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부, 광역단체 합의만 골몰
- 성격·건설방향 함구 '오리무중'
- 두 지역 해상거리 약 20㎞
- 15분 소요…접근성 문제 없어
- 미래 또 포화상태 대비 가능
- 공항·항만 융합 세계적 추세
- 부산 '제대로 된' 시설 확보땐
- 극동러시아 화물·항공수요 흡수
- '에어 크루즈'·북극항로 선점
- 상하이·홍콩·싱가포르에 우위
동남권 신공항은 어떤 성격의 공항일까. 답은 '오리무중'(五里霧中).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광역자치단체 간의 합의에만 골몰한 채 신공항의 성격과 건설 방향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본지는 동남권 신공항을 '뷰라시아 이니셔티브'(부산+유라시아, 해양·대륙의 요충지인 부산을 동력으로 삼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활로를 찾자는 뜻) 관점에 따라 신공항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신공항 '뷰라시아 관문'으로
부산시는 현재 국토부 등을 상대로 '확장된 새 김해공항론'을 펴고 있다. 기존 김해공항(활주로 2개)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가덕도 인근 해상에 '24시간 운용'이 가능한 활주로 1개만 더 만들자는 구상이다. '확장된 새 김해공항'의 수요가 넘치면 바다에 활주로 1개를 추가로 건설하는 등 확장성이 좋은 것이 해상공항의 이점이다. 현재의 김해공항 청사와 활주로가 추가될 가덕도 해상의 거리는 약 20㎞로 소요시간은 15분 이내다. 신공항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김해공항 확장론'을 대거 흡수한 방안이다. 반면 대구시는 5개 시·도에서 1시간 이내의 위치에 공항을 만들자고 한다.
이처럼 신공항에 대해 간극이 큰 것은 공항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인천공항을 보완하고 '뷰라시아 시대'에 대비할 관문 공항 성격에 방점이 두는 데 비해 대구시는 김해공항 규모의 공항을 대구 쪽 내륙에 당겨 짓자고 주장한다. 원래 '동남권 신공항' 건설운동은 대륙과 해양, 북극항로의 천혜의 길목인 부산과 동남권에 복합물류 거점을 만들기 위해 출발했다. 부산시 김부재 공항정책담당관은 5일 "해상과 항공이 연결된 복합물류가 가능할 때 뷰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며 "대륙과 해양의 기·종점이 부산인데 항공이 여기에 더해지면 부산뿐 아니라 영남권, 크게는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도를 펼쳐보면 유라시아 대륙 전체에서 이 대륙의 관문으로서의 부산이 차지하는 위상은 탁월하다.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는 세계적인 항만을 지니고 있지만, 20~30년 뒤 북극항로가 열렸을 때 북극과의 거리가 멀어 부산보다 열세에 놓인다.
다만 부산이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보다 열세인 것은 '제대로 된' 공항이 없다는 점. 반면 상하이 등은 항만 인근에 공항을 두어 물류와 함께 비즈니스 수요도 함께 작동하도록 하고 있다. 평택대 무역물류학과 이동현 교수는 "상하이 싱가포르는 비즈니스와 금융을 함께 움직이도록 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부산에는 화물처리기능만 있고 다른 비즈니스는 매우 미흡한 상태"라고 말했다. '뷰라시아' 최고의 관문인 부산이 컨테이너 처리장에 그치고 있다는 뜻이다.
■'확장된 새 김해공항' 수요는
부산과 동남권에는 조선·해양플랜트·기계·항공산업 등 국가 기간산업이 집중돼 있다. '뷰라시아' 물류의 기·종점으로서 배후는 충분하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비즈니스 여객 수요는 수도권을 통해 유입돼 동남권은 세계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
부산에 24시간 운용이 가능하고 여객과 물류 수요가 넘칠 때를 대비할 수 있는 '확장된 새 김해공항'이 있다면 부산신항, 대륙횡단철도와 함께 복합물류망을 갖춰 동남권이 수도권과 함께 국가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방안을 국토교통부, 대구시가 수용한다면 대구시민들은 KTX로 2시간40분 거리에 국가 허브공항인 인천공항, 1시간10분 이내에 '확장된 새 김해공항', 지근 거리의 대구공항 3곳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대구공항은 근거리용, '확장된 새 김해공항'은 직항 노선이 다수 포함된 비즈니스용, 인천공항은 사통발달의 허브공항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확장된 새 김해공항'은 일본 일부 노선은 물론 극동러시아의 항공수요를 대부분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김율성 연구위원은 "극동러시아 지역은 직항 노선이 없어 대부분 일본에서 환승하는데, 이 환승수요를 새 김해공항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극동러시아의 교역은 대부분 부산에 의존하고 있는데 보스토치니, 슬라비앙카, 포세이트, 나홋카, 블라디보스토크 등의 화물은 부산항에서 대부분 환적한다. 김 연구위원은 "2012년 블라디보스토크 전체 컨테이너 발생량의 60%를 부산에 의존한다. 신공항이 생기면 교역을 위해 극동러시아를 찾는 바이어와 엔지니어 등 여객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어 크루즈' 등 공항·항만 융합 대세
세계의 주요 항만은 인근에 공항을 둬 비즈니스가 숨 쉬도록 하고 있다. 세계 2위 컨테이너 항만인 싱가포르항 인근에는 창이 공항이 건설됐다. 세계 4위 홍콩항에는 배후에 첵랍콕 공항이 있다. 첵랍콕 공항 인근에 세계적인 카지노가 있고 크루즈, 페리 같은 다양한 해상 교통수단과 연계된다.
최근에는 '에어 크루즈' 개념이 탄생했다. 크루즈 관광객이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내려 인근 모항을 통해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 형태다. 하늘과 바다가 엮인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마이애미에는 14개의 크루즈선 전용 부두와 2개의 대형 크루즈 터미널이 있으며 인근에 국제공항이 2곳이 있다. 마이애미항에서 마이애미공항까지는 10㎞에 불과하다. 신공항과 부산항 북항 및 신항이 긴밀하게 연계된다면 부산은 마이애미 못지않은 '에어 크루즈' 항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국내외 항공사 "24시간 이착륙-소음피해 적은 해상 적합"
- 김해 슬롯 일부 시간대 이미 포화
- 야간 운항제한 노선 유치에 불리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신공항에 대해 24시간 운용성을 강조했다. 이는 본지가 최근 국내·외 항공사 관계자들을 무작위로 인터뷰한 결과다. 이 관계자들은 신공항 이슈가 정치적 성격도 담고 있어 본지 보도 시 익명처리를 요구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5일 "김해공항은 슬롯(시간당 이·착륙 횟수)이 일부 시간대에 포화 상태다. 국제공항인데도 밤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운항제한이 걸려 있다. 2000년대 초반 중국 민간항공기의 돗대산 충돌사고로 이착륙에 제한이 크다"면서 "신공항이 국제공항으로서 기능하려면 24시간 운용이 돼야 한다. 24시간 운용이 되지 않으면 해외노선 유치에 제한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이를 강조하면서도 안전과 경제성에 방점을 뒀다. 이 관계자는 "안전운항 가능성, 환승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최적의 위치, 지방자치단체의 의지가 중요하다. 공항 자체에는 소음이 커 내륙에 있기 곤란하고 인근에 고층 빌딩이 없어야 한다"면서 "김해공항은 시설이 좁고 이·착륙할 때 바람이 심하고 민가를 지나친다. 김해공항의 능력에 비해 시설이 매우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소음 등의 영향 때문에 내륙이 아니라 해상에 공항을 지어야 한다고 암시했다.