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 FTA 발효로 르노삼성차·현대차 등 국내 자동차업계의 호주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르노삼성차 '로그'를 수출하기 위해 선적하는 모습. 국제신문 DB

- 대당 1000달러 싸진 한국車
- 현대차 작년 연간 판매량
- 네 번째로 10만대 돌파
- QM5 4월까지 720대 수출
- 관세 인하로 점유율 늘 듯

- 소고기·과일 등 농축수산물
- 한국시장 판매량도 급증세

- 신성장동력 필요한 濠정부
- 외국인투자심의회 한도
- 약 8900억 원 상향 조정
- 韓금융·건설 투자유치 적극

이달 2일 호주 시드니의 중심가인 '49 마킷 스트리트'. 주말을 맞아 번잡한 도로에는 현대자동차, 르노삼성차 등 한국산 자동차가 많이 보였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호주 진출 28년 만에 연간 판매량 10만 대를 넘겼다. 호주에서 연간 판매량 10만 대를 넘어선 브랜드는 도요타와 GM의 현지 브랜드인 홀덴, 마쓰다에 이어 현대차가 네 번째다. 지난해 12월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이후 호주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車시장 유리…부산경제 훈풍 기대

한국과의 FTA 발효로 관세 5%가 인하되면서 차 한대 당 1000달러 정도 가격이 내리면서 한국 차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자동차 산업 충격을 줄이기 위해 시장의 85%(중소형 차량)는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15%(대형 차량)는 3년 내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한·호주 FTA 발효로 한국 자동차업계의 호주 시장 점유율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비싼 인건비와 노동 경직성 탓에 생산비용이 늘어나면서 포드와 도요타, GM 등이 잇따라 호주에서 철수를 선언하면서 호주의 자동차 수입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차의 호주 수출물량이 늘어나면서 본사와 생산공장이 있는 부산 경제에도 훈풍이 불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르노삼성차는 올들어 4월까지 QM5 720여대를 호주에 수출했다. 13일 한국무역협회 부산지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대호주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202.8% 늘어났다. 자동차와 함께 차부품 수출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부산·경남 자동차 부품업계도 한·호주 FTA 발효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또 일본이 지난 1월 15일 발효된 일·호주 경제협력협정(EPA)에 엔저 효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상황에서 그나마 한·호주 FTA가 한 달 앞서 발효되면서 관세 철폐로 우리 자동차업계는 경쟁력을 갖게 됐다. 원화강세로 2012년 1200원대에 달했던 호주달러는 지난해 말부터 8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시드니 주민인 제임스 루이 씨는 "FTA로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철폐되면서 다소 싸게 구입할 수 있어 글로벌브랜드인 현대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서비스·건설 투자 '러브콜'

	호주의 수산물도 국내에서 한층 저렴하게 맛볼 수 있게 됐다. 시드니 수산시장 제공

한국이 호주와의 FTA로 자동차, 영화분야 등에서 혜택을 보는 것처럼 호주는 농축산물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 전망이다. FTA 체결로 호주산 유제품과 과일 등의 한국 내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호주산 체리는 24%의 관세가 철폐되면서 올해 초부터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호주산 소고기에 대한 관세는 40%에서 매년 2~3%포인트씩 낮춰 한국시장 점유율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호주 정부는 한국 기업이나 금융권의 건설·서비스 분야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호주 FTA 발효로 한국 기업의 호주 외국인투자심의회의 적용 한도는 10억7800만 호주달러(약 8900억 원)로 상향 조정됐다. 이 금액까지는 까다로운 심의를 거치지 않고 직접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최근의 원화가치 상승 기조도 현지 투자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통상위원회(AUSTRADE) 마크 데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철광석과 석탄 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광물분야 투자보다는 액화천연가스(LNG)와 같은 에너지 분야에 대한 새로운 성장동력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가 선보이는 호주산 와인 빈53 (BIN53) 시리즈 3종.

또 금융, 건설 부분에 대해 한국 공공기관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러브콜도 늘어나고 있다. 호주는 면적이 넓은 나라로 투자해야할 인프라가 많다. 이 분야 투자에 대해 호주 정부가 보증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시드니나 멜버른에 도로를 만든다면 이 사업은 정부가 보증하고 있는 기반시설이라 한국 연기금 등이 투자처로 안정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관광도시인 시드니 시내의 호텔, 카지노 건설 등 부동산 분야에 대해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시드니=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취재지원= 한국언론진흥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