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업'인'스토리 <17> 채경석 (주)오복식품 대표

60여 년 오로지 간장만 한 우물…변하면 안 되는 것은 장맛 뿐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채경석 오복식품 대표가 사내 연구소에서 장류 제품들에 대한 관능검사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수준높은 장을 소비자들에게 오롯이 전달해야 하기에 맛과 숙성도를 완벽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한국전쟁 중 설립…단순함이 비결

- 1974년 28세에 사업 물려받아
- '물 탄 간장 사태' 된서리 속에도
- 정도경영 걸어 경상도시장 평정

# 10년 마다 맛 본 위기와 극복

- 화학간장 시비에 악덕기업 몰려
- 日양조설비 구입 안돼 견학 후
- 매출 절반 투자해 국산화 성공

# 전통 장 명성 알린 공격경영

- 책임경영·팀 경영시스템 도입
- 진영에 공장 짓고 러·미주 진출
- 글로벌 일류식품 가능성 확인

MIT대 존 마에다 교수는 기업의 성공키워드로 '단순함'을 꼽았다. 그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군더더기를 없애야 성장가도에 들어설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 신화를 남긴 스티브 잡스의 경영화두가 '우아한 단순함'이었다. 멸종 직전의 공룡 GE를 일으켜 세운 잭 웰치가 내린 결단 역시 "1, 2등만 남기고 모두 처분하라"였다. 전 세계를 평정한 징키즈칸은 전력의 핵심으로 기동력을 내세웠다. 전술은 다양했을지언정 참으로 심플한 전략 아닌가.

한국전쟁 와중인 1952년 출발한 향토기업 (주)오복식품. 설립 60년을 훌쩍 넘어 100년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그 주역이 채경석(67) 대표다. 장류를 고집하는 '단순함'으로 한 우물을 더욱 깊게 파들어 간다. 선친이 하던 사업을 물려받은 때가 1974년. 혈기왕성했던 28살 청년은 엄청난 시련에 부닥쳤다. 대기업 진출로 매출이 매년 20% 이상 곤두박질쳤다. 죽음의 세월을 무려 5년이나 버텨낸 게 신기할 정도다. 대리점주들이 회사에 찾아와 난리를 쳤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길은 회사 간판을 내리거나, 손잡고 가는 것 뿐이니 선택하라고.

사태를 수습한 지 몇 년 후, 지역 장류업체들이 물 탄 간장을 만들어 팔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이후 오복은 부산과 경·남북 간장시장을 평정했다. 정도경영이 빛난 시기였다. 고객의 믿음이 자산이었다. 한 번은 큰 사건이 있었다. 매일 아침에 장류를 맛보며 검사를 하는데 맛이 이상했다. 제조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직감한 그는 탱크에 가득찬 간장 1만8000ℓ를 몽땅 폐기했다. 직원들이 재처리해서 팔자고 했지만 "소비자를 속이는 사업을 해선 절대 안 된다"며 끄떡도 하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 화학간장 시비가 불거지면서 또다시 비상사태를 맞았다. 숙성기간이 짧은 제조방식이 문제가 된 것이다. "당시 양조간장 설비가 국내에 전무했기 때문에 악덕기업으로 몰리면서도 해명조차 못한 채 속앓이를 했습니다." 채 대표는 일본에 양조설비를 구입하기 위해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엄청난 엔고가 덮치면서 불가능한 상황. 일본의 기술 지도로 한국에서 만들자고 제안했으나 단박에 거절당했다. 한숨만 내쉬는데 일본기업이 한국 기술로는 어차피 불가능할테니 견학오라고 했다. 무릎을 쳤다. 설비 현장을 토대로 설계도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한 해 매출액의 절반을 투자해 반년간 밤샘을 밥먹듯하며 연구한 결과 양조간장 설비를 최초로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오복 양조간장이 연장근무에도 주문 물량을 댈 수 없을 만큼 인기 상종가를 쳤음은 물론이다.

