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 부산시에 폐지 압력
- "재벌 건설사 몰아주기 의도"
정부가 중소 건설사 보호를 위해 제정된 '지역제한 입찰'과 '지역의무공동도급' 관련 조례를 폐지 또는 개선하라며 부산시를 잇따라 압박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부산 건설업계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로 이뤄진 최소한의 장치까지 규제로 보는 정부의 '한심한 인식'이야말로 사라져야 할 '진짜 규제'라며 강력히 성토하고 나섰다.
26일 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지난달 30일 전국 광역자치단체 규제개혁담당자들을 소집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공정위는 이 자리에서 각 지자체가 지역 건설업계 보호를 명목으로 제정한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 조례를 오는 6월까지 전면 개선하거나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7월에도 공정위 등을 앞세워 지역의무공동도급제 규정 등을 없애라고 공문을 통해 부산시에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는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먼저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6일 행정자치부와 법제처 등에 공문을 보내 "건설산업 육성 조례는 '할 수 있다'는 식의 권고사항일 뿐 강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부산 건설업계는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지역의무공동도급은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영세 건설사가 일감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규제개혁이란 원칙만 앞세워 최소한의 보호장치마저 없애려는 것은 건설공사 물량을 재벌 계열 건설사와 대기업에만 싹쓸이해 몰아주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부산시의회도 정부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시의회 김병환(부산진구3) 의원은 "100억 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에 다른 지역 건설사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게 역차별을 일으키는 규제라는 정부 논리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면서 "규모가 큰 서울업체만 일감을 다 가져가야 공평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시의회는 정부의 요구와 상관없이 다음 달 본회의를 열어 '지역건설업 활성화 촉진 조례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개정안에는 ▷49% 이하인 지역업체 의무공동도급비율을 49% 이상으로 ▷60% 이상으로 명시됐던 지역업체 하도급 비율을 70% 이상으로 ▷이 같은 권고사항을 지킨 건설사와 발주기관에 대해서는 부산시장이 따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