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현재 '디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다. 그 여파로 미국과 더불어 한국 증시까지 출렁이고 있다. 한때 유럽과 미국 증시가 승승장구할 때는 따라가지 못하더니, 안 좋은 분위기에는 어김없이 동조한다. 한국 주식시장의 비애다.

디플레이션은 '물가 하락'이라는 쉬운 단어로 해석할 수 있다. 국민에게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것만큼 반가운 일이 어디 있게느냐 마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정상적인 경제성장 국면에서 물가는 상승하기 마련이고, 물가가 하락한다는 것은 경기가 뒷걸음치며 성장률이 음의 영역에 가는 것을 의미한다. 가격은 떨어지는데(실제로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오르지 않는 상황이라 생각하자) 소득은 더 떨어져서 실제 구매력이 하락하는 경우다.

사실 현대인에게 디플레이션이라는 것은 미지의 영역과 같다.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20세기 후반을 살아온 현대인에게 '물가는 항상 상승한다'는 말은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와 같은 진리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유럽은 실제로 디플레이션 국면에 직면해 있다. 설령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금융위기 이전처럼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럽은 힘들고, 미국은 버틸 것 같고, 한국은 그래도 희망이 있다'로 요약할 수 있다. 유럽은 구조적인 위기에 봉착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고령화된 인구 구조와 한계 생산성 체감의 법칙이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이라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유럽의 위기에도 달러와 국채가 강세를 보였다. 특히 제조업의 부활, 꾸준한 인구증가, 셰일가스 등으로 쉽게 무너지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세계적인 성장률 둔화 여파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곳임은 틀림없다. 여전히 3%대를 초과하는 경제성장률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제조업의 수익성 회복, 제조업 기반의 경제구조 등으로 오히려 그 가치가 두드러질 것으로 생각한다. 외국인은 여전히 삼성전자를 담고 있다. 그 의미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

최재홍 현대증권 부산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