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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공공임대주택 새판 짜자 <5> 임대주택 개성시대 열어야

'빈곤의 섬' 된 도심외곽 임대단지…다양한 계층 주거공동체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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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구 20% 기장 15% 사상 11%…
- 부산 임대 대다수 외곽 몰려
- 이웃과 교류한다는 주민 12%뿐

- 획일적 아파트 단지 건설보다
- 도시 재생사업 등 통해
- 사회초년생·중산층에도
- 주거공간 공급해야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은 '빈곤의 섬'이다. 1980년대부터 대규모 임대아파트를 지어 저소득층을 몰아넣는 정책이 시행됐다. 재개발이나 택지개발로 쫓겨난 이주민들을 한꺼번에 수용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소득·연령·계층별 특성을 고려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섬에서 마을 공동체로

박원순(오른쪽) 서울시장이 지난해 11월 국내 1호 협동조합형 공공임대주택인 서울 강서구 가양동 '이음채'의 공동 육아방에서 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부산의 공공임대주택들은 도심과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있다. 북구는 16개 구·군 가운데 공공임대주택이 가장 많다. 2013년 현재 19.8%가 모여있다. 기장군(14.5%)과 사상구(11.3%) 사하구(11.5%) 해운대구(10.6%)도 10%를 넘는다. 원도심인 중·동·서구는 1%대이다. 산업단지 개발로 폭발적인 인구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는 강서구의 공공임대주택도 1015가구(1.76%)에 불과하다.

단독·다세대를 뺀 임대아파트(4만3938가구)의 읍·면·동별 분포도를 보면 밀집도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북구 금곡동에 14%인 6138가구가 집중돼 있다. 다음으로 ▷기장군 정관면(4926가구) ▷영도구 동삼동(4464가구) ▷사상구 모라동(4914가구) ▷사하구 다대동(3932가구)이 뒤를 잇는다. 동서대 김종건(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임대아파트가 도심 외곽이나 구릉지 등 택지 확보가 쉬운 곳에 집중 건설되면서 '고립된 섬'이 돼 버렸다. 다양한 계층이 모인 공동체가 아니라 경제력이 약한 계층만 사는 동네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고립된 빈곤층들은 내면에 두꺼운 장벽을 쌓고 있었다. 부산복지개발원이 2009년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7.9%가 지역사회에 중요한 문제가 생겼을 때 '별로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관심은 있지만 참여하고 싶지 않다'거나 '참여하지 못한다'도 47.4%로 높았다. 이웃 간 교류도 드물었다. 이웃의 경조사에 참여하는 비율은 '전혀 안 한다'와 '거의 안 한다'가 65.6%에 달했다. '가끔 한다'와 '자주 한다'는 비율은 각 11.5%와 1%였다.

부산발전연구원 이정헌 연구위원은 "재정적 한계와 토지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과거와 달리 대규모 임대아파트 공급이 어려워졌다. 소규모 공공주택 개발이나 연령·소득·계층이 혼합된 커뮤니티 주택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의 '소단위 정비기법 고도화 용역'을 진행 중인 경성대 이석환(도시계획과) 교수는 "도시재생 사업지나 마을 거점구역에 행복주택 또는 순환형 임대주택을 지어 저소득층과 신혼부부·사회초년생에게 공급하면 지역경제도 살아날 것"이라고 소개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공동체형 주택' 3096호를 새롭게 선보인다. 획일적인 기준으로 선정된 단지형 공동주택의 단점을 극복하고 가치 공유나 협동을 통해 공동체를 구현하는 주거 유형이다. 어르신에게는 임대수입을 제공하고 대학생에게는 저렴한 주거지를 공급하는 '1·3세대 룸셰어링 사업'이나 ▷주차장에 공유 차량을 배치해 거주자와 지역주민이 함께 사용하는 '나눔카 주택' ▷6년 이내에 활용이 가능한 정비(예정)구역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쓰는 '빈집활용 공동체 주택'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성남시는 단대지구 726㎡(220평)에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행복주택 20가구를 건축 중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자활센터·공동작업장·주차장·폐쇄회로(CC) TV를 갖춘 마을 재생형 임대주택 형태로 추진된다.

