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수익률만 보면 낭패" 조언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주가연계증권(ELS)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판매사들의 경쟁 과열로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다.

경쟁사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기 위해 기대수익은 크지만 안전성이 떨어지는 자산의 편입 비중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ELS 시장이 급팽창하는 가운데 운용자산의 질은 오히려 떨어지면서 고객 피해는 물론 금융시장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LS 신용등급 갈수록 하락

22일 한국은행이 ELS 및 파생결합증권(DLS)의 헤지운용채권 신용등급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AAA'등급 채권의 비중은 2012년 45.9%에서 2013년 43.3%, 2014년 9월 39.5%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ELS를 발행하는 금융투자회사는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입자금의 상당 부분을 위험회피(헤지)용으로 운용하는데, 최근 몇년 사이 이 헤지자산의 질이 나빠진 것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AAA보다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AA' 등급 채권의 비중은 43.6%, 45.2%, 48.0%로 증가했고, 'A'등급 이하 채권의 비중도 10.4%, 11.6%, 12.5%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국공채, 산금채, 은행채 등 신용도가 높은 AAA 등급 채권 비중은 줄이고, AA 등급 이하의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또는 회사채의 비중을 높인 결과로 풀이된다. 통상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채권의 수익률은 높다.

헤지자산을 통상적인 투자수단인 예금이나 채권이 아닌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경우도 생겼다. 최근 현대증권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ELS 헤지운용자산의 일부를 부동산펀드에 투자하면서 적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ELS 헤지운용자산의 구성이나 신용등급별 투자한도에 관한 구체적인 감독규정은 없다"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률을 더 내야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건전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수익성이 높은 자산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ELS 투자자산 위험관리 개선 필요

운용자산의 건전성 악화는 ELS 시장이 급팽창하는 가운데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ELS 발행금액은 24조1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4.4%나 증가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 예금 가입자들마저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ELS에 관심을 돌리면서 분위기가 뜨거워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2014년도 지급결제보고서'를 통해 'ELS·DLS 발행액이 늘어나면서 증권사와 다른 금융기관 간 상호연계성은 더욱 커져가는데, 헤지자산의 건전성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경우 최우량 등급의 채권이 아니고서는 거래가 어려워져 유동성이 악화하는데, 우량채권을 보유하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는 고객의 환매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ELS·DLS 투자자산의 위험관리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LS·DLS 투자자산으로 신용등급이 현저히 낮은 자산이나 부동산 등 비유동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객도 투자상품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엽 한국은행 결제리스크팀장은 "무조건 수익률을 높은 투자상품을 찾을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면서 "일반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자신이 투자하려는 상품이 어떤 상품인지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