA 제공 |
- 부산항 20년 전 비해 괄목 성장
- 현재 세계 2위 환적중심항 도약
- 다양한 해양산업 기능까지 집적
- 中·日 등 견제에 머리맞대 극복
'상전벽해(桑田碧海).' 바야흐로 성년이 된 바다의 날을 맞아 부산항의 20년 전과 지금의 모습을 이처럼 잘 묘사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을 짧지 않은 기간이기도 했지만 부산항은 그동안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정부가 바다의 중요성을 알리고 해양력 강화를 위해 1996년 바다의 날을 제정할 당시만 해도 부산항은 우리나라의 수출입 관문항 정도에 그쳤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부산항은 컨테이너 전용 선석이 자성대, 우암, 신선대부두 등에 모두 12개가 갖추어져 있었고 이곳과 기존 일반부두 등에서 연간 484만TEU(1TEU는 길이 6m짜리 컨테이너 한 개)의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했다. 당시 부산항의 하역용 갠트리크레인 상당수가 1세대 크레인인 14~16열짜리였으며 부산항에 입항한 가장 큰 컨테이너 선박도 5000TEU급이었고, 호화 크루즈 입항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넘쳐나는 물동량, 부족한 항만시설, 체선·체화, 부두 밖 컨테이너 장치장, 이로 인한 도심 정체 등이 20여 년 전 부산항의 모습이었다.
지금 부산항의 현주소는 어떤가. 북항과 신항에 40개 컨테이너 전용 선석을 갖추고 20년 전과 비교하면 연간 약 4배인 1868만 개(2014년 기준) 컨테이너를 처리한다. 하역용 갠트리크레인은 모두 118대로 최첨단 24열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부산항에 입항한 최대 규모 컨테이너 선박도 세계 최대인 1만9224TEU급이며 1만TEU 이상 입항 선박만 해도 지난해 390여 척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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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를 타고 부산항을 둘러보고 있는 부산항만공사(BPA) 임기택 사장. |
올해에는 세계 2위의 환적중심항만이자 동북아시아 1위의 환적중심으로 성장해 환적화물 1000만 개 시대, 부가가치 1조1800억 원 창출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호화 크루즈선의 기항이 쇄도해 지난해 부산항에는 모두 110척의 크루즈가 찾아 24만4000여 명의 관광객이 부산 경남 일대를 관광했다. 화물과 고용 창출의 메카로 주목받는 항만 배후단지 규모는 총 944만㎡로 국내외 업체 등으로 구성된 68개 기업이 이미 입주해 운영 중이거나 입주할 예정이다. 또 1900년대 이후 우리나라 수출입의 관문 역할을 해온 북항 일반부두는 통째로 재개발돼 오는 7월 새 국제여객터미널 개장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해양 관광의 메카로 거듭날 예정이다.
그뿐인가. 동삼혁신지구를 중심으로 한 해양연구개발, 해양금융, 조선·수리조선 및 선박기자재, 선박 검사기관 등의 선박업무, 국제수산물유통센터 등 해운물류항만 및 조선, 금융, 연구개발(R&D), 수산을 망라하는 다양한 해양산업 기능도 집적돼 있다.
부산항이 새로운 번영의 20년을 달려갈 만반의 채비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복병은 도처에 깔렸다. 중국 등 세계 경제의 저성장과 중국, 일본 당국의 부산항 견제로 물동량 증가세가 주춤해 지고 있고, 북항과 신항의 불균형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초대형 글로벌 해운선사들은 잇따라 동맹 체제를 결성해 우월적 지위에서 부두 운영사를 상대로 하역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또 낮은 하역료로 경영난에 몰린 북항 부두 운영사들은 정부와 부산항만공사를 상대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해 북항 기능 재정립 및 기능 전환 등도 큰 과제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밝아오듯 이런 위기는 항만 관계자들이 '새로운 20년, 부산항의 대 번영'이라는 전제 아래 머리를 맞대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5월 29일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잔디광장에서 개최되는 제20회 바다의 날 기념식의 주제어는 '바다가 힘이다!'라고 한다. 틀림없는 말이다.
'어린 왕자'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는 배를 만들려면 목재를 모으고 누군가는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누기보다는 먼저 그들에게 드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부터 키워주라고 했다. 성년이 된 바다의 날을 맞아 바다의 꿈을 그리게 한 그의 이 같은 금언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