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달리는 열차. 도서출판 '나무와 숲' 제공
- 박 대통령 지난해 10월 제안
- 한반도종단철도~中·러 연결
- 냉전 잔재 '정치적 섬' 극복
- 열차로 금강산·러시아 여행 가능
- 정부 경제성 높은 경부축 무게
- 北, 평양 노출 우려 동해축 선호
- 원산특구·마식령스키장 연계
- "김일성 유훈이라 가능" 주장도
- 강원도 제진~속초~강릉 110.2㎞
-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없어
- 과감한 연결로 통일염원 키워야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미싱 링크'(Missing Link, 끊어진 연결고리)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이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한반도 휴전선, 베를린 장벽을 유라시아 대륙의 봉쇄선으로 설정한 바 있다. 냉전 시기 소련의 확장을 막기 위함이었다.
독일 통일은 이뤄졌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봉쇄구간이다. 북한은 해양으로 향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대륙 국가로, 남한은 대륙으로 향하지 못하는 '정치적인 섬'이 됐다. 통일 이전이라도 이 '끊어진' 고리를 다시 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한반도종단철도(TKR, Trans Korean Railway)를 남북으로 연결하고 중국횡단철도(TCR, Trans China Railway), 시베리아횡단철도(TSR, Trans Siberian Railway) 등을 연결하자는 것이다.
■'중심과 중심' 대 '변방과 변방'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제안에서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Silkroad Express) 건설을 천명했다. SRX란 TKR을 뼈대로 TSR, TCR을 연결한다는 뜻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올해 초 내놓은 한반도에서 SRX의 실현이 가능한 노선은 주로 두 갈래다. 부산~서울~신의주를 거쳐 TCR과 이어지는 '경부축', 부산~원산~나진 등을 거쳐 TSR과 연결되는 '동해축'이다. 서해축 등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경부축은 서울과 평양으로 대변되는 '중심과 중심'을, 동해축은 부산 원산 나진 등 '변방과 변방'을 연결한다. '중심과 중심'을 연결하는 게 빠를까, 아니면 '변방과 변방'을 연결하는 게 빠를까.
정부 당국은 경부축, 동해축 모두를 연결해 TCR, TSR을 연결한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수요가 많아 경제성이 높은 경부축 연결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한은 평양과 멀리 떨어진 동해축 연결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부축은 중심선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남북 관계 전문가들은 실현되기 어렵지 않으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색역~서울역~광명역 구간이 용량한계에 도달한 데다, 북한이 심장부인 평양을 물류 통과 구간으로 내놓을 리 만무하다는 것.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5일 "북한은 군사시설에 대한 노출이 적은 동해축 연결을 원할 것이다. 북한이 추진하는 원산 국제관광특구, 마식령스키장과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고용석 철도건설과장은 "철도는 도로와 달리 '제한적 개방' 영역이다. 철도는 국경 간 통제가 쉬워 북측이 열어줘도 부담이 적다"며 "동해선이 열리면 북측은 철도에 사용할 전기를 개발해야 하고, 재원 마련을 위해 탄광 개발을 해야 하는 등 연관 산업 활성화를 촉진한다. 북측의 개방에 대해 가장 설득력 있는 부분이 철도"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유라시아 철도추진위원장인 심재철 국회의원은 최근 "러시아 유력인사로부터 북한이 한국철도와 러시아철도를 연결하는 사업에 동의한 바 있다는 확인 서신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발상의 전환을 통해 '변방과 변방'을 잇는 동해축 연결에 관심을 모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동해축은 울산, 경주, 포항, 강릉, 삼척, 고성을 연결해 동해안 발전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남측만 끊긴 동해축
TKR의 동해축 일부 구간(남측)은 연결 계획조차 없다. 국가철도망구축계획(2011~2020년)을 보면 강원도 제진~속초(44.6㎞), 속초~강릉(65.6㎞)은 미연결 구간이다. 연결에 대한 계획조차 없다. 2005년 강원도 제진에서 금강산(25.5㎞)까지 남북철도 연결을 했었지만 정작 그 구간을 잇는 남측 철길은 아직도 연결할 의지가 없는 셈이다.
신경주에서 포항을 잇는 41.3㎞ 구간의 복선전철이 내년 초, 포항~삼척 구간 가운데 영덕~삼척 간 121.7㎞㎞구간이 2019년 준공될 예정이다. '미싱 링크' 제진~강릉 구간(110.2㎞)이 연결된다면 부산역에서 KTX를 타고 동해선을 통해 휴전선까지 여행도 가능해진다. 남북철도만 연결되면 부산에서 열차로 금강산, 러시아 여행도 할 수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장진복 대변인은 "우리만이라도 먼저 연결해야 한다. 강원도 고성군 화진포 관광수요도 있고 동해쪽 주민들의 보편적 교통복지도 실현해야 한다. 자금을 투자해서라도 동해선 열차를 가동해 통일 염원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철도 연결은 김일성 유훈
한반도종단철도 건설이 가능한 것은 북한 김일성의 유훈사업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도서출판 나무와 숲)의 저자인 코레일 최연혜 사장은 "김일성은 1994년 6월 30일 벨기에 노동당 중앙위원장과의 담화에서 남북 철도 연결을 통해 남북 모두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경제 효과를 연간 15억 달러라고 말한 바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2012년 TKR~TSR 연결의 전초로 나진~하산 구간 54㎞를 완공했고 표준궤(한국)와 광궤(러시아)가 동시에 운행 가능한 복합궤로 개량했다. 이로써 부산에서 출발한 대륙 열차가 동해축을 따라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가능해졌다.
# 미연결구간 경제성 SRX 걸림돌, 국가재정법 개정 예타 면제 필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Silkroad Express) 건설은 작은 데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현재 철도 건설사업을 하려면 국가재정법에 따라 타당성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미연결 구간을 복원하려면 시간이 너무 걸리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한국교통연구원은 "국가재정법 제13조 2항 4호를 개정해 SRX 철도망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남북교류협력에 관계되거나 국가 간 협약·조약에 따라 추진하는 사업'이 예타 면제 대상이어서 SRX는 이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조항에 명시적으로 '국제교류협력 증진을 위한 국제교통물류시설 연계'라는 문구를 추가해 '남북교류협력, 국제교류협력 증진을 위한 국제교통물류시설 연계에 관계되거나 국가 간 협약·조약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으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재정법이 고쳐지지 않으면 SRX 동해축 남측구간 연결이 늦어지거나 불가능해져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비타당성조사 평가항목도 개정해 ▷국제교통망 구축 효과 ▷남북관계 개선 효과 등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독일은 철도사업 타당성 평가에 국제교통네트워크 효과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은 대륙국가이면서도 '정치적인 섬'처럼 고립돼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의식이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