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구 남산동의 할랄 식당 '카파도키아'에서 터키인 요리사가 할랄 푸드를 선보이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15일 낮 12시 부산 금정구 남산동의 터키 식당 '카파도키아'. 점심시간이 되자 말레이시아에서 온 여성 관광객 4명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슬람 성원 기도실에서 예배를 하고 할랄 푸드로 식사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관광객 재키(여·27) 씨는 "일본에 사는 터키 친구가 부산에서 이용할 만한 할랄 식당을 추천해줬다"고 말했다.

잠시 후 작업복을 입은 터키 외국인 근로자 7명이 들어왔다. 일부는 식사를 주문한 후 기도실을 방문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이뤄지는 이슬람 합동예배인 이른바 '주무아'에 참석하기 위해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온 근로자들이다.

2005년 문을 연 할랄 식당 카파도키아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음식 전문 식당이다. 2013년 이슬람 부산성원으로부터 이슬람 친화 레스토랑 인증을 받았다. 모든 메뉴에 할랄 재료를 사용하며, 운영자가 이슬람으로서 할랄임을 스스로 인증한 자체 인증(self certified) 식당이다. 부산외대 아랍어과를 졸업하고 이슬람에 입교한 정경민 사장은 졸업 후 터키와 말레이시아를 오가며 현지 음식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기관 자킴(JAKIM)이 발행한 할랄 푸드 서적을 직접 번역해 조건을 충족시켰다.

정 사장은 "할랄 식품은 종교적 해석이 포함돼있어 세부적인 조건을 모두 갖추기는 어려움이 따른다. 터키 음식의 70% 수준에 맞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로 카파도키아는 부산 지역의 할랄 식당 중 가장 수준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곳의 음식은 이슬람 터키인 2명이 직접 조리하며, 할랄 방식으로 도축한 양 닭 소고기 등의 육류를 사용한다. 정 사장은 "국내에서는 아직 할랄식 도축 육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호주에서 수입해 쓴다"고 말했다.

비교적 검증된 식당이다 보니 정부기관 및 기업에 할랄 음식 자문을 하거나 직접 식품을 조달하기도 한다. 지난 3월 국립수산과학원의 '할랄수산식품기술센터' 개소와 관련해 할랄수산식품 개발 사업의 자문기관으로 위촉됐다. 또 현대로템, 두산중공업 등 기업체의 이슬람 연수생 및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할랄 도시락을 제공한다. 부산의 한 병원과는 장기 입원하는 의료관광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환자식 할랄 푸드 조달을 협의 중이다. 식당의 주요 고객이 개인보다 단체 및 기업인 셈이다.

정 사장은 "이슬람은 중동 국가까지 포함하면 시장이 넓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장기연수생, 기업 고객까지 포함하면 할랄 시장의 성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