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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제4회 부산-극동러시아 경제포럼'에 참석한 러시아 관계자들이 부산상공회의소
역사관을 둘러보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 구 소련 붕괴 전후 러 상인들
- 생필품 구하려 부산 찾은 이후
- 수출 실적 지역기업 350곳 등
- 무역·투자 자생적인 발달 이뤄
- 러와 지속가능한 교류 위해
- 韓人 러 관광 프로그램 개발
- 인력·전문성 부족 지역중기에
- 현지정보 제공, 효율성 높여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이하 유라시아…)에서 중점 협력국은 1순위로 러시아가 꼽힌다. 하지만 정부는 교역과 투자에 대한 지원을 대기업에 집중했고 지방과 중소기업에는 소홀했다. '유라시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지역 중소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지방자치단체, 정부-중소기업 간 협력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들, 현장에서 '러 진출' 영감
교류는 작은 데서부터 출발한다. 20여 년 전 극동 러시아인들이 소련 붕괴 전후로 부산항을 통해 부산을 자주 찾았다.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아이디어를 얻어 무역업을 하는 부산지역 기업이 있다.
동광무역상사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에 윤활유(자동차, 선박), 자동차 부품 등을 중개무역하는 전문무역상사다. 제조업체의 물건을 구매해 해외에 판매한다.
동광무역상사 이충렬 총괄팀장은 26일 "옛 소련이 붕괴하기 전후에 러시아인들이 생필품을 구하러 부산항에 자주 왔었다. 이에 착안해 각종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금결제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바이어와의 거래에서 선불을 받고 결제한 뒤 물건을 보냈고 외상거래는 일절 하지 않았다. 정도를 걸었던 게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당시 블라디보스토크 시민들은 일본 중고차를 몰고 다녔다. 우리는 상호를 일본 브랜드로 보일 수 있도록 했다. 그쪽 사람은 일본 제품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동광무역상사와 같은 전문 무역상사는 부산에만 25곳이 있고,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에 수출한 실적이 있는 부산 기업은 350곳에 이른다.
최근 기업들의 유라시아 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무역협회 부산본부 여종욱 과장은 "중국과 카자흐스탄에 대한 문의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자원 쪽에 관심이 늘고 있다. 러시아의 플랜트에 참여하려는 기업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확한 정보 취득을 통해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서강석 동남권지원단장은 "조선기자재, 해양플랜트 산업이 어려운데 역으로 이 시기에 좀 더 공격적으로 진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동남권은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적극성이 부족하다. 중소기업은 작은 나라를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소장인 엄구호 교수는 "지방 중소기업에는 유라시아 국가가 어려운 시장이다. 인력의 전문성,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단위에서 이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라시아 진출은 부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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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 2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강원도 동해시를 운항하는 DBS 크루즈 페리에서 열린
'동북아 물류협력 선상포럼'에서 신봉섭 주선양 한국총영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블라디보스토크를 위시한 극동 러시아는 부산과 긴밀한 관계에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부산의 자매도시. 게다가 부산에 거주하는 러시아인은 1300명가량으로 추산된다. 부산시는 2006년 부산국제교류재단을 설립했고 산하에 한·러협력센터를 두고 있다.
한·러협력센터는 지난 24일 '제4회 부산·극동 러시아 경제포럼'을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맞춤형 상담이 상당 부분 이루어졌다. 포럼에 참가한 동서대 배수한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회의장 밖에서 5, 6개 상담테이블이 마련됐는데 지난해에 비하면 엄청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러시아 의료관광객 모집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과 비교하면 비용이 30%가량 저렴하고, 의료 수준도 서울 대형 병원과 비슷해 경쟁력을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초 한·러비자면제협정이 발효된 이후 올해에만 러시아 의료관광객 수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2020년까지 연간 20만 명의 의료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잡고 있다.
러시아와 지속 가능한 교류가 이루어지려면 국가 차원에서 한국인의 러시아에 대한 관광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러시아 측 관계자는 지난 24일 포럼에서 "왜 한국은 러시아를 찾지 않느냐. 상생해야 한다. 러시아에는 싸나토리라는 힐링(완전한 심신치료) 프로그램이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휴가 기간을 늘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싸나토리란 의료시설에 사우나, 호텔 등을 복합적으로 넣어 이곳에서 한 달가량 휴식하면서 힐링이 가능하도록 한 방식이다.
현재 정부 차원의 유라시아 협력은 서울과 대기업 중심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유라시아와 협력 중인 지방정부나 기업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고 '유라시아…'의 모멘텀을 살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리스크 줄이려면
기업의 유라시아 진출을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삼일회계법인 명장호 이사는 "진출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특히 러시아는 단기간의 승부보다는 긴 호흡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지평의 이승민 러시아 변호사는 "한국 기업은 법과 제도에 대한 조사를 소홀히 한 채 유력자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네트워크(인맥)에 의존한다. 러시아 투자의 장애물은 기업, 공무원의 부정부패다. 투명하고 공평하게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관료주의와 편의주의가 있으며 인허가 절차가 장시간 소요된다. 국내 투자자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이를 해결한다면 러시아는 광활한 면적, 풍부한 자원, 넓은 시장, 미발달 산업이 많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리스크를 경시해서도 안 된다. 러시아 시장은 중립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싱가포르대 신장섭 교수
- "中 동북 3성 진출, 北 개방 이끌 수 있다"
- "현지서 임금 낮은 北주민 고용"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이 실현되려면 북한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개방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발간된 '김우중과의 대화' 저자인 싱가포르국립대 신장섭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후장대산업(중공업 등)을 고도화하면서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품목은 중국 동북 3성 등으로 진출해야 한다. 동북 3성의 현지법인이 임금이 낮은 북한 인력을 쓰게 되면 돈을 벌 수도 있고 북한의 개방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의 임금이 높아져 필연적으로 북한 인력의 수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우중과의 대화'에서 김 전 회장은 "북한 사람들이 출·퇴근하도록 하면 북한 정부가 통제할 수 없게 되고 결국 개방으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라시아…'의 실현을 위해 북한 없이 큰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하지만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북한이 남북대륙연결망을 열어주지 않더라고 부산항을 통한 해양 연결망으로 가능하다. 또 부산과 극동 러시아의 교역에서 큰 장애는 북한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 정부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과 극동 러시아의 연결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김해공항은 주 2회만 열려 있는 데 비해 인천과 하바롭스크, 사할린, 블라디보스토크 간에는 하루에 2, 3편(최대 6편)씩 연결돼 있다. 부산을 찾는 극동 러시아인이 인천공항을 거쳐 오느라 한국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 중앙아시아 한국기업 진출 현황 |
국가 |
기업 |
분야 |
카자흐스탄 |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등 15곳 |
건설, 금융 등 |
우즈베키스탄 |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64곳 |
전자, 차, 물류 등 |
키르키즈 |
연탄에너지 오쉬오르도 등 13곳 |
연탄, 건축 등 |
타지키스탄 |
대우통신, 태봉섬유 등 4곳 |
통신, 섬유, 건설 |
투르크메니스탄 |
LG상사, 현대엠코 등 5곳 |
선박수리, 무역 등 |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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