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 내림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두바이유 가격이 이틀 연속 3달러 이상 급등하는 등 국제 유가가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는 3일(이하 현지시간)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전날보다 3.81달러 오른 배럴당 52.62달러에 거래됐다고 4일 밝혔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각각 3달러 이상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두바이유 가격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해 11월 27일 감산불가 방침을 발표한 이후 75달러 선에서 폭락하기 시작해 지난달 14일 42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이후 44달러 선 부근에서 움직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상승세로 전환했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50달러 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만에 처음이다.

국제유가가 반등 기미를 보이자 국내 주유소의 휘발윳값도 하락세를 멈췄다. 우리나라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값은 지난해 11월말 ℓ당 1713.5원에서 4일 현재 1410.1원으로 303.4원 내렸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1419.1원을 찍은 이후 나흘 동안 휘발윳값 하락 폭은 채 10원도 되지 않아 ℓ당 1300원대 진입을 앞두고 제동이 걸렸다.

부산지역 휘발유 가격도 지난 10월 하순 ℓ당 1600원대 주유소가 등장한 데 이어 지난달 중순 최저가 1300원대 진입, 지난 1일에는 보통휘발유를 ℓ당 1200원 대에 파는 주유소가 나오는 등 하락 행진을 거듭했다. 부산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13일 1513.36원에서 21일 1457.89원으로 일주일 사이 55.47원이나 하락했지만 지난달 28일(1412.61원) 이후 4일(1397.48원)까지는 15.13원 내리는 데 그쳤다. 지난달 11일 처음 등장한 ℓ당 1200원 대 주유소는 지난 2일 부산 3곳을 포함해 전국 134곳을 기록했으나 3일에는 130곳으로 줄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휘발윳값은 지난해 12월 5일 ℓ당 1650.3원에서 지난 2일 1398원까지 매일 하락세를 보였으나 3일 들어 ℓ당 1399.2원으로 올랐고, 4일 현재는 1423원까지 뛰었다.

국내 정유사들은 이번 주 들어 휘발유 공급기준가를 ℓ당 3원 올린 데 이어 두바이유 가격이 다시 하락하지 않는다면 다음 주에는 ℓ당 35원 이상 인상할 전망이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휘발유 가격에서 차지하는 세금 비중이 높은 현실을 감안하면 ℓ당 1200원 대에 공급할 경우 남는 게 거의 없다"면서 "국제유가가 더 오른다면 휘발유 가격을 올리는 주유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