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 연수원, 마로인 사옥, 일오집….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들 건물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면서도 뚜렷한 개성으로 시선을 붙잡는 매력이 있다. 공간 내부의 사람들이 '각자 또 같이' 생활하는 데 편리하게 지어졌다. 그리고 적절하게 뚫려있는 창이 내부와 외부를 시원하게 이어준다.
올해로 30회를 맞은 부산국제건축대전에서 'BEST AWARD'로 선정된 이들 건물은 존재만으로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시작돼 26일까지 엿새간 펼쳐지는 부산건축주간의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건축대전의 우수작도 업계와 시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부산시와 (사)한국건축가협회 부산건축가회가 공동 주최한 부산건축대전은 올해도 완공건축 부문에서 우수작 3점과 일반국제공모 부문에서 건축학도 15팀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선정했다. 선정된 작품의 상세한 내용은 패널로 제작돼 26일까지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다목적홀에서 전시된다.
이번 건축대전의 운영위원장을 맡은 유재우(부산대 건축학과) 교수는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작품들이 선정됐다. 새로우면서도 뛰어난 작품성을 갖췄다"고 전하며 각 작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먼저 오신욱 (건축사사무소 라움) 건축가의 최근 대표작인 마로인 오피스를 살펴보자. 수영구 민락동의 주택가 옆에 있는 마로인의 지상 4층 사옥으로 감각적이면서도 주변 환경과 어울리게 지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박스형 주택 여러 개를 합쳐놓은 듯한 건물에 사이사이 난 빈 곳은 답답함을 해소하고 건물 안팎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 불규칙적으로 뚫린 창이 지루함을 덜고 내부 공간의 사람이 바깥을 쉽게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유 교수는 "뚫린 공간으로 풍경이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며 "사람과 환경의 양 방향적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층 사무실은 IT기업이라 컴퓨터와 책상 등이 빼곡했지만 답답한 느낌이 없었다. 바둑판처럼 사각형으로 공간이 짜여있지 않고, 회의실에도 큰 창문이 나 있어 쾌적한 작업환경을 자랑했다.
두 번째는 남구 대연동 부산문화회관 뒤편에 자리 잡은 '일오집'이다. '일오집'이라는 이름은 14가구와 1채의 공동공간을 의미한다.
건축가 안웅희(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간건축학과), 건축가 이재원(건축사사무소 DOCA)의 작품으로 건축으로 이뤄낸 삶의 변화가 매우 뚜렷한 곳이다.
일오집은 대안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 14명이 모여 개성을 살리면서도 공동주택이 갖는 편리함을 추구하고자 기획했다.
건축가가 기획부터 시공까지 함께 의논하면서 내부 공간구성은 프라이버시와 개성을 최대한 살리고, 외부로는 공통적인 디자인 언어를 구사해 통일감을 이루었다.
공동 부분은 주민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으로 꾸미고, 야외 마당과 공동주차 등을 만들어 아파트보다는 편리하며 개인의 주택의 장점을 살리게끔 구현했다.
마지막으로 소개된 작품은 부산은행 연수원이다.
건축가 이용흠·김두진((주)일신설계종합건축사사무소)의 부산은행 연수원은 주변 풍광과 어우러진 조화가 가장 돋보인다. 해운대에서 기장으로 건너가는 길목에 꼭 보게 되는 이 건물은 산 중턱쯤에 자리 잡았지만, 동떨어진 느낌이 없다. 주변의 지형을 고려해 지었기 때문이다.
자연경사를 이용해 저층부에는 테라스형 주거공간을 만들고 상부에는 연수시설을 만들었다. 가운데에는 동선을 연결해 헬스클럽, 식당 등의 부대시설로 편리함을 도모했다.
유 교수는 "경기 불황으로 건축업계도 얼어붙었지만 훌륭한 작품들이 나와줬다"며 "내년에는 더 크게 치러질 예정이니 기대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국제건축대전을 포함해 한·중·일 초대건축가 30인전, 국제건축도시사진전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질 부산건축주간은 2001년부터 매년 열렸던 부산건축문화제 종합전시행사가 2012년부터 격년으로 개최되면서 종합전시행사가 없는 해에 운영되는 건축 축제다. 건축문화제 집행위원인 조승구(동명대 건축학과) 교수는 "건축주간행사의 주된 목적은 건축의 대중화다. 이제까지 전문가들의 특정한 분야로 인식되었던 건축을 일반 시민에게 알리고 함께 소통해보자는 취지로 마련했다"며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건축이 아파트 모델하우스 정도라는 현실이 안타깝다. 새롭고 참신한 건축 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