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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서 출발하는 국도 7호선은 중국과 러시아로 향하는 '6번 아시안 하이웨이'로도 불린다. 사진은 부산 중구 롯데백화점 광복점 앞 '국도 7호선 시점 표지판'. 한일해저터널을 건설하면 일본 후쿠오카와도 연결된다. 전민철 프리랜서 jmc@kookj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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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안 하이웨이 도로 표지판. |
일찍이 많은 이들이 유라시아 개척에 나섰고 길을 통해 하나가 되는 꿈을 노래했다.
경남대 교수인 정일근 시인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시 '아시안 하이웨이, 6번'에서 "길은 살아 있는 꿈이다/꿈꾸는 자의 꿈에서/길은 비단실처럼 살아서 나오고/그 길 위에서 꿈은 꿈틀꿈틀 부화한다/대한민국 부산에서 출발하는/아시안 하이웨이, 6번/(중략) 부산에서 모스크바까지/달려갈 수 있는 길이 있는 것은/누구나 그 꿈을 꿀 수 있다/꿈꾸는 자는 달려갈 수 있다(하략)"고 읊었다.
정 시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라시아 대륙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은 울산 간절곶이고 그 해가 지는 곳은 스페인의 피니스테레다. 8시간 시차에도 유라시아 대륙은 하나가 된다"고 말했다.
부산 중구 롯데백화점 광복점 앞에는 '국도 7호선 기·종점' 표지판이 있다. 국도 7호선은 부산 연제구, 금정구를 거쳐 양산, 울산, 포항, 금강산, 북한 온산을 거쳐 러시아로 향한다. 이 도로는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가 정한 '아시안 하이웨이 6번'. 32개국, 모두 55개의 노선망으로 연결된다.
부산은 또한 일본에서 해저터널(가상)을 거쳐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 신의주, 중국, 베트남, 인도 등으로 이어지는 '아시안 하이웨이 1번'의 중간 기착지다. 정부 관계자들은 아시안 하이웨이가 실효성과 경제성이 없다고 말하지만, 길이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길이 연결돼 있지 않다면 부산은 변방에 머물지만, 길이 연결돼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부산은 유럽, 아시아의 중요한 일원이 된다.
■환동해권·환황해권 네트워크 중첩
길을 통해 부산은 큰 두 개의 경제권에 속하게 된다. 먼저 부산, 울산, 포항, 나진,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를 연결하는 '환동해권 도시연대'가 가능하다. 도로망 연결을 통한 물류 이동을 통해 협력적 경제 네트워크는 물론, 동해안 도시 간의 작은 교류도 실효성이 있을 듯하다.
창원(기계)~부산(물류, 철강 등)~울산(조선, 석유)~포항(제철)~속초(관광)를 연결하는 도시 간의 경제 교류와 함께, 국도 7호선을 통한 관광 네트워크 구축도 가능하다. 해운대와 광안대교(부산), 반구대 암각화(울산), 죽도시장(포항), 성류굴(울진), 오죽헌(강릉), 설악산, 금강산 등 이 지역의 관광자원은 무궁무진하다.
나선 경제자유무역지대, 블라디보스토크 등지에 새로운 형태의 다자간 경제 협력모델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극동러시아 일대에 고속철도를 놓는다면 경남 창원의 현대로템 기술로 KTX 산천을 납품할 수 있고 환동해권 도시들이 부품과 원자재를 가공·조달할 수 있으며 부산항은 하역 보관에서 조립 가공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안병민 북한·동북아교통연구실장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클러스터와 클러스터를 연결하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패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황해권 도시연대'를 통해 서울, 대전, 구미, 대구, 부산은 물론 한일해저터널로 일본 큐슈를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부산시는 일본 후쿠오카와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 남북 도로망 연결 이후에는 평양, 신의주(황금평), 텐진, 베이징과도 연계된다.
한일해저터널은 민간에서 수년째 논의되고 있다. 한일해저터널은 일본에서 부산으로, 일본에서 경남 거제시로 연결하자는 게 큰 줄기다. 경남 거제로 연결되면 거가대교, 을숙도대교 등을 통해 부산 울산과 연계된다.
이와 동시에 한중해저터널 논의도 잠복해 있다. 한일해저터널이 연결되지 않더라도 한중터널만 연결되면 남북 도로망 연계 이전에 부산~평택~칭다오를 잇는 새로운 물류 루트가 생긴다.
■도로망은 모세혈관
도로망은 철도망 구축과 연계되고 중요한 거점시설과 연결하는 데 활용된다. 도로 연결이 먼저냐, 철도 연결이 먼저냐 등의 논쟁은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안병민 실장은 "도로는 경제적인 면에서는 제한적이지만, 도로는 철도축과 결합돼 거점 시설 간 연계망 구축에서 중요하다. 수송의 안정성, 신속성이라는 특징이 있고 사람의 모세혈관과 같은 것이 도로"라고 말했다.
국토연구원 이백진 박사는 "이동수송로 확보 차원에서 도로 건설 준비는 이뤄지고 있다. 일본 원전사고 때에 도로로 가장 먼저 진입했다"면서 "도로 건설은 보조적 수단으로 신속한 물자 수송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선도사업 격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도로망 구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도로망 구축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선망 구축 부문에서는 아시안 하이웨이 1번(경부축), 6번(동해축) 연결이 주요하게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도로는 특성상 개방성이 강해 북한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게 난점으로 꼽힌다.
# "남북 연결로 비개방형으로 추진, 체제유지 고심 北 거부감 줄여야"
■ 국토연구원 이백진 박사
국토연구원 이백진 박사는 남북 도로망 구축을 독일식 비개방형으로 구축하자는 주장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박사가 최근 내놓은 아이디어는 "남북 고속도로 연결 사업을 비개방형으로 추진한다면 북한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고속도로는 727㎞로, 남한의 3859㎞의 20%에도 못미친다고 한다. .
이 박사는 경부고속도로와 연결되는 경의고속도로를 놓되 한쪽 구간은 북한 국적 차량노선으로, 다른 한쪽은 한국 국적 차량노선으로 분리하고 철조망 등을 쳐서 사람이 도로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하는 국제도로로 건설하자는 뜻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이 철조망을 걷어낼 수 있도록 해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두자고 이 박사는 전했다.
이 박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독일도 통일 이전에 도로 투자를 먼저했고 동독의 초기 도로는 철조망을 친 9개의 도로를 비개방형으로 건설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경제적 이익과 체제 유지라는 두 가지 의제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동독이 비개방형이라도 도로 건설을 허용했기 때문에 추후 흡수통일된 것으로 여긴다면 북한 역시 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로망 연결이 난점으로 꼽히는 또 다른 이유는 북한은 도로 건설의 원칙 가운데 농경지 훼손금지 등이 있어 이 역시 걸림돌로 분석된다. 이 박사는 현재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복합물류 분야의 정부 용역(도로 부문)을 수행 중이지만, 이 아이디어는 현재 정부 정책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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