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발 베이커리(빵집)형 어묵 열풍은 침체한 어묵업계에 고급 간식용 어묵시장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현재 대기업에서 베이커리형 어묵사업 진출을 준비할 정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삼진식품이 지난해 12월 영도공장을 리모델링해 전국 첫 베이커리형 어묵 판매장 '삼진어묵 전시체험관'을 개관하면서 지역업체 간 설립 경쟁에 불이 붙었다. (주)늘푸른바다가 지난 5월 부산진구 부전시장에 어묵체험관과 역사관 등을 갖춘 어묵카페 '고래사' 1호점을 낸 데 이어 해운대 지역에 2호점을 준비하고 있다. '더착한어묵'의 대원식품은 지난 9월 금정구 NC백화점 부산대점에 이어 최근 해운대구 더베이101과 경기 수원 AK 프라자 K푸드몰에 베이커리형 어묵 판매점을 개설했고, 해운대구 마린시티 두산위브더제니스에 4호점을 준비 중이다. 삼진식품도 그 사이 롯데백화점 부산본점과 부산역에 점포를 추가로 냈다. 

국내 어묵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3289억 원으로 농림수산식품부는 집계했다. 햄버거 1조 원, 도넛 5000억 원 등 다른 제품군과 비교하면 어묵시장이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게 어묵업계의 분석이다. 업계는 전통시장, 노점상의 무자료 거래까지 포함하면 어묵시장 규모가 최대 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산식품과 관광의 융복합 

부산발 어묵 돌풍에 청와대가 주목했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창조경제의 성공사례로 꼽혔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22일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해 부산시로부터 동북아 수산식품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 추진현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늘푸른바다 김형광 대표는 수산식품가공과 관광을 융복합한 고래사 어묵카페를 소개했다. 평범한 시장 음식에 지나지 않던 어묵을 어묵 고로케(크로켓)·초밥·버거·회·우동 등으로 다양하게 개발함으로써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 김 대표는 7일 "체험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고차 가공한 어묵을 생산해 판매하는 차원을 넘어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볼거리, 놀잇거리, 먹거리를 동시에 충족하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커리형 어묵 탄생으로 소비자의 입이 즐거워졌다. 그동안 반찬용으로 먹는 사각 '오뎅'에서 벗어나 빵집에서 빵을 고르듯 어묵 고로케, 고추튀김 어묵, 땡초말이 어묵, 김말이 어묵 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고급화한 어묵 1개 값이 1000원 안팎으로 가격이 비싼 게 흠.

한술 더 떠 (주)부산식품은 부산 남구 경성대 인근에 노천 테이블을 갖춘 어묵요리 전문음식점 '범표어묵'을 2012년 개점해 직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6시간 이내에 생산된 제품을 공급받아 어묵국밥, 즉석어묵튀김, 어묵꼬치 등을 판매하면서 신제품의 소비자 반응을 시험하고 있다.

■청결·좋은 원료에 장인 손맛 더해

베이커리형 어묵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좋은 원료를 사용해 어육 함량을 높이고 밀가루 함량을 낮추며 청결한 환경에서 수제로 만들어 졸깃졸깃한 맛이 뛰어나기 때문. 어묵장인이 어묵칼로 '탁탁' 치는 과정에서 반죽에 있는 공기층이 다져져 탱글탱글해지는 게 맛의 비결. 하지만 기계와 비교하면 생산량이 떨어진다. A급 수제어묵 기술자가 하루에 생산하는 어묵량은 400~500㎏ 안팎. 자동성형기 한 대가 한 시간 동안 생산하는 양이 200㎏으로, 한 사람이 종일 해야 할 일을 기계는 두 시간이면 할 수 있다. 1985년 대기업 삼호물산이 어묵시장에 뛰어들면서 기계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고 어묵장인은 설 자리를 잃었다.

최근 수제어묵의 인기로 어묵장인의 수요가 늘고 있으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들 대부분이 50, 60대여서 대(代)가 끊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일본에 역수출·세계화

고급화와 다양화를 통해 품질 경쟁력을 갖춘 부산어묵을 일본에 역수출하고, 세계화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어묵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 삼진식품은 2011년 11월부터 부산어묵을 역수출하고 있다. 삼진식품 이만식 전략기획부장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누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을 계기로 매년 2억 원 안팎의 부산어묵을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6·25전쟁 당시 먹을 것이 부족했던 피란민에게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했던 어묵의 제조기술을 제3세계에 전수하는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시는 미얀마에 어묵의 주원료인 연육을 제조·가공하는 공장을 설립하려고 미얀마 정부, 한국국제협력단과 협의하고 있다. 시 수산진흥과 이월라 주무관은 "연육제조가공공장이 세워지면 미얀마 국민에게 단백질이 풍부한 어묵을 제공할 수 있고, 우리나라도 위생적인 어묵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상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