10년 주기로 밀어닥친 위기는 1990년대에도 어김이 없었다. 이번에는 메가톤급이었다. 간장이 중소기업 고유업종에서 해제된 것이다.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들면서 무한 출혈 경쟁이 시작됐다. '나 살고 너 죽자'식 환경에서 살아남을 길이 감감했다. 하도 답답해서 서점에 들렀다가 눈에 확 띄는 책, '경영혁명'을 발견했다. 당시로선 듣도 보도 못했던 팀경영 방식을 꾸준히 연구한 끝에 그는 획기적인 변신을 꾀한다. 결재 라인과 의사결정 단계를 확 줄였다. 팀장에게 어음발행 권한을 줬고, 인사 채용도 맡겼다.
책임경영 시스템은 날개를 달았다. 3년이 지나자 매출이 두 배로 껑충 뛴 것이다. 중소기업부문 생산성 대상을 받자 전국에서 벤치마킹 요청이 쇄도했다. "순간의 판단이 회사를 살렸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하네요." 이후 오복은 100년 기업의 밑바탕을 짜기 시작한다. 공격경영에 나서 김해 진영읍에 양조원액 공장을 짓고 전국적인 시장 확대에 나섰다. 고급 간장 국내 1위, 전체 3위, 급식시장 1위 타이틀을 손에 쥐었다. 러시아와 미주를 비롯한 해외 시장개척에도 나서 대성공을 거뒀다. "베를린 국제식품박람회에 참가했을 때 다른 한국업체 부스들이 한산했던 반면, 오복은 가져간 상품이 매진될 정도로 고객들이 몰려들더군요. '장땡(장이 동났다)'을 보고 자신감을 가졌어요. 현지에 없는 식품을 잘 개발하면 글로벌화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오복 브랜드가 명성을 얻자 희한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4년 전 한 유명메이커의 오복 인수설이 증시에 나돈 것이다. 해당 업체 주가가 하루 상종가를 치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채 대표가 거세게 항의했고 공시로 주가는 원상복귀됐다. 인수설을 흘린 업체는 간장 부문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사실, 속으로는 기분이 좋더군요. 오복이 엄청 올라선 거니까요."

채 대표는 발효 조미식품인 장류의 연구분야와 시장이 무궁무진하다고 믿는다. 세계 일류상품으로 등극할 날도 머지 않았다고 자신한다. 그래서 한 우물만 파서 글로벌 장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진다. "간장 하나만 해도 벅찬 판에 욕심부릴 여지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다.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갈수록 단축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평균 수명은 15년 정도. 10년 전과 비교해 무려 7년이나 짧아졌다. 미래는 더욱 불투명하다. 그만큼 장수기업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끊임없는 변신과 질적 성장, 그리고 윤리 경영에 의견을 모은다. 또한 제품 라이프사이클이 긴 단일산업에 매진하라고 충고한다.

특히 인력과 자본에 제약이 많은 중소기업은 한 우물을 파면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국내 시장에 대한 보호막이 없어지고, 개방화 바람이 거세게 부는 현실에선 더욱 그러하다. 경쟁력을 떠받치는 건 약점과 위기에 휘둘리지 않는 정신이다. 바로 이게 열리지 않는 문을 여는 열쇠이자, 기업을 살리고 키우는 처방전이다. 채 대표의 오복식품이 그 길을 걷고 있다.


# 흔하지만 소중한 값싼 수돗물처럼 맛있는 장을 누구든 안심하고 먹게 하자

■ 채 대표의 경영철학

공장에서 갓 나온 장류제품을 살펴보는 채 대표와 연구소 직원들.
채경석 대표는 사명감이 투철한 기업인이다. 회사 이익을 봉사에 대한 사회의 보답으로 여긴다. 그러니 돈을 추구하기에 앞서 소비자 사랑을 듬뿍 받는 명품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힘을 쏟는다. 그는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존경한다. 특히 '수돗물 경영 철학'을. 수돗물은 흔하다. 싼 값에 사서 마실 수 있다. 하지만 물이 없으면 사람은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마쓰시타는 이를 상품으로 확대 적용했다. 수돗물이 무궁무진하고 값싼 것처럼, 제품도 싸게 많이 보급해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줘야한다는 것. 그게 마쓰시타의 바람이었다.

오복의 기업 이념도 마찬가지. 맛있는 장을 누구든 안심하고 구입해서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채 대표는 추억의 어머니 손맛을 장에 담기 위해 땀흘린다. 매일 출근하자마자 20여 개 장류 제품을 숟가락으로 떠 입에 넣고 10초 가량 머금는다. 하루 30분 간, 40년 넘게 해 온 실력은 대단하다. 맛을 보는 순간 숙성도와 미생물 발효상태, 오염원 여부를 단박에 알아낸다.

