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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4월 23일 제8차 한-중앙아협력포럼차 방한 중인 중앙아시아 5개국 외교차관을 접견했다. 이 포럼은 한-중앙아시아 간 다자협력 협의체로 경제 문화 교육 분야 등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2007년 한국 주도로 창설된 연례포럼이다. 외교부 제공 |
- 외교관계 20여년째이지만
- 정부의 '이니셔티브' 부족
- 산발적인 교류만 이뤄지고
- 민간기업 투자 엄두 못내
- 사용 감소 러시아어 대신
- 현지어 구사 전문가 양성
- IT 기반·건설 등 수요 많고
- 농업기술 이전도 유망 분야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중점협력 대상국들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즈 등 중앙아시아 5개국이다.
하지만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한 한국은 중앙아시아 국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확보할 에너지자원, 광물자원 등은 국가 기간제조산업이 밀집한 부산 울산 경남의 명운과도 깊이 연관돼 있다.
■교류는 많지만…
박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제안과는 별도로 중앙아시아 국가와의 외교는 20여 년 전부터 지속해 왔다. 이들 5개국 가운데 최대국인 카자흐스탄의 한국 공관은 1993년 7월에 설치됐고 제7대 백주현 주카자흐스탄 대사가 부임했다. 한국은 제8차 한-중앙아시아 협력포럼을 지난 4월 개최했으며 한-중앙아 협력사무국 설치도 준비하고 있다.
이들 국가와의 항공편 증설도 논의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와 인천 간 항공망을 현행 주 2회에서 더 늘릴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7년 아스타나 엑스포가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데 항공노선 증설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주 5회(아시아나 3회, 대한항공 2회) 운항 중이며 키르기즈와 한국은 주 4회 개설돼 있지만, 취항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 16일에는 한-투르크메니스탄과 직항편을 주 2회 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같은 '높은 차원의 교류'는 아랫목까지 데워지지 않고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정작 국내 대학이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과 직접 교류하며 쌓아 놓은 인프라 및 인력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부산외국어대 터키·중앙아시아어과 학과장인 김효정 교수는 "정부는 이들 국가와의 교류를 (사실상) 민간기업에만 맡긴 상태다. 정부가 더 나서지 않으면 누가 용기를 내어 그 나라에 투자하고 진출하겠는가. 전문가도 너무 없다"며 "우리 학과에서 카자흐어, 우즈벡어 사용 인력을 키워 놓으면 정부나 민간에서는 정작 러시아어 사용 인력을 뽑는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부산외대는 현재 우즈베키스탄 세계언어대학교, 카자흐스탄국립대학교 및 국제관계언어대학교와 교환학생을 교류하고 있다.
■더 연구해야 할 중앙아시아
김 교수는 이어 "중앙아시아에는 건설, 새마을 운동, IT(정보통신) 기반사업 등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많다. 한국은 1991년 이후 현지의 통신망 확보를 위한 케이블 설치의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놓쳤다"며 "이들 국가는 러시아 지배를 오랫동안 받았지만, 20여 년 전부터 자국어를 쓰고 있다. 자국어를 쓰지 않으면 그 나라에서 퇴출당하고 러시아를 사용하는 고려인도 쫓겨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 정부나 기업이 중앙아시아에 진출한다면서 러시아어 사용자를 우대하는 것은 유럽 국가가 한국지사에 파견할 인력을 일본어 사용자로 채용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식민지 경험이 있는 한국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달리 중앙아시아 국가와의 협력에 장점이 있다. 식민지 경험이 이들 국가와의 협력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김 교수는 "동반 성장하는 방식으로, 마음으로 도와야 하고 우리의 근면함으로 그들의 필요를 채워줘야 한다. 강대국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앙아시아 국가의 언어는 우리와 어순과 문법이 같은 알타이어 계통이고 이들의 생김새도 우리와 비슷하다. 이들의 역사는 크게 몽골 칭기즈칸의 침략, 러시아 식민경험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 이들과의 교류가 원활하려면 러시아, 몽골과의 협력구도도 필수적인 것으로 꼽힌다. 몽골과의 협력, 중앙아시아와의 협력, 러시아와의 교류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깊이 연관돼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로부터 에너지를 송출 받으려면 중국, 몽골, 러시아 송유관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농업분야 교류 활성화해야
중앙아시아 국가는 대체로 저개발 농업국가다.
IT, 제조업을 통한 지원 외에도 한국 농업기술의 이전도 유망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들이 필요한 것을 채워주면서 협력의 수준을 높인다는 뜻이다.
농촌진흥청이 2009년부터 진행 중인 해외농업기술협력사업(KOPIA)을 중앙아시아 국가에 확대할 수 있다. KOPIA란 상대국이 필요한 기술을 현지 농업연구기관과 공동으로 보급하는 사업. 이미 우즈베키스탄에 국내에서 육성한 사료작물(옥수수 등) 시범단지(4㏊)를 조성한 경험도 있다.
올해 초 농촌진흥청의 농업 분야 다자간 협의체인 아시아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AFACI)에 12번째 회원국으로 중앙아시아 키르기즈의 참여의사를 타진한 바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이다.
한국농어촌공사도 중앙아시아 현지에 농업기술센터, 영농기술센터를 설치하고 소득증대 사업이나 관개수로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그쪽의 요청이 있다면 진행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 중앙亞 국가, 유럽에 속해?
- 이해안되는 외교부 분류
자원 부국으로서 세계의 경제성장률을 이끌고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에 대한 정부의 몰이해는 도를 넘고 있다. 외교부는 중앙아시아 국가를 유럽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유럽국 산하에 유라시아과를 설치해 중앙아시아 국가에 관한 외교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키즈, 타지키스탄은 지리적으로 러시아나 터키와는 달리 아시아에 있다. 게다가 이들의 언어도 우리말과 계통이 같은 알타이어다. 중앙아시아 국가는 러시아와 계통이 다른 아시아 계통의 민족국가로 발전하고 있으며 자국어 사용률도 높다.
본지가 확인한 2011, 2012년까지의 외교부 문서에도 중앙아시아를 유럽으로 분류했다. 수도가 모스크바인 러시아는 유럽으로 분류할 수 있고 아시아와 유럽의 요충지인 터키를 유럽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국가를 유럽으로 분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외교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부 편제 역시 유럽국이 아니라 유라시아국을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이젠 뷰라시아 이니셔티브다' 기획기사를 총 8회분으로 구상했지만 각계 의견을 수렴해 ▷중앙아시아와 한국의 상생전략 ▷유라시아 대륙에 대한 기업진출 방안 등 2회분을 추가해 총 10회로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