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지역산업 금융 비중 5.2%
- 전년도 5.5%서 0.3% P 하락
- 1.3% P 오른 서울과 대조 이뤄
- 지역내총생산 비중도 0.3% P ↓

- 1999년 산업 고도화 추진 불구
- 해외 우수 업체 유치 노력 부족
- 고급인력 금융시장 유도 미흡
- 고부가가치 금융업 후퇴 일로

- 국내외 기업 유치 부진도 원인
- 부산 유턴 업종 굴뚝산업 한정
- 전입 기업 70% 제조업체 편중
- 부산시 차원 전략적 대응 절실

"올해 부산의 경제정책은 '지식 인프라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부산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책이 다수의 기관에서 추진 중인 데도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 연구개발(R&D)과 융·복합 등 고부가가치형 산업의 발전은 가속화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외 경제트렌드 변화에 둔감한 지역의 '올드한' 산업 구조와 지식기반형 인프라 부족에 따른 우량기업 유치 미흡, 수도권 중심의 정부 정책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도시'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올 한 해 어떻게 추진하느냐가 향후 수십년간 지역경제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 전략산업 육성책 지지부진

6일 본지 취재팀이 전문가 의견과 지역 기관의 경제 관련 문건 등을 토대로 분석한 부산 경제의 후진성 원인은 고령화·저출산 등 인구 구조의 문제(본지 1월 1일 자 6면 보도) 뿐 아니라 ▷산업구조 고도화 실패 ▷수도권 중심 경제 구조에 따른 지역 자본의 역외 유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우량기업 유치 부족 등으로 요약된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설립 등 경제발전을 위한 '하드웨어'(기반)가 마련된 것과 달리 해외 금융사 등을 유치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전략)가 부족하거나, 동남권 대학에서 매년 고급인력이 배출되고 있지만 이들이 갈만한 지역 내 '히든챔피언'(강소기업)의 수가 턱없이 부족해 경제 핵심인구의 지역 회피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선정한 전국의 강소기업(규모는 작지만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는 우량기업) 33개사 중 부산을 포함한 동남권 기업의 수는 고작 2곳에 불과했다.

부산 경제의 후진성을 탈피하기 위한 지역 기관의 '고도화' 전략이 전무했던 것도 아니다. 시는 2013년 세계적 융복합 경제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신 전략산업'을 발표했다. 1999년부터 추진해 온 10대 전략산업을 ▷해양산업(해양플랜트·그린선박 등) ▷융합부품 소재산업(기계·자동차·항공·신발섬유 등) ▷창조문화산업(영상콘텐츠·ICT 등) ▷바이오헬스 산업(방사선의과학 등) ▷지식 인프라산업(관광 MICE·금융) 등 5개로 축소해 집중 육성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고부가가치 핵심 금융업 되려 후퇴

하지만 현재로선 별다른 진척이 없거나 오히려 후퇴한 상황이다. 고부가가치형 산업의 핵심인 금융업의 경우 시가 지난해 11월 작성한 '부산지역 금융산업 현황과 발전 전망' 문건을 보면 금융업이 해당 지역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서울의 경우 2009년 53.6%에서 지난해 54.9%로 5년간 1.3%포인트 상승했으나 같은 기간 부산은 5.5%에서 5.2%로 0.3%포인트 하락했다. 이 기간 금융산업의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도 서울은 13.6%에서 14.4%로 0.8%포인트 오른 반면 부산은 0.3%포인트(6.5%→6.2%) 내려갔다. 시는 해당 문건에서 "정부가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한 2009년과 비교해 현재 지역의 금융산업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는 주요 기업의 본사와 금융기관 본점 등 한국 경제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기업 및 기관이 수도권에 집중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해외 우량기업(금융사)을 유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 부족과 동남권 대학에서 배출되는 고급인재의 '지역 금융시장 유도' 방안이 미흡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부산대 김태혁(경영학과) 교수는 "BIFC를 중심으로 세제해택 등을 제공해 우량기업의 부산 유도를 확대해야 한다"며 "이들 기업이 부산으로 몰리면 수도권 인력의 부산 유입 등 또다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BIFC 설립과 금융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문현금융단지 입주 기관에 대한 세제혜택 근거(조례 제정 등) 마련 ▷부산금융전문대학원 설립(올해 하반기 예정)에 따른 지역인재 양성 확대 ▷파생상품 거래정보센터 설립 검토 ▷부산 이전 금융 공공기관과 지역 기관을 중심으로 한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 ▷선박 운용회사 유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부산 전입기업 '굴뚝산업' 대다수

금융업 뿐 아니라 나머지 산업과 관련한 국내외 기업 유치 방안이 미흡한 것도 부산경제의 후진성을 가속화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부산으로 본사를 옮기거나 해외에서 부산으로 유턴(U-turn)하는 기업의 업종이 대부분 '굴뚝산업'에 한정됐다는 점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부산의 노동집약형 산업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전입기업 확대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부산본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부산으로 전입한 284개 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기계장비(59개·20.8%) ▷조선·기자재(35개·12.3%) ▷철강(33개·11.6%) 등을 포함한 제조업체(203개·71.5%)가 대부분인 반면 고부가가치형 서비스업체(81개)는 28.5%에 불과했다. 또 이들 기업 중 부산 전입 이전보다 자금 사정이 악화한 기업은 40.0%로 양호해진 기업(20.0%)보다 배 많았다. 한은 부산본부 관계자는 "산업단지 개발로 전입기업이 증가하고 있으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선도할 대기업의 유치실적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부산시 차원의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지속적 성장 선제조건은 '기존 산업 효율성 극대화'

- 수산·항만 중심 금융·무역 연계
- 산업 생산성·부가가치 증가 효과
- 동남권 신공항 사업과 맞물릴 땐
- 전국 최고 '육·해·공' 시스템 구축

부산이 경제적 후진성을 탈피하고 미래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형 산업으로의 체질 개선 뿐 아니라 지역을 대표하는 기존 산업의 발전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부산경제진흥원 등 다수의 경제 관련 기관은 올해 지역산업의 전략적 육성 방안으로 ▷서부산권 산업단지 개발 ▷관광 산업과 연계한 동부산권 발전 전략 수립 ▷북항재개발과 해양경제특구의 성공적 추진 ▷중국과의 경제권역 사업 확대 등을 꼽았다.

특히 전문가들은 향후 동남권 신공항 개항까지 염두할 경우 북항재개발 등 현재 추진 중인 대규모 사업과 맞물려 부산이 '육·해·공'으로 이어지는 전국 최고의 경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센터 관계자는 "수산과 항만 중심인 부산 경제에 물류와 금융, 무역, 해양플랜트 등이 집중돼 지역 산업의 생산성과 부가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명지국제신도시의 경우 다국적 기업의 입주를 위해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경남 창원권 연구개발(R&D) 인력을 흡수하는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전략을 추진한다면 서부산권 산업단지의 발전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산발전연구원 주수현 미래전략센터장은 "미래 성장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동남권 경제공동체가 상생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2013년 부산시가 내놓은 '신 전략산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고용창출형 연구개발(R&D) 일자리 창출 ▷창조적 히든챔피언(강소기업) 집중 육성 등을 꼽았다.

지역의 한 경제전문가는 "히든챔피언 기업이 100개사로 늘면 향후 5년간 1만 명 정도의 신규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