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 있는 보로부두르 사원. 이 사원은 199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세계 최대의 불교 사원 유적지다.

- 504개 부처불로 구성된 사원
- 파괴된 문화유산 안타까워

지난달 27일 다낭항을 출항한 지 나흘 만에 30일 오전 9시 15분 적도를 통과했다. 적도를 통과할 때 기적을 '붕~'하고 울리면서 안전항해를 기원하는 적도제를 지냈다. 돼지머리와 약간의 제물을 마련해 브리지에 젯상을 차려놓고 선장을 포함해 여러 사관과 탐험대원 그리고 학생대표까지 용왕님께 술잔을 올리면서 절을 했다. 적도제란 범선시대에 적도를 기준으로 남·북위 15도 이내에는 무풍지대여서 선원들이 바람을 불게 해달라는 취지로 제사를 지내면서 비롯됐다. 적도 부근에서는 바람이 없어 수면이 그야말로 거울 같았다.

보로부두르 사원의 종 모양 탑.

다음 날(10월 1일)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항 컨테이너 부두에 배를 댔다. 많은 교민이 플래카드와 태극기를 들고 나와 환영해 주었다. 호텔에 도착해 다음 날 족자카르타에 있는 세계 최대의 불교사원 유적지이자 199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보로부두르사원으로 가기 위해 항공편을 예약했다.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다. 다음 날 새벽 3시에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서 족자카르타행 첫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하얀 구름 위로 날 때는 높은 산봉우리가 까만 삼각김밥처럼 구름 위에 고개를 내밀고 띄엄띄엄 솟아 있어 마치 선경 속을 나는 것 같았다. 자카르타공항을 이륙한 지 꼭 한 시간 만에 족자카르타에 착륙했다. 공항에서 택시를 대절해 보로부두르 사원으로 향했다. 족자카르타는 자카르타에 비해 인구가 300만 명 정도의 아담한 교육도시로 대학만 28개 정도 있다고 한다. 시내로 들어가니 학생들이 등교하는 오토바이가 많이 보였다. 교통 혼잡은 자카르타보다는 훨씬 덜했다.

오전 8시께에 보로부두르에 도착했다. 보도부두르란 산스크리트어로 보도는 언덕이란 뜻이고, 부두르란 사원이란 의미라고 한다. 입장료가 어른이 24만 루피아(우리돈 2만 원 정도). 표를 끊어 사원 안으로 입장하려고 하니 관리원이 보자기 같은 것을 허리에 둘러 주었다. 입구 팻말을 따라 들어가니 저 멀리 약간 언덕같이 보이는 곳에 사진에서만 보아 왔던 거무스레한 탑의 모습이 나타났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미술관의 명화 앞에 선 듯한 전율이 느껴졌다. 이 사원은 싸일렌드 왕조시대 전성기인 760년께 시작해 830년께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며 약 100년 동안 흙더미 속에 파묻혀 있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814년 이후다. 504개의 부처불로 구성된 정방형의 사원은 7층으로 축조되었는데 기단 둘레에는 석가의 탄생, 출가, 득도에 이르는 과정을 정교한 조각으로 묘사해 놓고 있었다. 목이 없는 부처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소중한 문화유산이 어떤 이유로 파괴됐는지는 몰라도 참으로 안타까웠다. 제일 위층에는 종 모양의 탑이 배치돼 있었다. 종은 극락세계를 상징한다고 한다. 하단 둘레에 배치돼 있는 종탑 속에는 부처가 모셔져 있었고, 탑 꼭대기 제일 큰 종 안은 비어 있었다. 국립박물관으로 옮겨 놓았기 때문이다. 기단 조각 그림에는 배의 모양이 여럿 보였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을 골라서 2003년에 실제로 배를 만들어 띄웠다고 한다. 그 실험선이 인근 선박박물관에 전시돼 있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없어 들어가 보지 못하고 다음 행선지인 힌두교 사원유적지인 프람바난 사원으로 향했다.

프람바난 사원은 보로부두르 사원과는 반대 방향으로 15㎞ 정도 떨어져 있었다. 죽순 모양으로 생긴 이 탑들은 주탑 옆에 양쪽으로 두 탑이 있고 앞쪽에도 3기가 배치돼 있다. 탑 속에는 부처와 비슷한 신상이 모셔져 있었다. 탑 아래쪽 둘레에는 보로부두르 사원과 비슷한 모양의 조각들이 빙 둘러 부조돼 있었다. 그 외에도 많은 유적이 있었지만 비행 일정으로 더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사흘째는 자카르타에 있는 국립박물관과 해양실크로드시대 당시의 옛 항구, 동인도회사의 건물로 사용됐다는 해양박물관 등을 둘러보고 다음 기항지인 말라카를 향해 자카르타와 아쉬운 이별을 했다.

남청도 한국해양대 기관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