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째 0%대에 머물렀다. 담뱃값 인상 효과(0.58%포인트)를 뺀다면 사실상 2개월 연속 마이너스 수준이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에 물가마저 하락하는 현상) 도래 우려가 다시 나오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에 비해 0.4%가 올랐다.
이는 1997년 7월(0.3%) 이후 15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이로써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0.8%를 시작으로 1월 0.8%, 2월 0.5% 등으로 4개월 연속 0%대가 이어졌다. 이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3년 10월 0.9%를 기점으로 13개월 연속 1%대를 기록한 바 있다.
3월의 소비자물가는 도시가스 요금(-14.0%), 농축수산물(-8.0%), 석유류(-21.4%) 등의 가격이 전년 동월에 비해 모두 하락하면서 상승 요인을 압박했다. 그나마 지난 1월 초부터 적용된 담뱃값(국산담배 83.7%, 수입담배 66.7%) 인상이 하락 폭을 힘겹게 막아선 셈이다.
경제계에서는 산업생산의 호조와 달리 소비자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은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월의 '전(全)산업생산'은 전월에 비해 2.5%가 늘어나는 등 2011년 3월(4.0%) 이래 3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점을 들어 일부에서는 침체된 경기를 회복할 수 있는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하지만 산업생산 활성화에 발맞춰 소비자물가가 일정 수준으로 상승하지 않는다면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엇박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디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비관론이 다시 제기된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2월의 전산업 생산 수치가 개선된 것은 따지고 보면 1월의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와 설 명절의 영향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소비자물가 상승률 0%대가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면 디플레이션 도래를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3월 무역수지가 여전히 '불황형 흑자'인 점도 불안감을 던져주는 요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83억92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전체 수출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정부는 디플레이션 도래 우려를 계속해서 일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이찬우 경제정책국장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은 것은 저유가 등 공급 측면의 요인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디플레이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