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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스토리 <18> 박만영 콜핑회장

가난이 싫어 야반도주 소년…이젠 연매출 3000억 향해 고속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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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만영 회장이 필생의 역작 '콜핑'을 일으켜 세운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섬유회사 미싱사에서 콜핑 그룹회장으로 변신한 그의 오뚝이 정신이 얼굴에 오롯이 담겨 있다. 어떤 어려움도 피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라는 결기가 대단하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밀양 산골 집 뛰쳐나와 부산으로
- 미싱기사 일해 돈 모아 텐트사업
- 잘나가다 부도…아픔딛고 새출발

- 품질 탁월·합리적 가격·멋스러움
- 3박자 갖춘 레저등산복 불티나
- "다 비교해 보라…콜핑이면 충분"

- 매년 두자릿수 폭풍성장 힙입어
- 본사 이전 이어 자회사 2개 설립
- 공격경영 세계시장 도전 출사표

지금까지의 삶은 실패의 합일 수 있지만, 크고 작은 성공이 쌓인 결과물이기도 하다. 실패를 거듭했다면 두려움을 버려야 하고, 성공했다면 자만심을 내쳐야 한다. 그게 활짝 열린 미래를 향한 기본자세다. 승자와 패자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승자는 열심히 일하면서 열심히 놀고 쉰다. 패자는 허겁지겁 일하고, 빈둥빈둥 놀며, 흐지부지 쉰다. 승자는 시간을 관리하면서 살고, 패자는 시간에 끌려 다닌다. 승자는 구름 위에 뜬 태양을 보고, 패자는 구름 속의 비를 본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성공하려면 미치지 않고선 안 된다는 뜻이다. 남이 뭐라 하든,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는 정신, 절망 속에서도 성실과 노력으로 일관하는 태도,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으로 살아간다면 결코 이루지 못할 바 없다. 섬유공장 재봉틀 기사에서 아웃도어 그룹 회장으로 우뚝 선 입지전적 기업인, 박만영(61) (주)콜핑 회장의 삶이 바로 불광불급이라 하겠다.

어릴 적 그의 집안은 지지리도 가난했다. 경남 밀양 오지마을에서, 그것도 칠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으니 제대로 교육받을 수도 없었다. 잘사는 친구들이 중고생 모자와 교복을 입고 고향에 올 때면 부럽기도 하고 울화가 치밀어 지게를 지고 산으로 줄행랑쳤을 정도였다. 농사를 지으라는 아버지 말씀에 4년을 보냈지만, 도저히 성에 차지 않았다. 평생을 농사에 매달릴 수 없다고 결심한 그는 부산으로 야반도주를 감행했다. 그때가 19살이었다.

중국음식점과 서면 철물상을 전전하다, 한 섬유회사 '미싱'기사로 운좋게 취업했다. 당시 받은 월급이 3800원. 요즘으로 치면 30만 원쯤 된다. 돈버는 재미를 처음으로 알았다. 군대를 다녀온 후 양정 지하실에 재봉틀 10대를 갖춰놓고 텐트 사업을 시작했다. 수출과 함께 몸집도 불려나가면서 나름 돈을 모았다. 하지만 아뿔싸,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사업이 인건비 상승과 수출 부진이라는 벽에 부닥치면서 1996년 60억 부도라는 깊은 수렁에 빠졌다.

"이제 끝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이렇게 살아 뭣하나 한탄스러워 생을 놓으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먹여살릴 가족이 있으니 그러지도 못하고." 달랑 텐트 하나 들고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3개월간 산속에서 생활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때 다산 정약용의 충고가 벼락처럼 뇌리를 쳤다. '이 세상에 뜻을 둔 사람은 한때의 좌절로 청운의 뜻을 꺾어선 안 된다'는. 재기하기로 굳건히 마음 먹고 하산해 맨손으로 다시 도전장을 냈다. 그리고 실패에서 성공으로 확 달라진 인생 2라운드가 열렸다.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중소기업 돕기운동이 큰 힘이 됐다. 울산 태화강 다리 밑에 펼쳐진 아웃도어전에서 그는 대박을 터뜨렸다. 텐트가 날개 돋히듯 팔려나갔다. "하루벌이로 80ℓ들이 대형배낭에 돈이 가득 찼습니다. 집에 가져가 밤새 세었더니 무려 5000만 원이나 되더군요. 그 희열을 어찌 잊겠습니까." 이후 전국의 중소기업전을 돌며 사업 기반을 착착 세워나갔고, 그의 꿈은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

