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소장펀드·연금저축 등
- 연초부터 시중자금 몰려 인기

연봉 8400만 원인 직장인 김모(43) 씨는 올해 퇴직연금 계좌에 300만 원을 추가로 납입하기로 했다. 연말정산에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세법 개정으로 김 씨는 올해 연말정산 환급금이 지난해보다 100만 원가량 줄었다. 부모님은 연금소득이 있어 기본공제를 받을 수 없고,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에도 가입할 수 없어 환급액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김 씨는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절세상품으로 퇴직연금을 택했다.

연초부터 절세 혜택이 있는 금융상품에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다. '연말정산 대란'의 충격을 겪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연말정산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절세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6일까지 퇴직연금에 무려 7724억 원이 유입됐다. 이 기간 유입액은 퇴직연금 전체 설정액(6조6303억 원)의 11.6%에 달했다. 같은 기간 세액공제 효과가 있는 연금저축 펀드에 1581억 원이 순유입됐고, 소장펀드로 284억 원이 몰렸다. 총급여 5000만 원 이하 근로소득자 및 종합소득 3500만 원 이하 사업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재형저축에도 올 들어 46억 원의 시중자금이 들어왔다. 반면 이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6000억 원가량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통상 연말에 연말정산 준비로 절세상품을 찾는 것과는 달리 연초부터 절세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다"면서 "연말정산 파동 및 퇴직연금의 세액공제 확대로 퇴직연금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세법 개정을 통해 올해부터 퇴직연금에 가입한 직장인은 개인형퇴직연금계좌(IRP)에 300만 원을 추가로 납입할 경우 지방소득세 포함 13.2%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300만 원의 13.2%에 해당하는 환급금은 39만6000원으로, 개인연금에 별도로 400만 원을 납입해 세액공제를 받을 경우 총 700만 원에 대한 환급금 92만4000원을 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 추가납입은 연봉 8000만 원 이상 고소득자들이 특히 관심을 갖는 방법이다. 연봉이 8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소장펀드 가입이 불가능한데다 올해부터 청약저축 소득공제도 연봉 7000만 원 이하로 제한되면서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이 고액 연봉자들의 유일한 절세 금융상품이 됐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수령 시 연금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개인연금과 합산해 연 수령액 1200만 원까지는 3~5%의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13.2%의 세액공제가 훨씬 유리하다. 또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의 경우 중도인출이 어려울뿐 아니라 손해가 크기 때문에 연 700만 원가량을 장기로 묶어둘 수 있는 투자자들은 주로 추가납입에 나서고 있다.

연봉 5000만 원 이하의 근로소득자들 사이에서는 소장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소장펀드는 1년간 600만 원을 납입할 경우 240만 원을 공제받아 연말정산 시 소득세와 주민세 16.5%를 합쳐 39만6000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소득세 환급액에 20% 세율로 농특세가 부과돼 실제 환급액은 최대 32만4000원이지만, 최근 소장펀드에 부과되는 농특세를 면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만큼 여전히 매력적인 상품이다.

NH-CA자산운용 관계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절세가 곧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3년 국채 수익률이 2%를 하회하고,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1%대로 떨어져 절세상품은 '무위험 수익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