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 장차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신호 교육부 차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최 부총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신제윤 금융위원장, 김경식 국토교통부 제1차관 등이 참석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22일 정부가 내놓은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의 큰 틀은 각 분야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회복의 계기 마련이다. 일련의 정부 방침이 제대로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발목을 잡는 위험요소들을 적절하게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바탕 위에서 확장적인 재정 정책 및 민간투자 유치로 소득과 소비를 증진하게 하는 한편 경제체질을 강화하자는 것이 정부가 의도하는 바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이전에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구현을 위해 단기적인 경제활성화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 노동시장 개혁

-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정규직으로 적극 전환

■노동 유연성 제고로 일자리 창출

노동부문 개혁은 박근혜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이날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구조개혁의 1순위로 노동시장을 거론했다.

현재로써는 노사정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 중이어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임금과 근로시간, 근로계약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파견 및 기간제 근로자 사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현재 32개로 제한된 파견 허용 업종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2년인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 중 상시·지속 업무를 중심으로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는 한편 고용 형태별 특성에 따른 차별도 완화키로 했다.

'휴먼 FTA'를 통한 생산인력 확충도 내년에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우수 외국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비자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점수이민제를 확대해 고득점 우수 전문인력에 대해서는 1년 체류 시 영주자격(F5)을 부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휴먼 FTA 제도 도입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 공공부문 개혁

- 유사·중복 재정사업 통폐합, 부처별 보조금 총량제 추진

■내년 사학연금·군인연금 개혁

재정 건전성 강화와 민간투자 위험 분담, 핵심역량 집중과 중복기능 재조정이 우선 과제로 제시됐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미 논의를 시작한 공무원 연금에 이어 내년 하반기부터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에 나선다. 지난 5년간 공무원 연금과 군인 연금 적자 보전 금액이 13조9000억 원에 이르는 등 국민 부담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어서다. 공무원 연금 개혁안이 내년 중 국회를 통과하면 군인 연금과 사학연금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안이 나오게 된다. 정부는 각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6월께 사학연금 개혁안, 10월께 군인연금 개혁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 등을 위해 운용체계가 개편된다. 반면 위탁운용사의 운용성과에 대한 비교·평가 기준을 개선해 운용사 선정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경쟁체제를 강화한다. 예산 개혁을 위해서는 내년 상반기 중 재정사업의 유사·중복 실태를 점검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이달 초 발표된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종합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한편 정부 부처별로 보조금 총량제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 금융부문 개혁

- IT+금융 '핀테크' 집중육성, 외환규제도 대폭 손질키로

■핀테크 활성화로 금융경쟁력 제고

금융 역동성 제고도 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의 주요한 축이다. 여기에는 금융업이 역동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경기회복에 탄력이 붙기 힘들다는 정부의 판단이 깔렸다.

우선 정부는 '핀테크(Fintech)' 활성화를 금융업 간 경쟁 촉진의 매개체로 선정했다. 핀테크란 금융과 IT기술을 융합한 결제 서비스 등을 말하는 것으로 최근 금융업의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떠오른 분야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핀테크를 내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전자금융업종의 규율 재설계로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한 뒤 오프라인 위주의 금융시스템을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내년 1월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IT·금융 융합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외환규제도 내년에는 대폭 개선된다. 국민과 기업의 거래 편의를 높이고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 여건이 조성되도록 외국환거래법령이 전면 개편된다. 각종 법령 및 규정체계도 여타 금융관련 법령에 맞춰 합리적으로 손질이 이뤄진다. 이 밖에 벤처·창업기업 지원을 위해 현재 1000억 원 규모인 기술신용대출펀드를 3250억 원으로 늘리는 한편 기술평가에 바탕을 둔 신용대출과 정책사업 적용범위도 확대된다.


# 교육부문 개혁

- '선 취업 후 진학' 장려 위해 고등전문대 시범 도입

■가을학기제 도입 공론화

인력수급 불일치 완화도 정부가 내년에 풀어야 할 과제 중의 하나에 속한다. 우선 교육시스템 개편으로 가을학기제(9월 신학기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학령기 인구감소에 대비하고 인력의 국제이동 가속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3월 입학제를 고수하고 있는 곳은 한국과 일본 등 몇 나라에 불과해 국내외 학생들의 상호 진학에 어려움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가을학기제 도입 공론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봄방학을 없애고 여름방학을 늘려 학기 시작을 당기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가을학기제는 문민정부(김영삼 대통령 집권 시기) 때부터 논의된 사안이나 그동안 의견이 엇갈려 진척이 없었던 것으로 만약 도입이 되면 교육체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선 취업과 후 진학'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고등전문대가 시범도입된다. 또 한국형 도제식 직업학교를 당초 3개교에서 9개교로 확대한다. 특성화고 진학 희망자에 대해서는 복수지원이 허용되며 성적보다 적성과 소질을 우선하는 특별전형 비중이 올해 11%에서 2017년에는 20%까지 늘어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공기업이 정규직을 신규로 뽑을 경우 조기취업자나 경력자 채용 확대를 주문하기로 했다.


■소비심리 위축 경기 불확실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8%로 책정했다. 이 수치는 올해 중반기에 내놓은 4.0%보다 0.2%포인트가 낮아진 것이다. 내년에도 소비심리 위축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경기마저 불확실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3.5% ▷현대경제연구원의 3.6% ▷금융연구원의 3.7% ▷LG경제연구원의 3.4∼3.8% 등에 비해서는 0.1∼0.4%포인트가 높다. 여기에는 노동시장이나 공공부문에서 정부의 의도대로 개혁이 이뤄지면 경제가 기대 이상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는 2.0%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유가 하락 등이 예상되지만 농산물 가격이 상승 등이 물가 인상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