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수산시장에서 투어가이드 알렉스(왼쪽) 씨가 경매된 바닷가재(랍스타)를 들고 관광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부산의 하루는 서구 남부민동 부산공동어시장의 활기찬 새벽 경매와 함께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공동어시장은 1963년 개장한 이래 국내 수산물 위판의 30%를 차지하는 전국 최대 수산시장으로 성장했지만, 낡은 시설과 비위생적인 경매로 한계에 이르렀다. 부산공동어시장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고 정부, 부산시와 함께 현대화사업을 통해 위판에 국한된 어시장 기능과 역할을 확장해 세계적 관광명소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국제신문은 호주 대만 일본 중국의 선진 수산시장을 둘러보고 어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 지구 남반구서 가장 큰 규모
- 대형시계에 품목·가격 등 표시
- 원하는 값 누르면 적정가 낙찰
- 싱싱한 생선, 상자로 깔끔하게
- 투어·요리교실 손님 발길 잡아

"싱싱한 뉴질랜드산 블루아이 생선입니다. 자 이제 경매에 들어갑니다."

본지 취재팀이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호한재단의 후원으로 지난달 30일 방문한 호주 시드니 수산시장 전자거래경매장. 이곳은 지구 남반구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세계에서 세 번째로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 수산시장이다.

■ 투명한 전자경매, 합리적 가격

	대형 시계 모양의 경매시스템을 보며 가격을 흥정하고 있는 중도매인들. 시드니 수산시장 제공

이른 새벽이지만 계단식 의자에 앉은 100여 명의 중도매인은 긴장된 표정으로 흥정 가격을 무선응찰기에 표시했다. 이날 책정된 블루아이 생선 가격은 ㎏당 16 호주 달러(1호주 달러는 약 861원). 경매는 22달러로 시작돼 17달러까지 떨어지더니 도매상 혼다 씨가 16.95달러에 낙찰받았다. 경매사 옆에서 중도매인들이 손가락을 폈다가 접었다 하는 '수지식' 경매의 부산 서구 남부민동 부산공동어시장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시드니 수산시장은 경매의 투명성과 수산물 가격의 안정화를 위해 1990년 '네덜란드 전산 경매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꽃시장 경매 방식으로, 위판장에 두 개의 대형 시계에 거래되는 생선 품목과 경매가가 표시된다. 시계 전광판을 빨간 점이 한 바퀴씩 돌 때마다 1달러씩 내려가 자신이 원하는 가격을 누르면 낙찰가가 정해진다. 생선 거래 정보가 10년간 데이터베이스화돼 있어 수산물의 적정 가격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110가지 종류의 생선이 하루 평균 4만5000~5만㎏ 경매된다. 경매시간은 오전 5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시드니 수산시장 홍보담당 스테파니 윌리엄스 씨는 "호주산, 뉴질랜드산 등 인근 해역에서 잡히는 싱싱한 생선이 투명한 경매 시스템을 통해 적정가로 낙찰된다"며 "상당수 중도매인이 호주 국내 소비뿐 아니라 수출 물량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판장 1층 곳곳에는 싱싱한 생선 상자가 깔끔하게 쌓여 있었다. 수산시장 직원들은 틈틈이 바닥을 훔치며 위생관리를 하고 있었다. 지저분한 바닥에 생선을 깔아놓고 '바닥경매'를 하는 부산공동어시장이 현재 추진 중인 시설 현대화 과정에서 참고해야 하는 대목이다.

■ 투어·요리교실 '고객 친화'

취재팀이 둘러본 시드니 수산시장은 자갈치시장만큼 생선 거래 물량이 많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경매장과 별도로 1층에 마련된 생선가게, 요리도구 및 기념품 판매장, 생선을 즉석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식당 등은 깔끔하면서도 위생적이어서 인상적이었다. 관광객이나 지역주민이 생선이나 해물을 골라 식당에 맡기면 회뿐 아니라 파스타, 피자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준다.

시설이 깔끔하게 관리되다 보니 생선 비린내도 좀처럼 나지 않아 시드니 필수 관광 코스로 손꼽힌다. 시드니 수산시장은 투어가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관광객에게 지역 특산품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투어 가이드인 알렉스 씨는 "관광객이 경매시스템을 살펴보고 신선한 생선을 살 수 있어 수산시장을 홍보하는 것은 물론 호주에서 수출되는 수산물에 대한 신뢰도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시드니 수산시장은 또 고객 친화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 '시드니 시푸드 스쿨'(Sydney Seafood School)을 운영하고 있다. 2층에 마련된 요리교실에는 전문요리사가 수산시장에서 판매되는 생선을 조리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참가자는 실습할 수 있다.

시드니=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