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동삼동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전 예정 부지 전경. 국제신문DB

- 작년 개설 전문대학원 학생
- 화상·원정강의 불편만 가중
- 해양클러스터 시너지 한계

- "딴 속내 있는 듯" 의혹 확산
- 입주 부지는 황무지로 방치

2015년 말 부산 영도구 동삼동 혁신도시 내 이전을 계획했던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재차 오는 2016년 말로 이전 일정을 미뤘다. 해양과기원에 부지 무상사용 허가권까지 내줬던 한국해양대는 공동 운영 대학원이 차질을 빚고 있다.

해양과기원은 현재 경기도 안산 본원의 매각 절차를 밟고 있지만, 지난달 중순 18번째 매각 추진마저 실패하면서 결국, 이전 시기를 2016년 12월로 늦췄다. 감정평가액 900억 원에 이르는 부지를 매각하는 게 쉽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해양과기원이 본원 부지 매각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구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차입을 통한 '선 공사' 방식으로 착공하는 방안 등이 다각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공동 운영 전문대학원 차질

해양과기원 이전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한국해양대다. 한국해양대와 해양과기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해양과학기술 전문대학원이 반쪽으로 전락했다.

한국해양대는 애초 해양과기원의 올해 말까지 동삼동 이전 약속에 따라 해양 과학 기술 관련 연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8월 전문대학원을 설치했다. 현재 2년 차로, 해양과학기술 과정 30명의 석·박사 인력은 화상강의를 통해 수업을 받거나, 아예 해양과기원이 있는 경기도 안산까지 오가고 있다.

이은방 해양과학기술 전문대학원 교수는 "두 기관이 가까이 있어야 연구의 성과가 커진다"며 "박사 인력만 500명에 달하는 가장 큰 기관인 해양과기원이 이전을 계속 미루고 있어 해양클러스터 시너지 효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부지 매각 절차 지지부진

해양과기원의 '2016년 말 이전' 약속마저 제대로 지켜질지 아직 알 수 없다. 경기도 안산의 해양과기원 부지 매각 추산액이 917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2012년 해양과기원 이전 논의가 본격화된 이후 지난달까지 무려 18차례에 걸쳐 부지 매각 절차를 밟았지만 모두 실패했다.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하면서 해양과기원의 부산 이전을 위한 다양한 대책이 논의 중이지만, 부산 영도구와 한국해양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영도구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이전을 꺼리는 분위기 속에 해양과기원이 본부와 지부로 기관을 나눠 지부 형태로 이전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해양대 관계자는 "해양과기원의 동삼혁신도시 내 전체 부지 15만9878㎡ 중 6만4573㎡의 해양대 소유 부지를 지난해 6월 해양과기원에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협약을 했다. 부지 매각 부진을 내세우면서 이전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다른 속내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양과기원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하루빨리 이전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1200억 원이 넘는 큰 사업이어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털어놨다.

■ 이전 공공기관 사이 '황무지'

해양과기원이 입주할 부지는 1970년대에 바다를 매립한 곳이다.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세워지기 전에는 공사 후 남는 모래를 쌓아두는 준설 매립지였다. 영도구 주민이 수십 년 동안 매립지에서 나오는 악취에 시달려야 했던 곳이기도 하다. 2012년 동삼동 해양클러스터 혁신도시 구획으로 지정되면서, 매립지 공사를 다시 시작했다. 소요 예산은 200억 원. 연약지반 구간을 단단하게 다지는 등 매립지를 해양과기원이 쓸 수 있도록 조성했다.

현재 해양과기원이 들어설 자리 주변에는 이미 다른 4곳의 해양 관련 공공기관 건물이 들어서 있다. 입주하거나 올해 말 입주할 예정인 다른 공공기관보다 압도적으로 큰 부지를 가진 해양과기원의 입주가 미뤄지면서 이 일대는 황무지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이미 2012년 12월 입주를 마쳤고,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다음 달 중 입주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 동삼혁신도시 공공기관 현황 기관 면적 비고 국립해양조사원 1만8549㎡ 2012년 12월 이전 완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5300㎡ 2014년 12월(예정)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1만3494㎡ 2014년 12월(예정) 한국해양과학기술원 15만9878㎡ 2016년 12월(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