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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 이후 재고용 때만 수용"
- 노동계는 확대 시행 거부
- "기성세대가 일자리 뺏나"
- 청년 반발…세대갈등 우려도
정년연장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 시행이 9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임금피크제 도입은 지지부진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임금피크제 도입 현황에 따르면 100명 이상 사업장 903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4%(849곳)만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조사 결과 역시 비슷하다. 국내 300개 기업(대기업 132개·중소기업 168개)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 300곳 중 52곳(17.3%)에 그쳤다.
■경제 이슈에 둔감한 지역기업
고용부와 대한상의의 조사에서도 나타났듯 아직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다. KT와 대한항공을 비롯해 보험업계 등 대기업은 신속하게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정년연장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반면 부산지역 기업은 업계의 동향만 살피며 논의 준비조차 하지 않고 있는 곳이 태반이다. 이에 대해 상공계는 수도권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계화되지 못한 경영시스템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지역 기업들은 산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수동적으로 반응해 왔다는 것이다. 지역 산업계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논의 분위기조차 형성되지 않은 것이 단적인 예다.
지역 A기업의 한 임원은 "(지역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그제야 움직이는 경향이 많다. 300인 이상 기업이라고 해도 대기업에 비해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정년 연장이나 임금 인상 등 경영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 대해 즉각적으로 그 파문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체계화된 경영시스템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기업 규모가 작고 낮은 임금이 임금피크제 도입에 둔감하게 반응하는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역대학의 한 교수는 "평균적으로 임금 자체가 낮다 보니 정년 연장 같은 이슈에 둔감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인건비 부담으로 문제가 생기면 그제야 구조조정을 하거나 신규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노사 간, 세대 간 갈등의 불씨될라
임금피크제 도입의 가장 큰 난관은 노사 간의 시각 차이다. 기업은 인건비 부담 완화에 대한 대안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및 확대를 원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법적 정년인 만 60세 이후의 재고용에 대해서만 임금피크제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올해 '춘투'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거론하는 것 자체를 이슈로 올리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YK스틸은 7년 전 정년을 57세에서 59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 내년부터 정년 60세 연장을 앞두고 사측은 임금피크제 기간과 감액률 확대를 원하고 있지만, 노조는 임금피크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앞서 사측에서 정년을 연장했던 것과 이제 법으로 정년을 보장받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 노조 측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DRB동일도 YK스틸처럼 2011년 정년을 57세에서 59세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고려제강은 정년 55세 이후 임금을 떨어뜨려 촉탁 고용을 해왔다. 이들 기업은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됨에 따라 임금피크제의 새판을 짜야 할 상황이다. 부산도시가스의 한 관계자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노조 측의 반응이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정년 연장 영향으로 신규 채용이 감소할 경우 세대 간 갈등 양상마저도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공계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기 침체와 저성장 기조로 인해 청년층에 대한 신규 고용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기성세대가 청년 세대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식의 대결 구도가 성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주요 인터넷 포털에는 '정년연장법 시행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 '임금피크제를 반대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기득권'이라는 젊은 세대의 반감이 감지되고 있다.
취업준비생 박모(29) 씨는 "과거 산업화에 따른 호경기와 풍부한 취업 기회를 누려온 기성세대가 청년 세대와 일자리 나누기를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임금피크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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