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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2010년 8월 북극해를 시험운항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
- "범정부 차원 청사진 마련해야"
- 박 대통령 발언 1년 지났지만
- 자연과학·'컨'운송 연구 전무
- 선사 이해 부족·유빙 정보 없어
- 러시아 등 관련 국가 공조 절실
- 물류 외 연구범위도 확대 필요
"북극해에는 전 세계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25% 정도가 있는 걸로 추정된다. 앞으로 북극항로가 열리면 컨테이너 화물 운송비용 25%나 절감되고, 시간도 약 10일이나 단축된다고 한다. 이처럼 북극의 전략적, 경제적 가치가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 만큼 앞으로 북극항로 개척 등 북극 개발 확대에 박차를 가해야 하겠다. 북극항로 개척과 에너지 자원개발 등 북극 정책 전반에 대해서 범정부 차원의 협의를 통해서 종합 청사진을 마련하기 바란다."(지난해 5월 20일 박근혜 대통령,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북극항로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개발을 하려고 그러거든요. 그러면 북극항로나 유라시아철도, 앞으로 러시아하고도 이야기를 할 건데 출발이 부산이 되지 않겠습니까."(지난해 7월 22일 박 대통령, 부산항 북항 재개발 현장 간담회에서)
한국이 지난해 5월 북극이사회(북극 개발·보호를 위해 1996년 설립된 국가 간 기구) 정식 옵서버가 되면서 북극해와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은 이처럼 뜨거웠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8월에 발간한 공식 문서에서도 "2025년 북극해 항로 상용화 및 자원 개발이 본격화돼 북극해의 경제적 가치 가운데 1%를 활용하게 된다면 1500억 달러 이상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고 새 일자리 100만 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미래자원을 확보하며 신규 서비스 시장을 발굴하기 위해 북극해 활용은 전략적으로 중요하고, 북극항로를 개척하면 한국이 세계 1위의 해운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을 보고 있다. 게다가 해양플랜트, 조선 산업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물선이 북극항로를 거치면 부산~네덜란드 로테르담 거리가 2만100㎞에서 1만2700㎞로, 운항 일수는 30일에서 20일로 단축된다.
■시험운항 후 성과 없어
1년 이상 흐른 지금, 그 열기는 가라앉고 있다. 준비 부족도 곳곳에서 보인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의 북극항로 시범운항 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다. 북극항로에 관한 자연과학적 연구, 컨테이너 화물 운송에 관한 연구는 전무하고 우리나라 선사들이 쇄빙선(얼음을 깨고 항해 가능)과 내빙선(얼음과의 마찰에도 견딤)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데다 선사들의 이해 부족까지 겹치면서 북극항로 개발 계획은 얼어붙는 분위기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황진회 해운정책연구실장은 19일 "한국은 빙산과 유빙의 속도나 강도 등에 관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 이 정보는 러시아가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빙산이나 바다를 떠다니는 유빙은 선박의 위협이 된다. 유빙에 관한 정보 확보가 북극항로 운항국에는 아주 중요하다. 현재 한국 선사들 가운데 현대글로비스만 북극항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시범운항 이후 실적은 없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남방항로와 비교하면 화주들의 이해도가 낮아 화주를 찾기 어렵다. 참여하려는 화주들이 없어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문제는 물류사, 화주사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과제는
북극항로에 관한 문제는 단순히 화주의 경제적 문제만 엮여 있는 게 아니다. 박 대통령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하면서 북극항로 진출을 언급한 것은 중점 협력국인 유라시아 국가들(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외에도 캐나다 노르웨이 같은 북극해 관련국과의 공조를 통해 한국의 에너지 확보을 포함한 전략적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북극연구가 물류 중심으로만 진행됐는데, 앞으로 자연과학적 연구, 공학적 연구도 활성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북극해에 떠다니는 유빙에 관한 정보는 북극항로 진출국의 국력과 같다. 일본 등지에서는 컨테이너 화물수송에 관한 연구도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계절 동안 북극해가 열리지 않아 그동안 북극항로에 관한 연구는 벌크화물에만 집중됐었는데, 사계절 정기항로가 아닌 부정기 컨테이너 화물수송에 관한 연구도 절실한 상황이다.
부산발전연구원 허윤수 북극연구센터장은 "정기선이 운항하면 부산은 마지막 기항지가 될 것이다. 이에 대비해 선박에 대한 유류공급기지 역할을 해야 하고 선용품 공급, 선원교대 등의 시장을 준비해야 한다"며 "부산 인근에는 세계 3대 조선소가 밀집해 있는데 북극해 자원개발이 활발해지면 그와 관련된 업체가 생겨날 것이다. 공급기지 역할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이런 업무는 국가가 담당해야 하고 북극 시장이 열렸을 때 준비하면 늦다"고 지적했다.
# 본지 극지해양미래포럼, 시·교육청·대학과 함께 북극항로 연구·교육
■ 관련 기관들 어떤 역할하나
북극해와 북극항로에 관한 연구는 여러 기관에서 맡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부설 극지연구소는 자연과학연구,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극지연구정책센터를 신설해 사회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의 빙해수조에서는 극지 운항을 위한 선박(쇄빙선, 내빙선) 시험을 맡고 있다.
부산시는 올해 초 부산발전연구원에 북극연구센터를 신설했고, 영산대 글로벌물류연구소(소장 홍성원)는 '북극해 화물운송시장 진출방안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한국해양대 해양공학과 최경식 교수는 2010년과 2012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북극해와 남극 아문센해의 실선계측을 수행했다. 최 교수는 세계적 극지공학자로 북극항로, 쇄빙선박 설계 등을 연구하고 있다.
같은 학교의 남청도 교수는 지난해 9월 17일~10월 22일 현대글로비스의 '2013 북극해항로 시범운항' 프로젝트에 전문가로 참가했으며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부산시청, 국립해양박물관 등지에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북극항로 사진전을 개최했다.
부산 영도에 있는 한진중공업은 국내 첫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를 건조했다. 본지는 지난달 25일 부산시, 부산시교육청, 대학교수, 연구기관 연구원과 함께 극지해양미래포럼을 창립해 북극항로를 비롯한 극지와 관련된 각종 융합연구를 지원하고 청소년에게 극지의 중요성을 교육할 계획이다.
◇북극권 현황
정의 : 북극은 북위 66.5도 이북지역 또는 영구동토층의 한계선 지칭
기후 : 7월 평균기온 10도 이하
북극해 : 면적 1400만㎢, 평균 수심 1200m
북극과학기지 : 노르웨이 니알슨 과학기지촌 내 다산과학기지
북극항로 : 2020년께 6개월, 2030년께 연중 일반항해 가능
매장 에너지 : 석유·가스 등 4120억 배럴, 세계 미발견 자원량의 25%
어업 생산량 : 전 세계 어획량의 약 13.3%
※자료: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