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반기 기저효과 소멸 예상
- 디플레이션 거론은 일러" 부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째 0%대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경기 침체 속에 물가마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이미 고착화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내놓은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4%가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0.8%로 떨어진 뒤 1월 0.8%, 2월 0.5%, 3월 0.4% 등으로 계속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의 담뱃값 인상 효과(0.58%포인트)를 빼면 사실상 3개월째 물가가 떨어진 셈이 된다. 또 0.4% 상승률은 1999년 7월(0.3%)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반대 논리로 자주 거론되는 근원물가(농산물이나 석유류 등 일시적인 외부 충격에 의해 물가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기조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올랐다. 하지만 이 수치도 1월 2.4% 상승률을 기록한 뒤 2월 2.4%, 3월 2.1% 등으로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정부는 4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대만큼 올라가지 않은 것에 대해 국제유가 하락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20.9%가 떨어졌다. 전체적으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1% 내려앉혔다.

도시가스 요금 하락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억제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도시가스 요금은 전년 4월에 비해 14.0%가 떨어졌다. 가스와 전기, 수도 요금을 모두 포함하면 전년 동월 대비 하락폭은 5.9%에 이른다. 공업제품도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 내렸다. 4월의 농축수산물 가격 역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51%가 하락했다. 세부적으로는 돼지고기(-3.5%), 쌀(-2.8%), 참외(-9.5%), 바나나(-6.2%)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디플레이션 우려를 부인하고 있다. 통계청 담당자는 "4월에는 대형 유통업체의 봄맞이 할인판매 등으로 가공품 가격이 내린 것이 통계에 반영됐다"며 "큰 변화로 보기 어려워 앞으로 몇 달은 더 지켜봐야 된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진만큼 올 하반기에는 기저효과가 소멸되면서 공급 측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을 거론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