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근 소각장 고압스팀 공급받아

- 온실가스 30%↓7000만 원 편익

- 적정한 거래가 형성 중요성 지적

현재 수준의 기후변화 대응 및 적응 시스템에서는 기업 입장에서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에너지 효율화 또는 대체 에너지를 도입하는 것이 탄소배출권 거래에 참여할 때보다 편익이 낫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올해 시행에 들어간 탄소 배출권거래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적정한 가격 형성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신라대 최경식(환경공학과) 교수와  에코시안 연구팀은 환경산업기술원 연구과제로 산업 클러스터를 위한 에너지 네트워크 시스템(ENSIC)을 설계했다고 23일 밝혔다. 에너지의 수요·공급 체계를 관리하고, 효율 향상과 기업체 간 유기적인 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 연구이다.

연구팀은 2013년부터 울산의 화학업체 A사에 ENSIC를 적용했다. A사 공장은 2012년까지 자체 보일러를 가동해 3개의 생산라인에 스팀을 공급했고, 각 생산라인에는 총 5개 공정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었다. 2013년에 ENSIC를 적용하면서 이 업체는 보유한 스팀보일러 가동을 정지시키고, 인근 소각장에서 발생한 고압스팀을 공급받아 3개 생산라인을 가동했다. 공장의 스팀사용량은 2012년 39만3101t에서 2013년에는 47만4576t으로 집계돼 17.2%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ENSIC를 적용해 2013년 공장의 생산규모를 감안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산한 결과 2만6777 탄소환산t으로 2012년에 비해 1만1389 탄소환산t(29.8%)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사용량은 늘었지만 대체 에너지를 활용했기 때문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온실가스)와 기업의 비용부담은 감소했다는 의미다.

반면 A사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최근 탄소가격이t당 5유로 수준인 유럽의 탄소시장에서 배출권을 거래했을 경우 연간 약 7000만 원 수준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인근 소각장에서 스팀(대체에너지)을 공급받은 경우보다 편익 면에서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내 기업들이 왜 배출권 거래에 소극적인지를 알려준다. 탄소 배출감축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기업 간 네트워크 구축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대체 에너지를 도입할 때 편익이 더 크기 때문"이라며 "탄소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적정한 가격 형성과 국가 차원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추가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