콜핑. 코리아 캠핑을 줄여 만든 브랜드다. 광고카피와 관련한 일화 한 토막. '산과 하나되는 자유', '자연이 선택한 브랜드', '합리적인 아웃도어' 등을 만들어 반응을 봤지만 싸늘했다. 소비자들에게 내용을 압축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는데다, 중저가 이미지로 시장에 어필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 회장이 무심결에 "그냥 콜핑이면 충분하지 않나"라고 내뱉자 모두가 무릎을 쳤다. '콜핑이면 충분하다'. 아웃도어 분야를 아우르면서 핵심을 찌른 카피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박 회장은 아웃도어상품의 기능성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한국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비싼 '고어텍스'를 과감히 배제하고, 독일에서 개발된 '심파텍스'로 눈을 돌렸다. 인체에 해가 없고, 친환경적인 소재로 고어텍스에 비해 저가이지만 방수투습 기능은 결코 떨어지지 않기 때문. 고어텍스가 난분해성인 반면 100% 자연분해되는 심파텍스의 특성은 박 회장을 움직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현명한 판단은 최고보다 만족을 추구할 때 나온다고 믿습니다. 저는 소비자가 선택을 후회하거나 주저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모멘텀 효과를 노리겠다는 의도다. 밀어붙이기식이 아니라 제품 스스로 팔리는 힘을 갖도록 하는 전략 말이다. 요즘 식품이 아닌 건강에 초점을 맞춘 과자제품이 뜨는 것 처럼 콜핑도 '몸에 좋은 레저등산복'이라는 컨셉트를 내세운다. 결과는 놀랍다.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로 연매출 3000억 원을 향해 질주중이다.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다. 아웃도어 트렌드를 내다봐야 하기에 정보력과 예측력을 갖춰야 한다. "호경기땐 레드와 오렌지 계열, 나빠지면 블랙 계통으로 색상을 잡아야 합니다. 결국 디자인은 변화라고 봅니다." 고객 요구에 대응하고, 그들의 열망을 구현하는 게 디자인이라는 얘기다. 박 회장은 제품을 디자인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고객의 경험을 반영해야 한다며 직원들을 끊임없이 다그친다.

지난해 박 회장의 콜핑은 공격경영을 향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대형 물류센터를 갖춘 양산 덕계로 본사를 이전한데 이어, 자회사 2개를 설립했다. 골프웨어에 아웃도어 첨단기술을 접목한 제2 브랜드 'BTR'과 물류 프로그램 관리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기 위한 'KICT'로 콜핑은 '한 우물을 깊고 넓게 파는' 작업에 들어갔다. 박 회장이 올해 한국아웃도어스포츠산업협회 초대 회장을 맡은 것도 좋은 징조.

"이제 세계로 눈을 돌려야죠. 아무리 국내 시장이 세계 2위라지만 과열 경쟁으로 힘든 상황입니다. 우리의 기술과 경험, 저력이면 충분합니다." 국민들의 성원 아래 엄청나게 성장한 아웃도어산업이 나라 발전에 기여하려면 수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잘되는 회사는 넓은 시야를 갖고 세계시장에 도전하지만, 안 되는 회사는 협소한 국내 경쟁자와의 싸움에만 골몰한다는 말이 있다. 몸집이 커져도 창업 초기의 긴장감을 잃지 않는 박 회장과 콜핑을 보면 '구름 위의 태양'을 기대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 박 회장의 경영철학

- 링겔만효과(직원 늘수록 성과 저하), 콜핑사전엔 없다…임직원 화합단결 최우선

콜핑의 로고
부분이 합리적으로 조합될 때 그 성과와 역량은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점을 박만영 회장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400명이 넘는 그룹 직원들을 알뜰히 챙긴다. 팔을 걷어부치고 재봉틀 일에 나서는가 하면, 애프터서비스와 포장, 검수까지 직원들과 함께 한다. 디자이너들과는 수시로 만나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직원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 스스럼없이 장난치는 일도 다반사다.

콜핑의 사훈은 '화합단결'. 딱딱하긴 하나 긍정에너지로 똘똘 뭉친다면 그 어떤 난관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여기에 부정적 에너지가 스며들 틈을 줘선 안 된다고 박 회장은 강조한다.

"줄다리기를 보더라도 참여자가 늘수록 발휘하는 힘이 줄어드는 건 '나 하나쯤 빠져도 되겠지'라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지요. 이른바 링겔만효과는 콜핑 사전에 없습니다." 일할 때 화합의 힘을 최대한 올리도록 하고, 재충전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그 수단으로 박 회장은 아웃도어 그룹회장 답게 등산을 최고로 친다. 산을 오를 때 만큼은 무거웠던 마음을 모두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알다시피 그는 히말라야 원정을 세 번이나 다녀올 정도로 산에 미친 사나이다.

"사는 거, 피곤합니다, 인생이 그렇지요. 하지만 반드시 잘 먹고 편한 게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어르신들의 주름살진 얼굴을 예로 들었다. 그분들을 추하다거나 못났다고 하지 않듯이 고생도 지나고 보면 아름다울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니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기회는 또다시 찾아옵니다." 그는 '장애란 뛰어넘으라고 있는 것이지, 걸려 엎어지라고 있는 게 아니다'라는 정주영 왕회장의 명언을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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