■중산층도 사는 공공임대주택

사진은 이음채 전경. 서울시 제공
최근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들어선 '이음채'는 공공임대주택의 새로운 유형이다. 이음채는 두 가지가 다르다. 우선 주택을 먼저 짓고 입주자를 모집하는 기존 임대주택과 달리 '3세 미만의 자녀'를 둔 부모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계획·시공 단계부터 참여했다. 이음채라는 이름도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입주민의 소득 기준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00%인 중산층으로 확대했다. 홍건표 서울시 임대주택과 주무관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함께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입주 경쟁률은 9.6 대 1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음채는 지상 6층 주택에 24가구(전용면적 49㎡)가 모여 산다. 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해 공동 육아용 보육시설인 '이음 채움'도 만들었다. 주택과 보육시설 관리는 입주자들이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 이음채의 임대보증금은 1억500만 원. 월 임대료는 3만 원으로 저렴하다. 2년마다 재계약하며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서울시는 ▷중구 만리동 예술인협동조합 ▷서대문구 홍은동 청년협동조합 ▷청년 봉제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협동조합 공공주택 설립도 추진 중이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소득수준뿐 아니라 연령·생활 습관까지 고려한 수요 중심형 공공임대주택이 많아지면 내집 마련에 인생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서울시의 다양한 실험이 부럽다"면서 "부산시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물론 시대 변화에 맞는 임대주택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반빈곤센터 최고운 사무국장은 "빈곤층 주거 문제를 단순한 주택 공급 측면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경제 자립을 위한 정책과 사회통합 노력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부산시의회 공기업특위서 질타

"임대 공급 인천의 절반, 제2 도시 맞나…수익만 쫓는 도시공사 주거복지 외면"

김영욱 위원장(왼쪽), 김병환 시의원
부산시의회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소홀히 한 부산도시공사를 질타했다.

공기업특별위원회(위원장 김영욱) 소속 의원들은 지난달 27일 부산도시공사 업무보고에서 "부산의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전국 최하위로 떨어진 것은 부산도시공사가 수익형 개발사업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병환 의원은 국제신문의 '공공임대주택 새판 짜자' 시리즈를 인용하며 "2009~2013년까지 5년 동안 부산에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은 1만5723가구로 인천(3만3496가구)의 47%에 불과하다. 부산이 제2의 도시가 맞느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또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는 이유가 일자리 부족과 주택난이다. 지게꾼은 지팡이를 짚고 일어선다. 공공임대주택은 저소득층이나 사회 초년생에게 지팡이와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도시공사의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이희철 의원) "임대주택 수요가 증가하는데도 '주거 복지'를 내팽개쳤다"(김영욱 위원장) "임대주택 입주 대기 기간이 너무 길다"(김종한 의원) "노후 임대주택을 수리할 때 임차인 대표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라"(오은택 의원)는 지적도 나왔다.

조정화 의원은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정확한 수요 조사를 주문했다. 그는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까지 합치면 부산에 11만 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이 추가로 필요하다.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생까지 감안하면 더 많다"면서 ▷구·군별 수요 실태조사 ▷다양한 계층이 어울려 사는 임대주택 모형 개발 ▷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님비현상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임대주택의 새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상민 의원은 "선진국의 신혼부부들은 공공임대주택에서 첫 출발을 한다. 부산에 임대주택이 늘어나면 집을 사느라 몇 십 년 고생할 필요도 없다. 청년과 중산층까지 살고 싶어하는 임대주택 유형을 개발하라"고 지적했다.

곽동원 부산도시공사 사장은 "그동안 재정부족 탓에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며 "한 해 평균 700가구 정도의 임대주택을 공급했는데 올해는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4000가구 이상 공급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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