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고령화율 10년 새 배 증가
-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강타
- 젊은층 역외 유출·기업 영세화
- 시민들 '경제고통' 최악 수준

- 최근 14년간 시민 삶 평균 이하
- 제조업 지역 고용의 16% 그쳐

- 서비스산업 구조 고도화
- 정보통신 등 고부가산업 지원
- 국내외 우수기업 유치 나서야

부산 경제가 추락하고 있다. 지역의 산업은 노동집약형 구조와 대내외 악재 탓에 추진 동력을 잃었다. 고령화 여파로 핵심 경제인구의 고용시장 진입이 줄고 있다.

부산의 '경제고통' 지수는 전국 최고 수준에 달했다. 다수의 경제전문가는 올 들어서도 지역경제의 뚜렷한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고부가가치형 산업으로의 경제체질 개선 등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면 총체적 위기를 겪는 부산 경제가 올해를 기점으로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삼는 한 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 경제고통지수 최상위권

과거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국 경제의 핵심역할을 담당한 부산이 갈수록 경제 활력을 잃는 배경에는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가파르게 진행 중인 고령화·저출산 ▷제조업 영세화 ▷청년층 역외 유출 ▷혁신형 산업 인프라 부족 등 인구 및 산업구조와 관련한 지역의 특수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부산의 총체적 경제위기는 2000년 이후 악화 일로를 걷는 주요 경제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돼 시민의 '경제적 고통'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 취재팀이 통계청 자료 등을 근거로 전국의 '경제고통지수(Economic Misery Index)'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 말 기준 부산의 지수는 비수도권 지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고통지수는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경제학자인 아서 오쿤(Arthur Okun)이 개발한 것으로, 특정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값으로 표현된다.

'경제 고통'과 관련해 공식적인 통계를 내지 않고 있는 한국 정부 및 경제기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통계 기법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고통이 심하다는 의미다.

부산의 경제고통지수는 4.7로 전국 평균(4.1)보다 0.6포인트 높았다. 전국 16개 시·도 중에서는 인천(5.7)과 서울(5.1) 다음이다. 비수도권 지역 중 이 지수가 4.0을 넘는 곳은 부산과 대구(4.3)밖에 없었다.

특히 2000년 이후로 조사 기간을 확대할 경우 부산의 월별 지수가 전국 평균보다 낮은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적어도 최근 14년간 부산의 경제적 삶의 질은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는 의미다.

■올해 부산경제 '위기=기회'

부산 시민의 '경제적 고통' 지수가 다른 지역보다 높은 것은 고용·노동·인구 분야와 산업구조 등 대부분의 경제지표에서 뒷걸음질 치고 있는 현재의 지역경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부산의 고령화에 따른 핵심 경제활동인구 감소와 실업률 상승, 이로 인한 산업 동력 약화와 제조업 영세화 등이 경제 활력을 떨어뜨렸고, 이는 곧 지역 내 총생산 감소나 수출 경쟁력 저하 등으로 이어져 부산 시민의 경제적 삶의 질을 악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과 부산경제진흥원에 따르면 지역의 고령화율(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04년 7.9%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0월 14.0%를 기록하며 10년간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부산은 2021년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역의 핵심 산업인 제조업 역시 1970년대 초 부산 전체 고용의 37.3%, 부가가치의 41.6%를 차지했으나, 이후에는 위상이 크게 낮아져 2012년 기준으로만 봐도 각각 16.1%와 18.9%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센터 이상엽 팀장은 "지역의 고령화 문제는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를 연쇄적으로 불러와 지식기반 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역의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부산시를 포함한 경제 기관과 주요 기업이 추진해야 할 핵심 정책으로 ▷지역 서비스산업의 고도화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 등 고부가가치형 산업 지원 ▷인재와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기업 운영 ▷수출경쟁력 강화 ▷국내외 우수기업 유치를 통한 산업구조 고도화 등을 꼽았다.

한국은행 부산본부 관계자는 "우수기업의 지역 유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 구직수요에 부합해 고용증대 및 인구유출 방지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20~39세 핵심층 인구 60만명 붕괴 눈앞, 일자리 질 저하로 '떠나는 늙은 도시'

부산 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져가는 근본 원인은 고령화·저출산과 '굴뚝업종'으로 대표되는 지역의 산업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역피라미드형 인구 구조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든 데다 '미래지향적 산업'과 거리가 먼 동남권 경제의 체질 탓에 우량기업과 고급 인재가 지역을 떠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31일 본지 취재팀이 통계청과 부산경제진흥원 자료 등을 근거로 부산의 주요 통계지표를 분석한 결과 인구·고용·노동·산업규모 등 경제 활성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표 대부분이 2000년 이후 크게 후퇴하거나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물렀다. 지역의 핵심 연령층인 20~39세 경제활동인구는 2000년 1분기 86만2000명이었으나 지난해(2014년) 3분기에는 62만3000명으로 27.7% 감소하며 60만 명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6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는 4만3000명에서 12만8000명으로 197.7%나 급증했다. 특히 부산의 50세 이상 경제활동인구(62만5000명)는 이미 2012년 말 처음으로 20~39세 경제활동인구(61만5000명)를 앞질렀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고령화율)도 10년 전(2004년)에는 7.9%였으나 2008년(10.3%) 처음으로 10%를 넘은 이후 지난해 10월 14.0%를 기록, 전국 7개 광역시 중 처음으로 '고령사회'(14.0% 이상)에 진입했다.

'늙은 도시'로의 전환은 청년층과 상용직 근로자 등 고급 신규인력의 취업자 수 감소와 이에 따른 지역 내 산업 악화를 불러왔다. 부산의 전체 취업자 중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15~29세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월 22.0%였으나 지난해 11월에는 14.6%로 내려앉았다.

산업 관련 지표를 보면 최근 10년간(2002~2012년) 전국의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율은 5.2%를 기록했지만 부산은 4.9%에 그쳤다. 특히 가장 최근 통계인 2013년 GRDP도 4.9%에 머물며 2011년(5.0%) 이후 사실상 제자리걸음만 했다. 2012년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중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포함한 부산 기업은 39개사로 4%를 차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