명품간장을 지향하는 채 대표에게서 하이엔드 전략을 읽을 수 있다. 비교되는 상품들보다 한발짝 더 나아가고, 고객 중심적이 되고자 한다. 그게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가격 이상의 가치로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약속이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우리은행

 많이 본 뉴스RSS

  1. 1시큰시큰 무릎 통증, 운동·줄기세포 치료로 초기에 잡으세요
  2. 2다저스 107년 최저 방어율 갈아치운 류현진
  3. 3월드컵 부진 비난 받은 김정민 “팬·동료 위로에 안정 찾았어요”
  4. 4기독교 애니메이션 영화 ‘천로역정’ 극장 개봉 호평
  5. 5“세계적 영향력 인정” BTS, 미국 라디오음악상
  6. 6관절·척추 전문서 전문센터형 지역 거점 종합병원 도약
  7. 7태광그룹 총수일가, 계열사에 김치·와인 강매
  8. 8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17> 안무가를 위한 옹호
  9. 9희수 넘어 귀향한 ‘동양의 모차르트’…피아니스트 한동일의 인생 연주
  10. 10‘농구 황제’ 꿈꾸던 우들랜드, 생애 첫 US오픈 제패
  1. 1여야 4당, 한국당 뺀 6월국회 소집요구…20일 개문발차
  2. 2윤석열 어록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깡패지 검사냐”
  3. 3이해찬 "참을만큼 참았다"…'6월국회 소집' 결의
  4. 4막말 논란 한선교 사무총창직 사퇴… 욕설·‘걸레질 등 잇단 막말 탓인가
  5. 5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직 사퇴
  6. 6새 검찰총장 윤석열 지명…고검장 건너뛴 ‘파격’
  7. 7막말 논란 한국당 한선교 사무총장 사퇴
  8. 8부산 한국당 내년 총선 성적 ‘신주류 3인’ 협업에 달렸다
  9. 9청와대, 적폐 청산·검찰 개혁 가속 의지…검찰 인사태풍 예고
  10. 10소득주도성장위 “성과 내고 있다…정책기조 유지해야”
  1. 1태광그룹 총수일가, 계열사에 김치·와인 강매
  2. 2경남은행, 지역 자영업자에 광고·언론홍보 등 지원
  3. 3금융·증시 동향
  4. 4한은 기준금리 낮추기도 전에…은행권 예금이자 줄줄이 인하
  5. 5미중 마찰 장기화 땐 국적선사 실적악화 불가피
  6. 6주가지수- 2019년 6월 17일
  7. 7바다 위 ‘극지연구소’ 60여 종 첨단장비에 엄지척
  8. 8항운노조 비리고리 못 끊는 정부
  9. 9공항 앞 아시아 최고 항공산단…부산, 싱가포르를 배워라
  10. 10부산 카드 연체액 급증…1인당 290만 원 전국 최고
  1. 1이번주 전국 날씨 18~19일 비 소식, 주말도 흐려요
  2. 2로또 1등이었는데… 도둑으로 전락한 30대 경찰 붙잡혀
  3. 3홍콩 시위 이유 ‘홍콩 송환법’… 보류 결정, 시위대 요구 이어져
  4. 4윤석열 ‘검찰 내 최고자산가’… 재산 ‘검찰 평균 3배‘ 지적, 사실은
  5. 5文 대통령 차기 검찰총장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지명
  6. 6로또 1등 당첨자가 도둑으로 전락하기까지 ‘딱 8개월’
  7. 7검찰 초대형 인사태풍 예고…검사장 절반 이상 교체될 듯
  8. 8방탄소년단 팬미팅 암표판매상 적발…"플미충 아웃"
  9. 9검찰총장 직행 '파격' 윤석열…소신·정면돌파 스타일 '강골'
  10. 10박남춘 시장 개선 약속…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어떤 사건
  1. 1이강인 “전세진 엄원상 형 누나들에 소개해주고 파”
  2. 2류현진 중계… ‘시즌 10승’ 난항, 6회 2실점 무자책
  3. 3U-20 국가대표팀 환영회 최민수 모델 뺨치는 외모
  4. 4류현진은 7이닝 비자책 호투에도…실책·시프트 불운
  5. 5‘10승 도전’ 류현진 중계 어디서? MBC스포츠플러스-네이버 스포츠-인터넷 MLB 코리아-아프리카TV
  6. 6다저스 107년 최저 방어율(개막 후 14경기 선발 기록) 갈아치운 류현진
  7. 7U-20 월드컵 준우승 태극전사, 팬들 환호 속 귀국 "감사합니다!"
  8. 8U-20 월드컵 태극전사들의 유쾌한 환영식…'즉석 헹가래'
  9. 9월드컵 부진 비난 받은 김정민 “팬·동료 위로에 안정 찾았어요”
  10. 10이승엽기 리틀야구대회 22일 개막
이제는 원전해체산업이다
왜 원전해체산업인가
글로벌 선도 지역 기업
파나시아
  • 부산관광영상전국공모전
  • 시민초청강연
  • 번더플로우 조이 오브 댄싱
  • 낙동강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